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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글 Jan 27. 2024

미소를 띠어 보기

결국은 해피엔딩

방글이라는 내 이름은 나를 방글방글한 이미지로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도 나는 잘 웃는 편이고, 어색하거나 기쁘거나 애매하거나 난감해도 웃는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그걸 이용하는 사람을 만나고는 한다. 근데 이 웃음이라는 게 웃긴 게, 화나거나 힘든 상황에서 빛을 발휘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 이유가 있다. 최근 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중학생을 상대로 수업을 몇 달 동안 진행한 적이 있는데 수업 전 필요한 사항을 담당자와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했었다.


이 담당자가 어찌나 성격이 급한지 자기 할 말만 하기 바빴고 내 이야기를 혼자 잘못 이해해 오해를 하거나 약간의 화를 내는 경향이 있었다. 처음 보는 스타일의 사람이었다. 초반에는 당황해서 듣고만 있다가 또 나를 오해하는 발언이 시작되자 나는 큰소리로 내가 할 말을 전했다. 그쯤 되면 눈치껏 적당히 할 만도 한데 어찌가 불도저 같은 사람인지 이 사람 때문에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만나기도 전에 이렇다니, 정말 나는 운이 없는 걸까 싶었다. 드디어 대면으로 만나는 순간, 긴장을 빡! 하고 담당자를 만났다. 실제로도 성격이 엄청 급했고, 재확인의 재확인을 하느라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녀는 기억력이 상당히 나빴다. 그건 정말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다. 또 나를 오해할 일이 생겼고, 이렇게 홍시(?)처럼 물러터지게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내 주장을 펼쳤다. 그렇게 하루 이틀 몇 달이 흐르고 나는 그분의 스타일을 정확히 익혔다. 그리고 매일 웃는 얼굴과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감사한 일에는 감사를 아주 크게 표현했다. 그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지치는 시간이었지만 미소로 먼저 맞이했다. 나에게 돌아오는 건 반응은 밝고 씩씩하고 상냥한 사름으로 인지하고 칭찬해 주셨다. 최근에 겪었던 아르바이트비 협상에서도 그렇다. 정말 짜증 나는 순간이고 피하고 싶었던 순간이라, 내가 화를 내야 할까? 그렇지만 두려워!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근데 말하기가 겁나! 이 마음이 계속 왔다 갔다 했다. 협상 전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고르고 그래! 내 스타일대로 하자! 잘 들어주고 웃자! 이렇게 생각한 다음에 협상자와 면담에서 계속 미소를 띠어 보며 너무도 다정한 아르바이트비 협상의 시간을 가졌다.


지금은 조금 줄었지만 나는 웃긴 상황도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아 정말 짜증 나네! 이 말을 굉장히 많이 한다. 심지어 어제 출퇴근 운전을 하면서도 아 운전 이상하게 하네! 짜증 나네! 이 말을 계속한 걸로 기억한다. 강화도로 이사 간 선영 언니가 해준 말이 기억난다. 너의 진심이 아니란 걸 알지만, 버릇처럼 짜증 난다라는 말을 한다. 그게 습관이 돼버리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서 고쳤으면 한다고 했다! 아! 나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직접 말해줘서 정말 너무 고마웠다. 그 후로 줄인다고 줄였는데... 나는 아직도 그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아무튼! 살아보니, 마음먹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게 맞다. 미소를 띠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데, 매일 화가 나 있고 짜증 나는 생각만 하면 정말 그렇게 흘러간다. 조금 힘들어도 일단 웃자라는 마인드랑 아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이 마인드랑은 다르다는 걸 안다. 생각만큼 이걸 인정하기가 사실 쉽지는 않다. 이런 미소의 법칙(?)은 서서히 스며들이면서 받아들이는 거 같다. 무명이라면 무명인 이 그림쟁이의 삶도 꽤나 오래됐는데 수입이 제로에 가까운 날들도 있다. 가끔은 평소보다 많이 벌기도 하고, 정말 겨우살이로 살아갈 때가 많다.


포기하고 안정적이게 내 전공을 살려서 회사 생활을 하면 나는 나쁘지 않은 연봉으로 일할 수 있다. (나의 20대의 몇 년은 그렇게 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회사라는 공간은 나와 맞지 않았다. 사실 회사생활도 잘했다. 그것도 이 이름으로 얻어진 미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씩씩하게 인사하고 일하고, 하지만 항상 내가 할 일은 여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여러 번 회사를 옮기고 그 어느 때보다 낮은 연봉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더 벌려고 발버둥 치는 것은 맞지만 내가 선택한 직업에는 후회가 없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면 나는 어느새 지금 상황에 미소를 띠고 있다. 이건 정말 자연스럽다. 어떤 일을 하든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소를 띨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날이 온다. 어떤 역경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당당한 목소리로 미소를 띠어 보자. 나를 힘들게 하는 인간관계도 미소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나의 기분도 좋아진다. 엉망진창으로 쓴 내 글도 웃기다고 생각이 든다. 그냥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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