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함의 끝판왕, 문화 콘텐츠 번역
문화콘텐츠 번역은 어떤 사람이 하면 좋을까?
'Someone who can read between the lines(행간을 읽을 수 있을 수 있고 말의 숨은 뜻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 눈치와 센스가 좋은 사람. 거기에 유머와 위트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겠다.
이렇게 말하니 꽤 근사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하나만 덧붙여 보자면, 돌다리도 몇 번이고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나서야 지나갈 수 있는, 조심성 있는 사람. 한마디로, 생각이 많고 예민한 사람.
어릴 적, 나는 부끄러움이 많아 얼굴이 곧잘 빨개지고 매사에 조심스럽고 소심한 아이였다. 자라면서 그나마 사회화를 통해 상당 부분 개선되고 많이 씩씩해졌지만, 여전히 예민한 기질을 지상 최대의 콤플렉스라고 여겨, 수많은 날들을 스스로를 자책하며 보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남들은 별로 신경 잘 안 쓰는 부분까지 알뜰 살뜰히 챙겨, 일 잘한다는 평가도 곧잘 받았다. 하지만 정작 쓸데없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해 집에 오면 체력이 바닥나곤 했다.
대체 남들은 어떻게 지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지, 내 눈에는 그저 미스터리였다.
말썽이나 사고 한번 치지 않고 온순하게 자라온(정말?) 나지만, '뭘 그렇게 생각하고 곱씹냐'는 부모님의 핀잔을 참 많이도 들었다.
나와 성격이 정반대인, 쿨내 풀풀 나는 친언니의 말투로부터 쉽게 상처를 받곤 하는데. 뭘 물었다가 '그러셔~'라는 답변에 말투가 왜 그렇게 불퉁하냐며 빈정이 상하는 식이다.
카페 화장실 문 앞에 떡 하니 붙어 있는 영어 안내문의 문법 오류가 심히 거슬린다.
책을 읽는데 자꾸만 오타나 오역, 잘못된 띄어쓰기 등이 눈에 밟혀 피곤하다.
유튜브로 뮤직 비디오를 보는데 영어 가사 중 'caress your crown'의 'crown'이 머리 '정수리'가 아닌 '왕관'으로 번역된 자막이 찝찝하다.
남들은 그냥 보고 지나칠 일에 자꾸만 의미 부여를 한다.
내 평생의 단점이었던 그런 예민함—아니, 섬세함!—을 십분 발휘해 써먹을 수 있었던 분야가 바로 문화 콘텐츠 번역이었다.
프리랜서 문화 콘텐츠 번역가가 되고 나서는 오히려 그런 나의 기질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남들은 모르고 지나칠 부분들을 족집게처럼 콕콕 집어내는 나만의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하늘과 땅 차이인 이 업계에서 뉘앙스와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듣곤 한다.
혹시 사는 게 예민해서 피곤한가?
오히려 이쪽 분야에서는 개이득!
듣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난다고?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고?
그래도 뭐 어쩌겠나, 이렇게 생겨먹은 걸.
기왕이면 그 예민함, 십분 발휘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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