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에서 조커는 와일드 카드다. 와일드 카드는 다른 카드를 대체하며 게임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즉, 조커 카드는 판의 질서를 뒤흔든다.
흔들리는 질서는 혼돈이란 개념으로 치환된다. 밖으로 표출되면 아나키즘의 형태로 구현되고, 안으로 파고들면 자아의 분열을 야기한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전자였다면, <조커> 시리즈의 조커는 후자다. 그런 면에서 <조커>는 어떤 형상으로 구현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 유혈이 낭자해도 되고 동심으로 가득차도 좋다. 본래 분열이라는 건 방향성을 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토드 필립스는 아서와 조커에게 음악을 심었다. 대위법처럼 계산된 선율이 아니라 광란의 춤사위를 곁들인 뮤지컬로 말이다. 억압된 자아를 어떻게든 뿜어내고 싶어 안달난 존재에게 이만큼 좋은 게 있을까. 나는 아서의 부드러운 노래와 춤에서 용암처럼 꿈틀거리는 광기를 느꼈다. 그게 이 영화가 선사하는 역설적인 공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