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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디자인 Jan 25. 2019

2019 서울디자인스팟
#1 경의선 숲길

월간 <디자인> 2019년 2월호

취향과 정서를 파는 동네

경의선 숲길


한때 홍대 앞은 음악, 디자인, 예술의 아지트였다. 하지만 거리 곳곳에 상업 시설이 들어오고 자본에 품을 내주고 나자 치솟는 임대료와 번잡함을 견디지 못해 홍대 변방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디자이너들도 이런 흐름에 자연스레 동참했다. 홍대에서 한발 물러난 연남동, 연희동, 합정동 등에 디자이너의 작업실과 스튜디오, 브랜드 숍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하지 않게 취향과 콘셉트에 맞는 공간이 꾸려졌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경의선 숲길이 조성되면서 그 지역은 더 넓어졌다. 명확한 콘셉트와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가진 디자이너와 로컬 브랜드가 모이면서 동네 네트워크가 생겨났고, 그 정서와 취향을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취향의 품격

취향관

취향은 곧 자존과 품위다. 하지만 얕은 취향이 범람하는 시대에 취향을 나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취향관은 우리 시대 살롱 문화를 권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취향을 탐닉하고 협업을 도모한다. 취향관 공간은 은밀하면서도 개방적인 문화 살롱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마당이 있는 이층집을 개조했다. 고풍스러운 마감 재료나 아치 문짝, 비밀의 문 같은 디자인적 장치로 신비함을 더하고 응접실과 바, 거실이 있는 1층은 편히 오가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공간에 자유롭게 머물며 매일 밤 열리는 다채로운 살롱에도 참여할 수 있다. 

대표  고지현, 박영훈
브랜드 아이덴티티  취향관(대표 고지현· 박영훈), project-chwihyang.com
운영 시간  평일 16:00~24:00, 주말 14:00~23:00(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5길 20
웹사이트  project-chwihyang.com
인스타그램  @chwihyang.gwan 
©송기현




몽글몽글 폭신폭신 쇼룸

웜그레이테일

웜그레이테일은 자연을 소재로 한 일러스트레이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슥슥 그린 듯한 단순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레이션을 바탕으로 유행과 무관하게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쌓아왔다. 망원동에 위치한 쇼룸도 그들의 그림같이 몽글몽글한 공간이다. 김한걸, 이현아 공동대표는 쇼룸에 들어섰을 때 외부와 다른 공기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접 공간을 구성했다. 그림이 잘 보이도록 가구는 나무로, 벽 색상은 흰색으로 통일했으며 그림의 색감이 최대한 잘 드러나도록 조도를 높였다. 채광 좋은 오후에 들르면 내내 해가 들어 웜그레이테일 작품의 포근함을 한층 더 즐길 수 있다. 

대표  김한걸, 이현아
브랜드 아이덴티티·인테리어 디자인  웜그레이테일(대표 김한걸·이현아), warmgreytail.com
가구 디자인  제너럴 그레이(대표 김승현·박현정), generalgray.com
운영 시간  평일 13:30~19:30, 주말 12:00~19:30(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94 2층
웹사이트  warmgreytail.com
인스타그램  @warmgreytail




치락치락 넘기는 종이 잡지의 매력

종이잡지클럽

대중문화의 한 조각인 잡지가 대중적으로 소비되지 못하는 시대지만, 종이잡지클럽을 찾는 사람들은 잡지 애호가든 아니든 평균 4시간 이상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롯이 잡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커피도, 맥주도, 와이파이조차 제공하지 않는 공간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건 여전히 잡지가 지닌 힘과 가치 덕분이다. 잡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무채색의 차분한 톤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한쪽 벽면에는 잡지 표지가 정면으로 보이게 배치했다. 꽁꽁 래핑이 되어 있어 콘텐츠를 보고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한 요즘 서점들과는 사뭇 다르다. 김민성 대표가 이곳의 모델을 서점과 도서관 사이 그 어디 즈음으로 삼은 이유다. 보고 싶은 욕구와 소장 욕구는 분명 다르니까.

대표  김민성
브랜드 아이덴티티  토탈임팩트(대표 오영식), total-impact.net
인테리어 디자인  생활방식연구소(대표 이형철)  hclee33
운영 시간  12:00~22:00(일요일은 20:00까지, 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8길 32-15
인스타그램  @the_magazine_club




어른도 즐거운 놀이터

장차 쇼룸

장차는 그래픽 디자이너 차영은이 디자인한 어린이 책과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장차 제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쇼룸도 아이와 어른 모두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작은 공간에 아치형 통로를 만들어 요리조리 구경할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알록달록한 인테리어가 아닌 바닥의 벽돌과 원목 가구로 온화한 느낌을 연출했다. 미니멀하고 묵직한 목제 가구는 다양한 색으로 구성된 장차의 제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테이블의 블록 놀이터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든 창가 공간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인기다. 화려한 키즈 카페에 지친 부모라면 아이 손을 잡고 함께 방문해보길.

대표  차영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장차(대표 차영은)
인테리어·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COM(대표 김세중·한주원), studio-com.kr
운영 시간  평일 11:00~18:00
주소  서울 마포구 망원로6길 41
웹사이트  jangcha.com
인스타그램 @jangcha_hello




빈티지 연필 가게

흑심

누군가는 취향이 담긴 물건을 통해 사유하며 영감을 받는다. 디자인 스튜디오 땅별메들리의 박지희, 백유나 두 대표가 취향과 기준을 가지고 연필을 수집·소개하는 이유다. 왜 연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들의 고민이 이 연필 가게를 오랫동안 기억되는 곳으로 만들었다. 흑심 공간과 가구는 모두 두 대표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오직 연필만을 위한 연필장을 만들었고 나무로 만든 가구와 집기, 노란 조명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은 흑심 공간의 힘이다.

