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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C Oct 01. 2018

"치노" 중남미의 동양인

한국인이라면 길거리에서 한 번쯤 듣는 말 "치노"의 의미는?


CHINO
(치노)


중남미 국가를 방문해 본 한국인이라면 길거리를 걷다가 "치노"라고 부르는 소리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게 될 것이다. "중국인"을 뜻하는 CHINO라는 단어는 한국인으로서는 듣기 거북한 단어이겠으나, 중남미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듣는 단어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인이 멕시코 사람과 페루 사람을 구별하기 어렵듯, 중남미 사람들에게 한국인과 중국인은 구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렇듯이 중국인으로 불리는 것은 달가운 일은 아니다. 개인적 경험으로, 처음 중남미 지역을 방문했던 멕시코 어학연수생 시절에는 치노라는 소리를 으면, 꽤나 거부반응을 보였던 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중남미의 중국인들 (CHINO)


중남미에서 아시아계 인구의 수는 약 5백만 명으로 추산하며, 이는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전체 인구의 약 1% 수준으로 사실상 매우 적은 숫자이다. 아시아계 인구 5백만 명 중 약 50% 는 중국인으로 특히, 파나마,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에 많이 분포한다. 중남미에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중국인들은 1850년대부터 철도 공사와 농업 노동력으로 유입이 된 것이 이민역사의 시작이었다. 이후 지역에 정착한 중국인들은 그들의 문화적 특성과 전통을 굳게 지켜오고 있으며, 특히 지역 내 중국 음식점과 잡화점 등은 매우 보편화되었고 China Town(barrio chino) 이 있는 경우도 많다. 중국인들의 이미지는 중남미 국가 간에도 일부 차이는 있겠지만, 주로 한국인이 느끼는 중국인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 저품질 제품, 일만 하는 사람들, 지저분한 사람들 등의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치노"라는 단어 속에는 이러한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 할 수 있다.



중남미의 한국인들 (COREANO)


한인들의 중남미 이민은 1960년대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의 농업이민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많은 한인들이 의류 유통을 기반으로 지역 내 한국인 이민사회 정착을 공고히 하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의 지역 진출이 가속화되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삼성은 일본 브랜드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으며, 한국산 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합리적 가격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지만,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최근에는 K-Pop 등 한류를 통해 음악,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의 성공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증대되고 있으나, 짧은 이민 역사와 적은 인구로 인해 한국의 음식, 언어, 교육, 교통 시스템과 같은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는 높지 않다.



중남미의 일본인들 (JAPONES)


중남미에서 브라질, 페루는 일본인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특히 브라질은 약 1.7백만에 달할 정도로 높은데, 1900년대 초반 노예제 폐지 후 커피농장의 노동력이 필요했던 브라질은 일본인 이민을 노동력으로서 받아들였다. 처음 브라질 땅에 발을 디딘 일본인들의 삶은 중국이나, 한국인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겠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이 종사했던 농업 부문에서 성공을 이루어 내고, 열심히 일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다. 게다가, 1970년 이후 일본의 경제적 성공은 일본인들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에 충분했다. 페루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일본인 이민자 후손으로, 중남미 첫 아시아계 첫 대통령이라는 영예를 갖기도 했다.



JAPONES
(하뽀네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이민 역사도 짧고 그 수도 적은 한국인은 지역 내에 인지도가 높지 않다. 대부분은 중국인 "치노"와 일본인 "하뽀네스"에 구분을 두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특히나 그 수가 많고, 지속 증가 중인 중국인의 수는 지역 내 동양인의 기본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의 역사는 지역 내 노예제도 폐지 이후에 노동력으로 들어온 사람들로서의 역사이기 때문에 그 위상이 좋다 말할 수 없다. 현재에 중국은 경제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지만, 그들의 생활 문화와 중국산 제품의 저품질 이미지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 어렵다. 반면 일본인들의 경우 지역에 정착한 이민자들이 경제적 성공을 이루어 낸 것은 물론, 그들의 본국 일본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함으로써 그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도요타, 니산과 같은 자동차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남미 지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에 속했고, 중국 음식점이 저렴한 음식으로 통하는 반면, 일본 음식점은 프리미엄을 가진다. 심지어 시골의 농부들에게도 "하뽀네스" (일본인)라 하면 대하는 표정이 바뀔 정도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동양인을 "치노" 라 부를 때와 "하뽀네스" 라 부를 때,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느 정도 내포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중남미에서 시각을 좁혀 중미의 경우만 보자면, 철도 건설에 투입되었던 중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인해 파나마, 코스타리카를 중심으로 중국인 인구가 많은 편이다. 한국인 인구는 섬유 관련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과테말라를 제외하고는 국가별로 500명 내외의 적은 숫자다. 일본인 수는 중미 어느 지역 어디에도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인의 경우 중미지역 내 섬유산업이 많이 진출했던 터라 의외로 한국인들에 대해 알아보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과테말라의 경우 한국인이 운영하는 봉제공장들이 창출해내는 고용효과가 만만치 않으며, 2018년 현재 한국인이 300명 내외인 코스타리카에서 조차도 2000년대 초반까지 카르타고 지역을 중심으로 봉제 공장들이 꽤 많았던 터라 한국인 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다만, 중미 지역에 처음 봉제 공장이 진출했던 1990년대 초반부터 호황기였던 2000년 중반까지, 한국 기업들은 지역의 문화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여 현지인 직원들과 소통의 문제가 많았다.


중미의 국가들은 소수의 유럽인과 다수의 원주민 혼혈로 인해, 겉모습은 원주민에 더 가깝다 할 수 있지만, 그들의 문화는 유럽의 백인들에 의해 주도되어 온 지역이다. 특히, 노동법 등은 유럽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였기에 노동자들의 인권보호 측면의 제약이 상당히 많다. 게다가, 과테말라 등은 과거 원주민들의 인권탄압 등이 이슈가 되었던 지역임으로, 인권 보호에 대한 부분이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반면, 매우 목표 지향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 회사들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인과 동일 수준의 생산성과 정신(Mentality)을 요구하기에는 그들의 문화와 인권에 대한 인식은 너무 달랐다. 결국, 한국의 경제적 성공과 대중문화의 발전에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기업문화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한류 성공의 배경을 가지고도, 중미에서 아직까지 한국인에 대한 시선은 반신반의하다. 중국인보다는 뭔가 좀 더 깔끔하고, 신뢰를 주는 면이 있지만, 일본인과 비교하면 무언가 좀 투박하다. 동양인들은 중남미 지역에서 노동력 인구로 시작하여, 많은 이들이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이뤘지만, 아직까지 중국인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동양인들은 "치노"라는 단어에 함축된 멸시의 의미를 피할 수 없다. 중국은 최근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지만, 그들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는 아직까지 중남미 지역에서는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일본 브랜드와 식문화 등이 중남미 사회에 뿌리 깊이 프리미엄으로 자리 잡은 것과는 매우 대조된다. 한국의 경우 2000년 이후 삼성, LG 전자의 전자제품이 많은 성공을 거두었고, 현대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도 상당히 높아졌다. 한류를 통해 한국 드라마, 음악 등도 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한류의 성공이 특정 그룹(10~30대, 여성)의 마니아층에 한정된다는 부분이 아직까지는 한계로 보인다. 가장 큰 숙제는 중남미 현지 법인/지사를 운영하는 한국의 기업문화가 아닐까? 싶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현지의 기업 문화를 충분히 스터디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한국 기업의 성공에는 이른바 "군대식 상하 복종 방식의" 발전 모델이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기에, 향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향후 중남미 지역에 명확히 포지셔닝하기 위해 중남미 "치노"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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