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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도리작가 Mar 17. 2022

돈 벌기, 돈 쓰기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 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꿀벌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 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 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야.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 중에서-




아침에 워런 버핏에 대한 기사를 하나 읽었다.

역시 워런 버핏이라고 그 사람 또 돈 벌었다는 그런 기사였는데 무심코 댓글을 하나 달았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돈을 버는 걸까? 돈 벌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그랬더니 답글들이 달렸다?

'스포츠카 타고 강남 100억대 아파트에 살면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님은 정당하게 돈을 벌어 모으는 게 나쁜 거라는 사회주의 사상부터 고쳐먹어야 할 듯. 세상 사람 모두가 자기 필요한 만큼의 돈이 다 똑같나? 능력 있으면 더 버는 거고 아님 못 버는 거고. 그게 싫으면 그냥 북한 가세요.'

헉 당황스럽다. 내가 뭘 어쨌다고

순간 발끈해서 또 답글을 달 뻔했는데 참았다. 무슨 소용이라고.


워런 버핏,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이재용

세상이 다 아는 부자들

그들의 세상은 어떨까? 그들은 왜 돈을 버는 걸까? 그들은 내가 알 수 없는 다른 가치(다른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냥 돈 벌기 게임에 몰두하는 것일 뿐일까? 이건 비극이다. 설마 아니겠지. 나 같은 범인이 절대 알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을 거다.

이 사람들은 기부도 많이 한다. 거의 천문학전인 숫자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이 돈을 어디에 쓰는지 보다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 어떻게 벌었는지에 훨씬 관심이 많다.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요즘 푹 빠진 책이 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세 번째 읽고 있다.

소년이 인디언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겪은 일들에 대한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페이지마다 좋은 문장들이 나오는데 다 옮겨 쓰자면 거의 단편 소설 분량일 거다. 작가는 이 세상의 자연환경과 동물과 또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려는 것 같다. 

제일 위에 나오는 문장이 책 표지에 나오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이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존중하면서 욕심부리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전편에 흐르고 있다.  거의 말미에 주인공을 예뻐하는 동네 어떤 할아버지(윌로 존)가 죽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데 정말 울컥했다.

'내가 죽으면 저기 있는 소나무 옆에 묻어주게. 저 소나무는 많은 씨앗들을 퍼뜨려 나를 따뜻하게 해 주고 나를 감싸주었어. 내 몸이면 2년 치 거름 정도는 될 거야.'

살아있을 때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소나무에게 내 몸을 거름으로 나눠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 그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많은 욕심을 부리며 사는까? 인간은 죽어서도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려고 그것도 좋은 곳을 차지하려고 난리다. 



내가 아이들에게 돈과 관련하여 가끔 하는 말이 있다. 대체로 중학생인 딸이 싸다고 별 의미 없는 곳에 용돈을 쓸 때 한다. 물론 내 기준으로 의미 없는 것이 아이 기준으로는 의미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별론으로 하자. 하여간 이런 얘기 가끔 한다.

"돈을 의미 있는 곳에 썼으면 좋겠구나. 가치가 없거나 이유가 없을 때는 단돈 100원이라도 쓰지 않는 거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거라면 100만 원이라도 쓸 수 있지. 필요한 곳에 돈을 쓰고 남으면 저금을 해. 나중에 잘 쓸 수 있게."


잘난척하려는 건 절대 아니고 내가 몇 개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 벌써 수년 되었으니 무슨 세금 환급받으려는 목적으로 이벤트성으로 하는 건 절대 아니다.

1. 세이브 더 칠드런 O만원 -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우리 딸보다 한 살 많은 아이에게 매달 학용품을 보낸단다. 사실 여긴 퇴직하면서 그만하려고 단체에 전화했더니 1:1 매칭이라 그럼 이 아이가 실망할 거라는 말에 그만둘 수 없었다. 회원들이 쉽게 기부를 끊지 않게 하는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2. 아름다운 재단 O만원 - '열여덟 어른'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 자립정착금 얼마를 받고 혼자 생활해야 한단다. 그래야 더 어린아이들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만 18세면 아직도 어리지 않은가? 그래서 혈혈단신 거친 벌판에 서게 될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한다.


3. 그린피스 O만원 - 내가 요즘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분야다. 지구, 환경, 기후변화.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동식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직결된 문제이다. 수년간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을 몸소 체험했음에도 이거 참 문제인 건 알겠는데 딱히 몸에 와닿지는 않는 문제라서 더 문제이다. 그냥 좀 덥고 말지, 그냥 좀 춥고 말지, 그냥 모기한테 좀 물리고 말지. 벌들이 사라졌다네? 나랑은 크게 상관없으니까...


한다고는 하는데 이 지구가 버티다 버티다 그 둑이 넘쳐버리면 순식간에 모든 생명체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구 온난화로 남극 북극 바닥에 꽁꽁 얼어있던 이름 모를 바이러스들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단다. 꽁꽁 얼어있던 탄저균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하나로도 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름도 정체도 모를 수많은 바이러스들의 공격을 연타로 맞으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거 걱정되어 가급적 물티슈 대신 행주 쓰고 분리수거도 잘하려고 하는데 사실은 그거 한다고 뭐 달라질까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간 작은 내 돈이 필요한 곳에 의미 있게 잘 쓰였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주식 얘기를 잠깐 하자면 어제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주식을 손절했다.

마이너스 1900만 원. 우와

내가 손해 보았으니 이득 본 사람도 있겠다. 그나마 다행이다.

주식하면서 번 돈, 잃은 돈 더하기 빼기 하면 플러스다. 많이 플러스

애초에 없던 돈이 클릭 몇 번과 꼴랑 그 정도 맘고생한 덕에 많은 플러스로 막을 내렸다.

일부를 떼어 내 삶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고 나머지는 그래도 그간 맘 졸인 거 생각해서 은행에 고이 저금했다. 그 돈이 불어나 널리 널리 이롭게 쓰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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