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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Aug 02. 2021

비가 오는 날에는

아침부터 예고에 없던 비가 내린다.

맑은 날을 기대하고 외부 일정만 짜두었던 손님이 난감한 표정으로 묻는다.

“비가 오는 날에는 어디를 가야 좋을까요?”


나는 “흐린 날에는 숲으로 맑은 날에는 바다로 가세요”라고 추천을 해드린다.


제주도를 맑은 날에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제주도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늘은 파아랗고 하얀 구름은 머리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바다는 에메랄드색으로 빛이 나고 눈길이 닿는 모든 곳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반면 제주도에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바람이 많이 불고 흐리고 비가 오는 날 여행을 한 사람들이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의 제주도는 바다도 칙칙하고 전체적으로 회색빛의 섬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 더 좋아지는 곳도 있다.


제주도는 중산간으로 들어가면 여러 숲들과 휴양림들을 만날 수 있다. 많이 알려진 사려니숲, 비자림, 치유의 숲 등등 여러 숲들이 있고, 휴양림들도 좋은 곳들이 많다.

굳이 멀리 갈 필요 없이 자기가 지금 위치해 있는 곳 근처의 숲으로 가도 충분하다.

숲으로 향하는 동안 빗줄기가 잔잔해졌다면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숲을 걷는 것도 좋다.

비가 내린 숲은 초록의 싱그러움이 몇 배는 진해져 있다. 비를 맞아 축축해져 기분이 좋아진 모든 식물들이 나를 향해 푸른 숨을 내뱉는 것 같다.

숲을 걸으며 길게 숨을 들이마시면 뇌로 ‘솔의 눈’을 마시는 것처럼 머릿속까지 개운하고 시원해진다.


동이 막 튼 아침 비가 조금씩 오는 사려니숲을 우비를 입은 채 걸은 적이 있다.

한참을 올려다보아야 나무 끝을 찾을 수 있는 나무들 사이로 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후두둑 후두둑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느끼며 숲길을 걸었다.

그날 아침의 진한 숲의 향과 온몸으로 맞았던 비의 느낌을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날이 흐리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흐린 날에는 흐린 만큼 보면 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무작정 피하지 말고 비 사이로 뛰어들어보자.

비가 와서 더 좋은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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