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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rtbus Mar 06. 2024

나는 학자다

: 성폭력의 피해생존자는 나를 설명하는 하나의 조각일 뿐

본캐로 돌아오려 한다:)

학위를 받고 난 후부터 나는 학계에서 주로 박사, 혹은 연구자 또는 신진학자로 불린다. 사실 '신진'이란 말을 붙이기엔 좀 민망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불리더라.


나에게 있어 브런치라는 공간은 나의 수많은? 성폭력 피해 경험을 다수의 멋진 독자들과 조잘조잘 수다 떨듯 나누는 공간이었다. 애초에 아동+친족 성폭력이라는 바윗 덩어리를 조약돌로 바꾸어 저글링 하는 나의 모습을 다른 피해생존자들, 특히 여성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니까(https://brunch.co.kr/magazine/wannabeme). 그러다가 의도치 않게 또 다른 성추행 피해를 입고 2차 가해를 톡톡히 겪으면서 이 공간은 학계에서 신진+여성 학자 피해자가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 생생하게 공유하는 장이 되었었다(https://brunch.co.kr/magazine/sexualviolence). 그 과정에서 내가 위로와 공감을 받기도 했고 나도 누군가를 토닥토닥 하도 했고.


그리고는 한 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는데... 이제 또다시 글을 끄적여 보려 한다.

이번에는 학자라는 본캐로서.



'학자'라는 이름은 나에게는 꽤나 무겁다. '학자란 무엇인가' 또는 '내가 학자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종종 던지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는 '감히'라는 부사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내가 감히 나를 학자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일부러 더 과감하게 이 글의 제목을 붙였다. 이 질문에 언젠가는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도록 채찍질하려고(근데... 써 놓고 나니, '나는 가수다' 패러디 같기도 하고..ㅎㅎ).


'아동+친족 성폭력 피해생존자'라는 긴 수식어에다가 '학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이곳 브런치에 나의 연구주제(이민정책, 이민정치, 다문화주의, 여성정책, etc)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 려 한다.

그 이유는,

내가 피해생존자이기 때문에 이런 영역에 학문적 관심을 갖게 된 것일 수도 있고, 역으로 나의 관심사가 나를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탈피(脫皮)하게끔 도와준 것이기도 하다는 판단이 들어서 이다.


그리고 부차적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그 망할 '피해자다움'에 살짝궁 스크래치를 내기 위해서이다.

'이 여자처럼 친오빠에 의한 성폭력을 온-오프라인에서 수다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구나. 근데 공부하는 학자라네... 신기한걸...' 뭐 이 정도면 철옹성과 같이 단단한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에 대항해서 미약한 개인이 끌어낼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아닐까?:)


건투를 빌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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