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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바늘 Nov 09. 2023

02. 불행하기 싫다.

행복이 아닌 불불행인 이유

  나는 불행을 싫어한다. 불행은 싫은 것을 경험하는 상태를 하나의 단어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불행이 싫다는 말은 사실 싫은 것들이 싫다는 동어 반복이다. 우리는 당연하게도 불행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만약 불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 이미 통달한 현자의 상태나 지독하게 특별한 취향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 글은 불행이 너무나 싫어서 남은 생을 행복하게, 아니 불불행하게 살고 싶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내게 불행은 명확한 것이었고, 불행하지 않은 상태도 명확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이라는 단어는 늘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 대신에 불불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허상을 쫓다가 결국 늘 ‘불행’ 한 상태로 남게 된다.


  우리는 막연히 행복한 삶을 꿈꾸곤 한다. 그러나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 문제는 수많은 철학자들이 매달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왜 사는가? 만큼이나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삶의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여겨지는 의식주의 안정이 행복의 기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최소한의 조건은 잘 살펴보면 우리가 끔찍하게 불행하지 않을 조건일 뿐이다.


  그렇다면 써도써도 남을만한 돈이 있는 것이 과연 행복인가? 상위 1%의 부자가 모두 행복한가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차고 넘치게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그 자신에게는 계속해서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루 15시간씩 일하면서 매달 천만 원을 버는 삶이 행복한 사람과 하루 4시간 일하면서 매달 삼백만 원을 버는 삶이 행복한 사람이 있다. 행복의 기준은 각각 다르고, 결국 그 기준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나 나의 행복에 대한 기준을 찾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우리는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가졌을 때, 기쁨을 느낀다.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출근은 행복한 것이 된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나 꼭 가고 싶었던 곳을 여행할 때는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일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그러니까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남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 또한 우리는 끊임없이 욕망하도록 우리를 조종소비 권장 사회에 노출되어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이 세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다양한 욕망하는 것들이 있었다.


  서울 한강뷰 아파트에 사는 것, 명품 브랜드 가방을 가지 것, 대기업에 다니는 것, 1년에 한번 해외 여행을 가는 것, 결혼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 그것은 다들 좋다고들 말하는 탓에 정말 좋아 보이기 때문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불행 또는 불불행 - 정바늘


불불행한 삶을 위해, 싫은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하지만 싫은 것을 찾는 것은 꽤 쉽다. 싫은 것은 심지어 굳이 찾을 필요도 없다. 우리는 매일 싫은 것에 노출되고 그것이 싫다는 감정을 자주 느낄 수 있다. 하기 싫은 일부터 나와 맞지않는 성격의 사람까지 강제로 부딪히게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세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두 가지가 함께 존재한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고 고통이 있기에 즐거움이 있다. 어둠을 겪어본 사람만이 빛의 감사함을 알 수 있고, 가난의 고통을 겪은 사람은 풍요를 진정으로 누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싫은 것으로부터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로부터 불불행한 삶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불행은 정말 싫은 것이지만, 지금까지 겪은 불행은 우리에게 자신을 알게해줄 기회를 준 감사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불행을 겪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불행하지 않는 삶을 누리고 감사하기 위해 필요한 불행의 양은 지금까지 겪은 불행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니까 불행을 충분히 싫어하자. 그래도 괜찮다


지금 당장 불행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오늘 불행했다면, 내일도 불행할 것이다.

  

  이 말은 저주가 아니라 과학적인 사실이다. 3차원의 세계를 사는 우리에게 내일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행한 현재를 더 행복할 미래를 위해 인내하는 시간으로 포장하고는 한다. 하지만 ‘미래’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내일을 겪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일이라고 믿었던 것은 사실 어제 기준으로 말한 오늘일 뿐이다.

  

  5년 후라고 말하는 것은 5년 전의 내가 말한 오늘일 뿐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늘 현재이고, 그래서 더 나은 미래라는 허상은 결국 과거에 상상한 오늘에 불과하다. 오늘 불행하다고 느끼면, 내일도 불행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바로 지금, 그러니까 매일 불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생각하는 내일도 먼 미래도 불행하지 않게 된다.


  다음화 부터는 본격적으로 내가, 우리가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그것들의 존재 이유를 분석해보고 싫은 이유를 분석해보고 싫은 것을 없애 버리거나 여전히 존재하더라도 불행하지 않을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러니 싫은 것이 많은 우리들이 계속 함께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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