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8
1.
치료기
정말 회의감 든다.
뭐 딱히 특별한 얘기도 아니지만서도
원인이 복합적이긴 했던만큼
가족사라던가하는
좀 더 깊은 얘기를 언급하지 않고는
치료기가 읽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꺼내기는 조심스럽다.
언제나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싶다.
그래서 더 그런가보다.
치료기를 써내려가는데
솔직하지 할 수 없음에
마음이 영 불편해!
아, 어쩌면 여기까진가보다-!
사실 좀 두렵긴 했다.
나 스스로에게도,
또 포기하는 거잖아.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진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도,
했던 말들이 있잖아!
혹시 변덕은 아닐까...?
시간을 들여
여러 각도로 고민해본 결과,
그냥 솔직하게 인정하고
위의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하는 게 맞다고 봤다.
딴 얘기같지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념인데,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나를 드러내는 건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덕을 쌓고 난 뒤
그 다음에 오는 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나를 먼저 보살피고, 내 가정을 보살피고
내 업으로 덕을 쌓아
존경하는 선배들에게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을쯤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을 품을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그릇이 만들어지는 거다.
좋은 거라고 마구 담으려하다보면
그릇은 깨질 수 밖에 없다.
2.
출발선
ADHD를 발견했던 건
그 자체로 내 삶의 터닝포인트였다.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생활습관 개선, 운동 등...
일상생활이 '조절'되게끔
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었다.
그리고 치료 5개월차에 접어든
지금에와 문득 돌아보니
이 모든 건
그저 내 맘 하나
편안히 둘 곳이 없"다는 생각"
의 자연스러운 귀결일 뿐구나 싶다.
사람은 믿고 싶은대로 믿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심지어 느끼고 싶은 대로 느낀다.
소위 '가치관',
'생각(주관)',
'감정(기분 또는 느낌)'
이라 불리우는 것들이리라.
그리고
내 안에 자리잡은 가치관, 생각, 감정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가 원치않았던 것들을
하나하나 바로 잡아나가기 시작한 것 모두
내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혼자서는 결코 해낼 수 없었던 과정이었던만큼
치료를 하다보니 뜻밖의 소망?이 생겼다.
마음 편히 둘 곳 없어
애먼 곳만 분주히 뒤쫓고 있는
나를 닮은 얼굴들이 참 많다.
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
담담히 "나도 우울했던 시기가 있었어"
하는 시절이 오더라도
그 때의 나는
그 간절했던 절박함, 외로움과 두려움을
잊지 않았음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지금은 능력 밖의 일이지만,
그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가 찾아나갈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작업들을 하고 있는 나로
성장해있기를 바란다.
3.
브런치의 글들은 당분간 공개해두는 걸로.
(답변은 많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게 함정^^!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