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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동훈 Jan 09. 2021

삶의 공백을 활용하는 글쓰기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법 -3

군복무 시절, 섬에서 근무했던 나는 휴가를 나가기 위해선 환승해가면서까지 배를 타야했다. 말도라는 외진 섬에서 작은 행정선으로 한 시간 정도 이동해 주문도에 도착하고, 주문도에서 여객선으로 바꿔탄 다음 2시간 정도 더 배를 타면 육지를 밟을 수 있었다. 간조와 만조 때에 따라 대기시간과 이동시간은 몇 십분에서 몇 시간까지 다양했다.

함께 휴가를 나온 동기들, 선•후임들은 대기 시간동안 잠을 취하거나, 매점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쉬곤 했다. 나 또한 휴식을 취했지만 주로 독서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위의 사진은 배를 기다리며 독서하는 것을 함께 나온 동기가 찍어준 사진이다.

군생활을 하면서 "쟤는 책을 많이 읽어", "책 많이 읽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군인에게 적합한 말인지는 모르겠비만 2년 조금 못 되는 군대생활에서 마주친 100명 남짓한 인연들을 그 때 당시를 회상하며 "너는 책 읽는 모습밖에 기억이 안나"라고 말한다. 드는 나로서는 듣기 좋은 말이다.

책을 읽음에 있어 장소나 상황을 구애받지 않는 편이다. 어디든 읽을 책만 있다면 몇 시간이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소음도 상관없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쟤는 클럽에서도 책 읽을거야"라는 말을 시험해보지는 않았지만 가능할 정도로 책 읽는 데 있어 상황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독서는 각 잡고 하는거야. 바른 자세, 밝은 장소에서 읽어야 집중도 잘 되고 깊게 읽을 수 있지"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렇게 아무데서나 읽어서야 글이 눈에 들어오겠어? 라고 핀잔주시는 분들도 있다. 버릴 것 없는 말씀이시다. 때로는 각 잡고 독서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시험공부를 위해 전공서적을 탐독해야 할 때가 그렇다.

휴가 나가는 군인이 배를 기다리며 전공책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적어도 나는 그렇다). 배를 기다리며 주로 읽었던 책들은 소설집이나 에세이 등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었다. 두껍고 빽빽한 어려운 책들에 갇혀 살다가 잠깐 숨 돌릴 수 있게 하는 책들을 읽었다. 그렇게 읽으면 배를 기다리면서도 두세권씩 읽곤 했다. (몇 시간 동안 몇 권을 읽어버리니까 깊게 안 읽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책 읽을 시간이 없어"라고 말한다. 학생이면 공부, 직장인이면 출퇴근, 업무, 그리고 부모라면 자녀양육 등 할 일이 차고 넘치는데 독서할 틈이 어디 있냐는 것이다. 그분들의 삶을 100%함께하지 못하기에 함부로 재단할 수 없지만 보통 이런 말들은 독서를 '각 잡고' 하려다보니 나오는 말이다. 자리 잡고, 여유있는 상태에서 집중해야 하는게 독서인데, 일상에 치이면 독서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잠깐의 틈이 나는 법이다. 통학•출근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동하는 중에, 점심 휴식 시간에,퇴근한하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놓치고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런 시간을 적극 활용해보자. 상당히 알찬 독서가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이 가벼운 에세이나 소설을 읽는다면, 결코 부담스럽지 않는 선에서 의미있는 독서가 가능할 것이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무겁고 깊은 책까지 읽을 수 있는 내공이 생긴다.

쉬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쉬어야지 왜 독서를 하며 피곤해지냐 라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그냥 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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