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왓쳐』 , 연출 안길호, 2019
경찰 내 사조직 '장사회'의 킬러 ‘거북이’가 살해한 시신은 모두 엄지손가락이 잘려 있다. 엄지를 자르기 전, 희생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인간다움은 어디에서 올까요?
인간은 엄지손가락이 없으면 물건을 집을 수도, 글을 쓸 수도, 그 어떤 도구를 사용할 수도 없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차원적이고 세밀한 고도의 작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엄지를 자르는 행위는 장사회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자격이 없는 범죄자(악의 무리)들을 단죄하고자 하는 그들의 신념을 나타내는 일종의 시그니쳐인 것이다. 경찰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천신만고 끝에 검거하지만 그들은 거대한 기득권의 힘을 등에 업고 법망을 피해 솜방망이 처벌만을 받은 후 출소한다. 출소한 범죄자들은 자신을 검거한 경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당사자 또는 그들의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라져 버린 정의에 분노한 일부 경찰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풀려난 강력범죄자들을 단죄(살인)하는 경찰 사조직 '장사회'를 조직하지만 ‘정의의 이름으로 너희를 단죄하리라!’ 던 초심은 잃어버린 채 욕망과 돈이 엮여 변질된 채 점점 힘과 덩치를 키워간다.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범죄자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징하는 그들의 행동은 과연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선일까 악일까.
극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과 악을 넘나드는 야누스적 매력을 한껏 뿜어내었던 경찰비리수사팀장(감찰반) 도치광(한석규 분)은 이렇게 말한다.
정의? 난 정의 그런 거 몰라요. 그저 난 나쁜 경찰을 잡을 뿐이에요.
정의를 구현해야 할 경찰이 정의 따위가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나쁜 놈은 꼭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의 신념이다. 하지만 그는 나쁜 놈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한다. 잡아서 단죄해야 할 사람이 정말 악인이라 할지라도 그의 행위는 정당한 것일까.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도치광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젊은 청년 경찰 영군(서강준 분)은 같은 팀으로서 치광과 함께 장사회와 거북이를 잡고 그들의 실체를 확인하고도 여전히 도치광을 신뢰하지 못한 채 그를 "지켜보겠다."라고 말한다.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비록 그들은 한 배를 탄 같은 팀이지만, 청년세대는 흐르는 세월 속에 순수했던 꿈도 신념도 변질되어버린 기성세대가 이끌어가는 세상을 두 눈 부릅뜨고 예의 주시하겠다고 경고한다.
자신의 신념만을 고집하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각기 다른 세대의 가치관과 삶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의란 무엇이고 신념은 무엇인지 그리고 힘과 물질을 뒤에 업은 신념과 욕망이 얼마나 위험하게 변질될 수 있는지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장르물로서의 서사, 서스펜스, 반전 어느 하나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내기에 부족하지 않으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마저 (여타 드리마와는 비교 불가하게) 심오하고 시의적절하다.
안길호 PD는 장르물에 대한 시청자 저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작 『비밀의 숲』의 아성을 또다시 본인의 작품으로 뛰어넘었다. 조승우, 유재명, 배두나 못지않은 한석규, 서강준, 김현주의 명연과 한상훈 작가의 필력은 어느 미드 부럽지 않은 명작을 탄생시켰다.
치광과 영군 사이에 흐르는 쫄깃한 긴장감과 새로운 이야기를 시즌2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기를 열혈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