대표  박지희, 백유나
브랜드아이덴티티·인테리어·가구 디자인  땅별메들리(대표 박지희·백유나), ttangbyeol.com
운영 시간  14:00~19:00(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66 3층
인스타그램  @blackheart_pencil




마음을 다해 대충 만든 카페

대충유원지

‘대충 벌어 대충 먹고살자’가 목표인 윤한열 대표가 대충유원지를 만들며 디자이너에게 의뢰한 것은 딱 하나다. 그저 마음껏 만들어달라는 것. 세 스튜디오가 모여 마음을 다해 ‘대충大蟲’을 만들었다. 참고로 대충은 큰 벌레라는 의미로 조선 시대 호랑이를 일컫는 말. 푸하하하프렌즈와 스튜디오 COM 그리고 스튜디오 fnt는 양보와 조율의 과정을 거치는 데 시간을 쏟지 않았다. 그저 각자 하고 싶은 걸 했다. 덕분에 바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조명이 빚어낸 기하학무늬가 잔 위에 떠오르고, 큼지막한 간판 대신 한자로 대충大蟲이라고 쓰인 작은 간판이 달리고, 동네 어르신들도 바에 앉아 직원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열심히 살라는 어줍지 않은 책 한 권보다 마음껏 만든 이 공간이 마음을 다해 대충 사는 것에 대해 말해준다.

대표  윤한열
건축 디자인  푸하하하프렌즈(대표 윤한진· 한승재·한양규), fhhhfriends.co.kr
브랜드 아이덴티티  스튜디오 fnt(대표 이재민), studiofnt.com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COM(대표 김세중·한주원), studio-com.kr
운영 시간  12:30~22:00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6길 37 1층
인스타그램  @daechungpark
©studio Texture on texture




여백을 디자인하는 가구 가게

가라지가게

가라지가게는 이름처럼 차고garage에서 물건을 파는 가게다. 와이즈 건축 장영철 대표가 자작나무 막대기로 만든 빼빼가구를 판매하는데 말 그대로 빼빼한 자태지만, 간결하고 단단하다. 벽면부터 천장, 바닥까지 커버하는 빼빼장은 좁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맞춤 수납장으로 합리적인 가격까지 더해져 1인 가구, 신혼부부 등에게 두루 인기다. 와이즈 건축 사무소 1층 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금호동 가게에 이어 2017년에는 연희동 한 주택가 차고에 가라지가게 간판이 달렸다. 이번에는 6개 가게가 올망졸망 모여 있는 ‘은는’의 차고에 자리 잡았다. 자동차가 주차된 차고 벽면에 빼빼장이 둘러져 있는 곳을 보았다면, 주차장이 아닌 가라지가게이니 지나치지 말길.

운영  와이즈 건축(대표 장영철·전숙희)
브랜드 아이덴티티·인테리어 디자인  와이즈 건축, wisearchitecture.com  
가구 디자인  가라지가게
운영 시간  13:00~19:00(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10-6 은는 지하 1층
웹사이트  garagegage.com 
인스타그램  @garagegage




어쩌다 한결같은 프로젝트

어쩌다 가게@서교

어쩌다 프로젝트가 기획·운영하고 SAAI가 건축을 맡은 세 번째 가게다. 두 건물 지하가 연결된 독특한 구조로 주얼리와 패션 브랜드, 한식당 등 10개 가게가 입주해 있다. 1층에는 어쩌다 프로젝트와 갤러리2가 협업해 신진 작가들의 개인전을 여는 ‘어쩌다 갤러리2’도 운영 중이다. 동네의 맥락을 존중해 다른 건물들 사이에서 도드라지지 않도록 외관을 디자인했다. 치솟는 임대료에 밀려나는 작은 가게들의 연대를 위해 시작한 어쩌다 프로젝트는 어쩌다 가게를 거쳐 어쩌다 집, 어쩌다 책방을 진행했고 어쩌다 산책, 어쩌다 하룻밤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공간과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는 어쩌다 프로젝트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대표  안군서
건축 설계  SAAI(대표 박인영), saai.co.kr
브랜드 아이덴티티  어쩌다프로젝트(대표 안군서)
인테리어 디자인  SAAI, 어쩌다 프로젝트
운영 시간  가게별 상이 
주소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6
인스타그램  @uhjjuhdah




동네 이야기를 모으는 방앗간

연남방앗간

예부터 기름을 짜러 사람들이 모이는 방앗간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다. 연남방앗간은 이 시대의 동네 방앗간이자 사랑방이다. 직접 짠 참기름과 전국 각지 명인의 참기름을 팔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는 북 토크, 미식회, 음악회 등 즐겁고 재미난 일로 사람들이 모인다. 식음료를 기반으로 한 동네 커뮤니티라고 자부할 만하다. 2층 양옥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은 연남동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이다. 높은 천장과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시간의 결이 스며든 나무 계단과 예스러운 몰딩은 오래된 주택 특유의 멋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간을 메운 전국 각지 지역 장인의 제품과 소상공인 창작자의 가치 있는 콘텐츠는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대표  홍주석
브랜드 아이덴티티·인테리어 디자인  어반플레이(대표 홍주석), urbanplay.co.kr
운영 시간  평일 12:00~21:00, 
주말  12:00~22:00(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29길 34
인스타그램  @yeonnambangagan



글: 문은영

담당: 월간 <디자인> 편집부

©월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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