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해피엔딩
전시회나 박람회를 안 간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를 핑계로 관람도 참가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새로운 엽서를 디자인하는데, 뭔가 팔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힘을 주고 그리니 낙서만 하다 몇 시간이 흐르기도 했다. 뭔가 죄책감이 느껴지고, 마음에 드는 무언가가 나와야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마음이 불편했다. 억지로 기한을 잡아서 발주를 해야지!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니 좀처럼 그려지질 않았다. 초대권이 생겨 K일러스트페어에 다녀왔다. 시장조사 겸 좋아하는 작가의 제품을 구매하러 가볍게 인천에서 코엑스로 향했다.
토요일에 비해 비교적 한적해 1시간 정도 걸려 도착을 했고, 느지막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충전한 뒤 구경을 시작했다. 마감 몇 시간 전이라 그런지 그동안 가봤던 박람회 중에 가장 여유 있게 구경할 수 있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제품이 아니면, 구매를 잘 안 하는데... 이게 무슨 일? 마음에 드는 멋진 작가님들이 너무 많아서 엽서와 스티커를 미친 듯이 샀다. 입장 전에 1만 원 정도 산다는 나의 포부는 어디에..?
열정 있는 작가들의 그림을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멋진 그림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손그림이 생각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같은 손그림 작가로서 스캔을 하고 보정을 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나는 내가 그리고 싶은 것으로 먹고살기 위해서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살피다 나의 본질을 잠시 잊었다. 그걸 항상 나답게 하자라고 다짐하면서도, 돈을 벌어야 하는 운영자로서 늘 초조하기만 했다. 하나의 작업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더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할까 싶었는데,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나와 같은 직업인들의 작업 과정을 살피고 어떤 것을 만들어 냈는지 그 아름다운 결과물에 나는 너무나도 배우는 것이 많았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깨닫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고립된 시간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많이 보고 많이 여행하고 읽고 쓰고 만나야겠다. 좀 더 멋진 작업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