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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바늘 Nov 13. 2023

05. 일이라는 불행에서 벗어나는 방법

진정 불불행한 삶을 향해


일이라는 불행에서 벗어나는 방법


  우리가 일 때문에 왜 불행한지를 알았기 때문에, 이제 벗어날 방법을 알아보자. 나는 이를 몇 단계로 나누어보았다.


1단계. '일'자체 때문에 불행하다는 생각은 착각임을 알기

2단계. 싫은 점으로부터, 나의 열정 유형 알기

3단계. 싫은 점으로부터, 나에게 딱 맞는 일을 찾기

4단계.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하기

보너스단계. 회사와 나를 분리하기


1단계. '일'자체 때문에 불행하다는 생각은 착각임을 알기

독일 철학가 헤겔과 카를 마르크스는 노동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일한다는 것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노동하지 않는 것은 인간성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가짜노동 -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일은 인간의 내면을 외면화 시키고 외부를 내면화시키는, 세계와의 상호작용이다. 일반적으로 일이라고 하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노동만 떠오르지만, 이는 사회에 돈이라는 도구가 생기고 나서 새롭게 생겨난 방식이다. 일에는 집을 청소하고 이불을 빨래하고 비행기 모형을 조립하고 취미로 가죽으로 지갑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세계와 소통함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


  일이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 오명과 달리 우리는 일하지 않고는 존재하는 기쁨을 누릴 수가 없다. 일은 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할 때 불행해지는 요소다. 일하기 싫은 이유는 일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어떤 일을 하는가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어떤 일을 해야 불행에서 벗어날지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2단계. 싫은 점으로부터, 나의 열정 유형 알기


  심리학에서는 일에 열정을 보이는 방식에 따라 사람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적합 이론가(fit theorist)와 개발 이론가(develop theorist)다. 적합 이론가의 경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만 열정이 발생하지만 개발 이론가의 경우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몰두함에 따라 열정이 커진다고 한다. 내게 진짜 맞는 일을 찾기 전 내가 어떤 유형인지를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적합 이론가의 경우 열정이 생기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는지가 중요하지만, 개발 이론가의 경우 일의 종류보다는 조직이나 사회가 내게 보이는 존경과 감사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떠올려보자. 나는 지금 일이 왜 싫은가?


- 내가 하는 일에서 존경받지 못한다.

- 내가 기여하는 바에 비하여 적은 보상을 받는다.

- 같이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

- 더 잘하고 싶은데 어렵고 실수를 한다.


 또는


-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

- 이 일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 이 일을 잘하고 싶은 의지가 없다.

-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고 하더라도 이 일이 싫을 것 같다.


  위 항목 중 자신이 일을 싫어하는 이유와 더 적합한 그룹을 찾아보자. 위 그룹의 내용에 더 공감했다면 당신은 개발 이론가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아래 그룹의 내용에 더 공감했다면 적합이론가일 가능성이 크다.


개발 이론가라면


  당신이 개발 이론가라고 느껴진다면 지금 하는 일과 관련된 곳에서 적성을 찾아보자. 당신이 일에 숙련될수록 불행의 빈도는 줄어들 것이다. 차근히 경력을 쌓고 당신이 잘하는 일의 범위 내에서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면 된다. 실력이 늘어감에 따라 당신은 연봉을 올리거나 업무환경이 더 좋은 곳, 더 존경받는 위치로 이동할 수 있다.


  당연히 내일 더 나아진다는 것을 알고 일에 대해 걱정하고 생각하는 시간 자체를 줄이면 좋다. 퇴근 후에는 일에 대해 생각하여 괜한 불행을 느끼는 대신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고, 주말에 취미생활을 즐기고, 여름휴가에는 해외여행을 떠나자. 


적합 이론가라면


  당신이 적합 이론가라고 느껴진다면, 그리고 지금하고 일이 미치도록 싫다면,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당신은 그 일을 잘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그 일에 아무리 숙련된다고 해도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당장 다른 일을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직 자신에게 정확히 맞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더는 미루지 말고 자신에 대해 분석하고 생각해야 한다.


