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빛 바랜 거리 표지판과 오래된 건물들의 외벽은 마치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서 있다. 바닥에 놓인 동전 몇 개, 그것은 그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에 스쳐 지나갈 운명이다. 한쪽 끝에서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그들의 뒷모습은 각기 다르게 흩어져간다. 그곳에, 나를 위한 자리는 없다.
펜타클 5의 카드처럼, 그곳은 언제나 끝자락이다. 이미 멀리 지나쳐버린 자리는 아무리 애를 써도 되돌아갈 수 없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은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그곳은, 누구의 것도 아닌 자리가 되어버린, 텅 빈 거리 한복판이다. 손끝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는 냉기처럼, 나는 이제 더이상 그곳에 속할 수 없다.
길게 이어지는 그 거리에서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먼저다. 그들이 지나간 길을 뒤따라갈 뿐이다. 내게는 그들이 남긴 흔적을 좇아갈 수밖에 없고, 그 흔적들이 결국 나를 밀어낸다. 그것은 마치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을 가진 채, 그 무엇도 손에 쥘 수 없는 고통과도 같다. 무엇을 찾으려 해도 손끝은 공허하다. 이 거리에는 단지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 나를 위한 공간은 없다.
혹자는 이 거리가 차가운 현실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 현실에서는 때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이 전혀 없다. 노력해도, 애써도, 끝내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나는 그저 이 거리에서 나를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들의 표정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처럼, 나와는 동떨어진 존재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들처럼 살아가고자 한다. 그들은 그 거리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았고, 그 자리가 그들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들의 삶을, 그들의 자리를 부러워하며 바라본다. 하지만 그들의 자리는 내게 닿을 수 없는 곳이다. 그곳에는 나의 발이 닿을 수 없고, 나의 손이 닿을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설 수 없는 벽처럼,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는 구석에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 자리는 그들이 마련한 자리일 뿐, 나는 그 자리에 끼어들 수 없다. 이 길을 걷는 모든 이가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처럼, 나도 내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길이 끝자락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이 현실이 끝이라면, 그 끝자락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지나가는 이들의 그림자 속에서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까? 그것이 내게 주어진 현실이라면, 나는 그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마 그 답은 언제나 불확실하고, 그저 가슴속에 아픔으로 남을 뿐일 것이다.
그곳에는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 그곳은 나와는 관계없는, 이미 다른 이들이 채운 공간이다. 그 공간을 벗어나려 해도, 내게 주어진 현실이 내 발목을 잡는다. 그들은 내게 손을 내밀지 않으며, 나는 그곳에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나는 그저 그곳을 떠나기를 바라지만, 언제나 끝없이 반복되는 현실 앞에서 나는 고개를 떨궈야 한다.
***
펜타클 5 카드가 드러내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그 안에는 잠재된 희망이 존재한다. 이 카드는 흔히 가난과 고립, 절망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그 고통을 지나야만 얻을 수 있는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바닥을 치는 순간,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현실의 벽을 마주할 때, 우리는 더이상 외부의 기대나 인정에 의존하지 않고, 내면의 강인함과 자원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그 길이 험난하고 외롭지만, 결국 그것은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고,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