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전화했을 때부터 이사 오는 날까지
마을 이장님이 진짜 오는 거냐고 계속해서 물어봤다.
내가 진짜 갈 거라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도
처음 듣는 사람처럼 반응했을 때는 기분이 좀 상했었는데
그게 의심과 놀라움이 섞인 반응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장님은 츤데레였다.
사실 시골로 오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당장 거주할 곳이 문제였다.
당초 농촌유학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오려던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몇 안 되는 지인에게 부탁하고, 지역 초등학교와 마을에 무작정 전화도 해봤다.
아마 귀농인의집이 한 군데 비어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시골에 오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내려오겠다고 결심한 뒤에도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막상 실제로 살게 될 곳과 마주하니 막막함이 컸던 탓이었다.
이제는 짜증이 났다.
그동안 수년간 고민만 해온 주제에 결정적인 순간에서까지 주저하다니.
무조건 지르기로 했다.
설령 하고 후회한다고 해도, 안 하고 후회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해볼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시골에 왔다.
진짜로 와버렸다.
와보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