  개발 이론가들이 퇴근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 시간에 똑같이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스트레스를 풀어도 그 일을 하는 이상 매일이 불행할 수밖에 없다.


3단계. 싫은 기분으로부터, 나에게 딱 맞는 일을 찾기


  사실 지금 하는 일이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적고, 내가 해고당할 가능성이 적으며 어쩌면 연봉도 꽤 만족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안정적인 일이 최고야. 누가 일을 좋아서 해? 돈 벌려고 하는 거지. 5년만 버티자. 자식을 생각하자. 부모님을 생각하자. 다 이렇게 살아. 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일이 힘들 때마다 생각했다. 어차피 회사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다. 어딜 가나 미친놈은 있다. 이 정도 연봉이면 감지덕지다. 가진 것에 감사하자. 긍정적인 마음이 만병통치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생각에 생각을 통해 나 자신을 다잡고자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행했다.


  나에게 딱 맞는 일을 찾기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릴 때는 재미있는 것들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꿈도 열정도 사라진 것만 같다. 우리가 딱 맞는 일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다.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좋다.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일을 찾으려고 할 때 이런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이 일이 앞으로 전망이 있을까? 이 일이 돈이 될까? 이 일을 하면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할까? 친구들이 부러워할까? 해봤는데 별로 안 맞으면 어쩌지? 망해서 거지가 되면 어쩌지?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쩌지? 웃음거리가 되면 어떡하지?


  딱 맞는 일을 찾을 때만큼은 생각을 멈춰야 한다. 집중해야 할 것은 우리의 감정이다. 이번에도 생각을 해볼 것이지만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일을 시작해야 할 때 기분이 어떻지?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일을 마쳤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일 자체가 아닌 부수적인 것들(동료, 연봉, 집과의 거리, 업무 시간, 복지 등)은 배제하고, 진짜로 일을 집중해서 할 때의 기분에 집중해 보자.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 아닌지는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 알려줄 것이다.


  이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이지만, 그 일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직접 해보지 않고 내 기분을 예상만 해서는 자신이 진짜로 느낄 기분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아주 쉬운 예로 우리는 운동하면 기분이 나빠질 것이라 예상하지만 막상 운동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캠핑을 하면 즐거울 것이라 예상하지만 막상 가보면 전혀 재미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일을 한 순간에 바꾼다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찍먹'이나 '사이드 프로젝트'가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찍먹이라는 말은 탕수육에 소스를 부을 것이냐, 소스에 찍어먹을 것이냐 하는 유머 섞인 논쟁에서 시작된 말로, 현재는 새로운 것을 깊이 파고들기 전에 한번 시도해 보는 행위에 대해서도 쓰이고 있다.


  일에도 찍먹이 필요하다. 대뜸 자격증 취득반을 등록하기보다는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해 보거나, 다양한 N잡의 시대에서 한 가지 사업을 위해 대출이나 사무실 계약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부분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나의 일 - 정바늘

  

4단계. 회사가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하기


  남의 꿈 이뤄주는데 나를 갈아 넣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기가 어렵다. 일은 적을수록 좋은 것 같고, 클라이언트의 수정요청 하나하나가 귀찮고 짜증 나는 일이 된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면서 시키는 것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재주는 내가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스트레스가 나를 괴롭힐 때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내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회사의 시스템이 내게 득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예측가능한 수입

  회사 안에 있으면 쉽게 잊게 되지만, 내가 회사에 기여하는 것만큼 회사가 득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는 일이 많을 때에는 물론 더 큰 수입을 얻지만 일이 적을 때는 적은 수입을 얻는다. 회사에 있는 한 일이 적어도 일이 많아도 예측가능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공짜 직무 경험

  회사에서는 내가 어떤 일을 해야 수입을 얻을 수 있는지 놀랍게도 공짜로 가르쳐준다. 개인 작업만으로 독보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낸 소수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프리랜서 및 개인사업자들은 회사에서의 경험과 경력을 통해 독립에 성공한 경우가 많다.


