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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글 Feb 11. 2024

부지런한 게으름

결국은 해피엔딩

작은 할아버지댁 강아지, 내가 지은 이름은 짜장이

청소나 빨래, 설거지를 하고 하루 종일 되는 일이 없더라도 작업실에 앉아 있는 시간들. 모두 나를 그나마 불안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허투루 쓴 거 같으면 심리적으로 내가 한심한 거 같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쉴 수 있을 때 쉬어 줘야지! 그러기엔 너무 쉬고 있잖아?라는 감정이 아주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날짜에 쉴 수 있는 프리한 직업은 그만큼 그에 맞는 월급도 일한 만큼 측정되기도 한다.


일요일에 누워서 점심까지 꼼짝 않고 있었던 적이 있는데, 좋으면서도 불안하고 내가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몸을 겨우 일으켜 밀린 집안일을 끝내고 작업실을 오후 늦게 출근하고 그곳에서 사부작사부작 작은 일들을 처리하고 나서야 내가 열심히 산 느낌이 들었다. 이럴 거면 아침에 일찍 움직일 것이지 왜 하루가 다 지나야 움직일까. 이거야 말로 부지런한 게으름이 아닐까.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목요일 저녁, 고향집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이럴 때는 누구보다 서둘러서 가는 나. 집에 도착해서 늘어지게 누워있었다. 아빠와 언니가 연휴에도 바쁘게 출근을 하고, 늘어지게 잤다. 9시쯤 밥을 먹고 과자를 먹고 누우니 왜 집에만 오면 이렇게나 졸음이 쏟아지는지.. 우리 집 강아지 폴리까지 있으면 늘어져서, 거실로 이불과 베개까지 작정하고 가지고 나온다.


움직여야지... 이 마음만 먹고 과자를 먹다 졸고 잠시 후 깨어나, 아 몇 시지? 시계를 계속 보게 된다. 그렇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유튜브를 보고 아주 무기력하다. 2시가 조금 넘고 이대로는 안될 거 같아서. 실내자전거를 탔다. 한 20분 타고나니 땀이 났다. 느지막이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걸레질도 했다. 이제야 금요일을 조금 적당하게 보내는 거 같아 약간의 안도감이 생겼다. 또 불안해진 마음에 일요일 숙제인 브런치 글쓰기도 언니 컴퓨터로 하고 있다. 조금 있다가는 포장주문한 교촌치킨도 가지러 가야 한다. 남은 시간은 좀 더 효율적으로 써야겠다. (이 말은 무색하게 일요일에 다시 지켜지지 못했다.)


토요일 설날, 성묘도 가고 고모네, 작은할아버지댁까지 가고, 부모님 영화관을 왕복으로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니 하루가 지났다. 일요일 다시 또 난 무기력해졌다. 청소를 조금 하고 씻고 유튜브를 어영부영하다 과자를 먹는 하루를 보냈다. 언니가 사 왔던 맛있는 고구마 과자가 있는데, 언니 퇴근만을 기다리며, 나는 지금 그 과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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