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가장 갈등을 많이 겪은 대상은 부모님이다.
우리는 따로 살아서 1년에 겨우 며칠을 함께 하지만 부모님은 그것조차도 싫어 고양이를 버리라고 하셨다. 그 세월이 벌써 9년이다.
나와 살림을 합친 남편도 고양이에 부정적이었다. 연애시절 1년에 몇 번 보지 않은 우리 고양이 때문에 기관지가 나빠진 것 같다는 요상한 말을 했으니 짐작할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우리 고양이를 알뜰살뜰 챙기며 살고 있다.
부모님도 넘고 남편도 넘었다. 이제 힘든 산은 끝인가 생각한 찰나에 또 다른 부모님이 나타났다.
바로 남편의 부모님!
시부모님은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걸 모르셨지만, 이 사실을 아시고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특히 유부녀라면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를 하셨다.
'고양이를 키우면 아이의 피부에 좋지 않다. / 고양이 털이 아이의 폐로 들어갈 수 있다. / 고양이가 아이를 해칠 수도 있다(=요물이다). / 버려라. (참고로 나는 아이가 없다.)'
우리 엄마 아빠에서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 그렇지만 부모님과 싸우며 9년간 쌓은 내공이 있으므로, 뒤집어지는 속을 억누르며 그저 미소만 지었다. "네 어머님. 알겠습니다 어머님." 점점 표정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게 모양으로 바뀌었다. 남편이 시부모님께 우리가 알아서 할 문제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말하면서 사태는 끝이 났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건 절대 끝난 게 아니라고. 만약에 내가 아이를 가졌을 경우 다시 시작될 엄청난 전쟁이라는 것을...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기 전까지 나는 이 친구와 함께 무던히도 많이 싸워야 될 것 같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내 반려동물이 모두에게 사랑받으면 좋겠지만, 이 친구는 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존재에 대한 사랑도 나에게서만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사랑을 타인에게 요구하지 않고, 반려동물에 대한 내 마음을 타인에게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 마음은 오직 나만 알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제삼자들은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다 쓴 물건처럼 버리고 지우라고.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 아는 것이니,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반응할 수 있다고 백번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는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버리는 것을 강요하고, 없애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나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내 인내의 한계를 넘는 일이다. 이토록 무례한 사람들의 태도는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변할 기미가 없다.
몇 번의 고비와 태산을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도돌이표다.
나 그냥 우리 봉자랑 행복하게 해 주세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