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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디얼리스트 Apr 17. 2024

잘 못해서 배우러 왔어요

스피치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최근에 있었던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상태가 좀 심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원래도 남들 앞에서 말하기를 꺼리기는 했지만,

앉아서 말하는 회의에서 이 정도로 심장이 뛰고 목소리가 떨린다는 건

이상 신호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상에는 많은 스피치 관련 업체들이 있었다.

노골적인 광고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피해

왠지 믿음이 가고 저렴한 곳을 골랐다.


교육과정에 대해 문의하고 신청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설렘과 기대감이 들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발표 경험을 쌓고자 했다.

조리 있게 말하기 이전에 심하게 긴장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교육 첫날,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수강생이 모였다.

강사님은 가벼운 이야기로 다소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기본적인 설명을 듣고 한 명씩 앞에 나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곧 나의 순서가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크게 뛰었다.


시간이 꽤 지난 일이라 내가 뭐라고 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남들 앞에 서서 말하려니 많이 떨렸다.

하지만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기에

지금도 떨리는 걸 보니 여기에 오길 잘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후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 다뤘다.

내가 발표할 때 긴장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이고,

그 내면에는 인정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정 욕구를 버리고,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삶을 지향했던

나로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저 부인하고 싶을 뿐이었던 것 같다.


남들에게 멋진 사람이고 싶고, 눈치도 많이 보고, 비교도 많이 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인정 욕구를 내려놓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강사님이 이곳은 실험실과 같으니 뭐든지 시도해도 좋다고 하셨다.

조금씩 실험해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는 운전을 못 하는 사람이 운전을 배우러 오듯이

좀 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오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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