  '실드'

  회사는 알게 모르게 내 인생의 방패가 되어준다.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부탁을 거절할 때 가장 편리한 변명은 '저희 회사 정책상 불가합니다'라는 말이다. 스스로 융통성을 발휘하고 싶을 때는 답답할 수도 있지만, 나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회사라는 방패덕에 쉽게 문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사장이라면 융통성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크게 늘고, 그러다 보면 내가 진짜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요소들까지 직접 신경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처음에는 자유롭게 느껴지지만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다.


  회사를 이용하자.


  아주 많은 전문가들, 심지어 자신의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들도 회사의 보호아래 일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퇴사하고 혼자 일하는 방법을 몰라서 안 할까? 남들이 가라고 하니 회사에 다닐까? 혹은, 그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참고 회사를 견디고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그들은 회사에 다니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회사를 선택했을 것이다. 5년 후, 10년 후는 다를지 몰라도 지금은 회사에 있는 것이 낫다고 말이다. 회사라는 곳을 단순히 월급 주니까 억지로 끌려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루하루가 고통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공짜들을 살펴보면 마음을 달리 먹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공짜 회사 시스템 경험, 공짜 N 년의 직무 경험, 공짜 사회생활 경험, 공짜 명함, 공짜 규칙적인 생활, 공짜 에어컨(없다면 퇴사하자), 공짜 콘텐츠(말할거리), 공짜 인맥을 얻을 수 있다. 어쩌면 공짜 커피, 공짜 간식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많고 많은 공짜들을 최대한 '뽑아먹을'작정으로 회사를 다니면 생각이 바뀌고 기분이 바뀌고 실력이 바뀐다. 월급이 적어 불행하다는 생각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내게 딱 맞는 직무가 아니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싫은 것을 해내는 경험을 배우고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배울 환경을 충분히 제공하는 상식적인 회사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보너스 단계. 현 직장에서의 나를 진짜 나와 분리하기


  내가 어떤 유형인지도 알고, 불행하지 않을 준비가 되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견뎌내야 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당장 지금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릴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큰 위험을 쉽게 떠안을 수는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준비 없이 당장 관두는 것은 추천하는 방법이 아니다.


  만약 현재 수입을 갑자기 포기해 버린다면 우리는 모아둔 돈이 떨어지기 전까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시간의 압박을 받게 된다. 설령 빠른 시간 내에 찾아냈다고 해도, 그 일로 언제 수입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불안을 잘 이용할 수도 있지만, 굳이 불안을 느낄 가능성이 큰 상황에 당장 뛰어들 필요는 없다.


  각자 자신에게 꼭 맞아서 일로부터 불행한 순간보다 즐거운 시간을 더 자주 느낄 수 있게 될 때까지 아직 많은 시간을 지금처럼 보내야 할 수도 있다. 그 시간을 덜 불행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자아와 내가 진짜 '나'라고 생각하는 자아를 분리하는 방법을 제시해 본다.


  회사라는 시스템이 빌린 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라 내가 제공하는 노동력이다. 나는 그 부분만큼은 최선을 다해 빌려준다고 생각해 보자. 마치 로봇이 나 대신 출근했다고 여겨보자. 이건 정신 승리에 불과할 수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불행에서 멀어지는 것임을 기억한다면 해볼 만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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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빠르게 실패하기 - 존 크럼볼츠, 라이언 바비노

[CEO 심리학] 맞는 일 찾아야 열정 생길까… 뭐든 몰입하면 열정 솟을까 https://www.mk.co.kr/news/business/9452777

리얼리티 트랜서핑 - 바딤 젤란드

트렌드 코리아 2024 - 김난도 외

행복의 기원 - 서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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