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영감 일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는 생각이 많아지는, 쓰고 싶게 만드는 드라마다.
1화를 보고, 2화를 보고, 3화를 보면서부터는 메모장을 열어 두고 드라마를 봤다. 가슴에 훅훅 들어박히는 대사를 마주칠 때마다 곱씹고 적었다.
많은 대사를 기록해뒀지만 오늘 마음이 가는 문장은 '평범'에 대한 것이었다.
염미정, 산포와의 이별을 결정한 구씨는 짐을 정리하며 미정에게 모질게 말한다. "웬만하면 평범하게 살라"고.
"지금도 지겹게 평범하다"고 답하는 미정에게 일갈하는 구씨의 말이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평범은 같은 욕망을 가질 때, 그럴 때 평범하다고 하는 거야. 추앙, 해방 같은 거 말고 남들 다 갖는 욕망. 너희 오빠 말처럼 끌어야 되는 유모차를 갖고 있는 여자들처럼.” - <나의 해방일지> 12화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웠기 때문에. 남들처럼 생각하고, 남들처럼 말하고, 남들처럼 욕망하고 싶었다.
그게 잘 안됐다. 겉으론 그런 척했지만 내 마음과의 괴리가 너무 커서 항상, 늘, 언제나 괴로웠다.
특별한 것도, 특출난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못 사나. 왜 나는 다르게 생각하지, 왜 나는 못 참지. 모난 정이 돌 맞아 깎이고 깎여 평범한 사람 코스프레가 익숙해졌지만 늘 답답하고, 돌아서면 우울했다.
지금은 안다. 평범하지 않아도 된다는걸. 그땐 시대가 너무 후졌고, 나도 너무 어렸다. 그때에 너무 익숙해져 여전히 평범이라는 껍데기를 완전히 벗지 못하는 내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젠 나는 다르다는 걸 애써 숨기지 않는다.
나는 남들이 욕망하는 모든 걸 욕망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지 않는 것도 많고, 하지 않는 것도 많다. 그렇지만 나만의 것을 한다. 읽고, 보고, 대화하고, 쓰고... 그런 것들.
<나의 해방일지>에서 이 문장이 큰 위로가 된 점은 역시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거였다. 다들 평범한 척하는 거였어. 다들 연기하고 사는 거였어.
우리 모두가 안쓰럽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추앙해야 하는가 보다. 해방되는 그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