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원효대교를 건넜다.
다리가 참 길다며 이 정도면 한강 괴물이 나올 만도 하다는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는,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드라이브였다. 다리를 건너면 강변북로를 탄다. 강변북로에 진입하면 처음 운전하던 때가 늘 생각난다. 초보였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은 늘 밤이었다. 진입 후 옆 차선으로 빠지지를 못해 몇 번이고 1차선 그대로 다시 출구로 나갔다가 다시 강변북로에 진입하고는 했다. 가끔은 이렇게 돌다가 집에 못 가는 게 아닌지 차선 하나 못 끼어드는 나에게 화가 나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초보운전 딱지를 뗄 때쯤에는 여유가 생겨 한강을 감상하기도 했다. 밤에 빛나는 한강 다리와 불빛이 반사된 한강이 참 예뻤다.
요즘은 직접 운전을 하지도 않고 워낙 익숙한 길이라 딱히 한강을 쳐다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쪽을 바라보며 내가 얼마 전에 사이버 임장으로 구경했던 집이 저 집이었나? 라며 두리번거린다.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일이지만 성공해서 언젠가 한강이 보이는 멋진 빌라에 살아야지라는 마음으로 부동산 앱을 켜서 매물을 구경하다 보면 동기부여가 되곤 한다. 여튼 이렇게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의 마무리에 다가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무언가가 번쩍하고 나타났다. 한강공원에서 누가 불꽃놀이라도 하나? 작은 불꽃을 잘못봤나보다 하고 넘어가려했는데, 또 한 번 번쩍 이번엔 새빨간색. 그냥 매점에서 파는 불꽃으로는 나오지 않는 사이즈로 번쩍.
아무리 봐도 방향은 직선. 앞에는 주택밖에 없는데 "왕궁맨션이 재건축 축하파티라도 하나보다. 역시 부자들은 스케일이 달라." 정체 모를 불꽃놀이에 신이 나서 아무 말이나 던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앞으로 가니 주택이 아닌 한강에서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예뻤다.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으니 남자친구가 차를 반포대교로 돌려줬다. 더 가까이서 보게 해주겠다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반포대교를 서행하면서 함께 불꽃을 쳐다봤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고 걷다가 멈춰서서 한참을 불꽃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불꽃을 즐겼다.
요즘 뭘 해도 빅재미가 없었는데 우연하게 만난 불꽃놀이 덕분에 어린아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행복을 즐길 수 있었다. 아직도 누가 왜 불꽃을 쏜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날 한강에서 불꽃놀이를 한다는 홍보글은 찾을 수 없었다. 가을에 있을 불꽃축제에 앞서 리허설을 한 게 아닐까 혼자 추측하고 있는 중이다. 이날 불꽃놀이가 내게 준 작은 행복을 떠올리며 며칠, 몇달을 지낼 것 같다. 효과가 가실 때쯤에는 새로운 행복과 재미가 찾아오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