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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현의 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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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혜 Sep 27. 2024

타오르는 광주의 초상

240908

비엔날레(Biennale)는 2(Bi) 년마다(annual) 개최하는 국제미술전이다.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며 정신을 담론하는 장이다. 국내는 광주와 부산을 필두로 지방 유치 꾀한다. 조성은 거개 본전시와 파빌리온(국가관)이다. 본전시는 개최국 역량을, 파빌리온은 참여국 다양성을 확인할 기회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통탄스러운 알레고리다.


오페라적 전시라 홍보한다. 세 가지 섹션과 다섯 전시실은 일편 소리로 통일한 듯하나 차별성 짚기 난해하다. 두루뭉술 구획한다. 작품 소개는 뜬구름 잡는다. 이것저것 담으려 욕심낸다. 현대 미술이 그렇지 뭐,라는 대답은 게으르다. 뻔뻔한 답습이다. 절망은 기지의 재생에 기인한다. 대부분 심상을 과거로 설명한다. 얼기설기한 모자이크 형태다. 이를테면 다음처럼.


향을 태우는 해프닝은 국립현대미술관 오인환 <남자가 남자를 만나는 곳, 서울> 작품을, 바닥에 놓인 과일은 2024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부패> 연작을, 천장에 주렁주렁 달린 피륙은 아트선재센터 《댄 리: 상실의 서른 여섯 달》 전시를, 내장 본뜬 그로테스크 영상은 부산시립미술관 이형구 <Nitroglycerin> 설치를 떠올리게 만든다. 당대 복제를 궁극 지향하지 않을 텐데. 핍진성조차 결핍한다.


시간이 흐르면 작업물은 쌓인다. 모티프 중복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주제 전하는 내러티브마저 진부하다면. 템플릿 찍어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사운드 운운해도 강렬한 청각 체험은 없다. 비난 말고 비판을 하고 싶다. 한숨만 나온다. 고뇌는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 몫이어야 마땅하다.


건물은 흔한 관공서 양식에서 일보 전진한 골기다. 미관이 뛰어나지도, 바닥과 천장이 청결하지도, 온습도 적절하지도, 조명 조향 센스 돋보이지도, 동선이 기발하지도, 공간과 작품이 조응하지도 않는다. 본전시는 비엔날레 얼굴이고 전반은 촌스럽다. 관람을 마치자 처참한 심경이 날것으로 내달린다. 조국 존망에 가슴 치는 독립 운동가를 떠올린다.


이곳이 대한민국 현주소라면, 초상이라면. 세계 무대 내놓기 부끄러운 행색이다. 예산이 부족했나. 돈이 없었다면 문제고, 있었다면 더 문제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빠짐없이 실망스럽다. 깊은 실망인가, 뾰족한 실망인가. 속으로 삐쭉 파고든 실망이다. 기차 왕복 값으로 키아프리즈 티켓 구매하면 값어치만큼 흡족했을까. 아트 페어 마다하고 타지에서 실망으로 배부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본전시 탈출하자 상황은 나아진다. 인상 짙게 재미난 파빌리온 조우한다. 독일, 미얀마, 덴마크. 개장 이틀 차라 살필 후기 없었다. 조언 들었다면 만족도 높겠다. 본전시에 힘 빼지 말고, 여러 파빌리온 살피라고. 친절한 광주 시민 덕에 마감은 부드럽다. 양림골목 비엔날레가 알짜다. 작은 미술관 순회하며 숨은 공간 발굴하면 쏠쏠하겠다.


240304
1. 서점 한구석에 서서 여행 서적들을 뒤적이고 있노라면 혼자만의 달콤한 비밀을 간직한 사람처럼 마음은 간질거리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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