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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ree Baik 애리백 Apr 26. 2020

오래 유예된 나의 숙제 <폭풍의 언덕>

느슨한 북클럽의 두 번째 책 제안서

나는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문학보다는 언어에 흥미가 많았다. 현재의 말과 동시대의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에 들인 관심이 컸다. 곧 영문 고전 읽기란 아주 오래 유예된 숙제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자라났다. 마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쌀뒤주를 들추는 것만 같이 더욱 어려워져서 책읽기 리스트가 쌓여가기만 할 뿐 클리어해 본 적이 없다.

고전 문학을 모른다는 열등감은 대부분 죄의식으로 남았다. 유예해 놓은 숙제 리스트 중에서도 완벽하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책 한 권은 바로 <폭풍의 언덕>이다.

누구의 방문도 허락되지 않은 외딴 다락방에서 적어나갔을 것 같은 소설, 여성 작가, 게다가 브론테 자매들,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지적인 여성들, 비바람이 몰아치는 유럽의 어둠, 히스테리 등이 나를 매료시켰지만 이상하게 겉표지만을 바라만 볼뿐 쉽게 손에 잡히지 않던 책이다. 알고 싶다. 어둠이 일찍 내리는 겨울 유럽에서 이 책을 읽는 마음은 어떨지.

그리하여 나는 느슨한 북클럽에서 나의 오랜 숙제를 함께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한 권의 소설을 책읽기로 제안한다. 언젠가는 브론테 자매의 흔적을 따라 영국을 걸어 다니면서 만나는 새로운 발견들을 내 글로 써보고 싶다. 그렇게 길에서 나의 첫 문장을 쓰고 여행지를 따라 적어 내려가고 싶다. 바람이 불어오는 황폐한 벌판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지음_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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