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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Aug 20. 2019

2019년 7월 하반기의 영화들

'롱 샷', '지구 최후의 밤' 등 4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R059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기이한 방식으로 위안을 가져다주는 코미디 드라마. 질 를르슈 감독의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웃길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그에 맞추어 최선을 다하는 각본, 그리고 인물들의 호연에 더불어 러닝타임 내내 즐기기 좋은 영화다. 실패한 이들이 모여 무언가를 이루어낸다는 플롯이야 수없이 많은 영화에서 이미 활용된 모티브겠지만, 중년 남성들이 한 데 모여 싱크로나이즈를 배운다는 독특한 소재에 힘입어 이야기에 탄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끌고간다. 네모와 동그라미를 이용한 비유는 (오프닝 전체에 걸쳐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과 달리) 다소 투박하게 짜여져 있어서 굳이 영화에 들어갔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잠시 떠오르지만, 그래도 목표한 바를 성실하게 달성하는 드라마를 보며 끝내 미소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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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 Sink or Swim (Le Grand Bain, 2018)

dir. 질 를르슈 (프랑스)

★★★



R060 <라이온 킹>

존 파브로의 신작 ‘라이온 킹’은, 그가 이전에 연출했던 ‘정글북’과 마찬가지로 2D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최근 디즈니가 연달아 내놓고 있는 실사화 애니메이션 장르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을 ‘라이온 킹’은 1992년에 만들어진 원작 애니메이션을 거의 토씨도 다르지 않게 그대로 실사로 옮겨놓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단점은 그대로 답습하면서 장점은 희석시킨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이질감 없는 그래픽에 놀라는 것도 잠시, 발전 없는 (오히려 퇴보한) 이야기가 눈에 밟히기만 한다. 이쯤 되니 ‘미녀와 야수’, ‘정글북’, ‘알라딘’ 그리고 ‘라이온 킹’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디즈니가 목매고 있는 실사화 애니메이션 중에서 단 한 작품도 원작의 아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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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The Lion King, 2019)

dir. 존 파브로 (미국)

★★☆



R061 <롱 샷>

무척이나 재미있다. 몇 몇 장면들은 계속 돌려보고 싶을 정도. 조나단 레빈의 신작 '롱 샷'은 댄 스털링과 리즈 한나의 정성스런 각본 아래 더욱 빛을 발한다. 주인공의 성별을 뒤집어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낡은 관습을 영리하게 비트는 와중에, '노팅힐'의 레퍼런스를 암묵적으로 끌어오기도 한다. 다소 예상 가능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호연을 펼치는 샤를리즈 테론과 세스 로건의 매력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이어나간다. 그러면서도 조나단 레빈이 전작 '50/50'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감정적인 순간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절묘하게 조절하는 와중에 논쟁적인 화두를 툭툭 던지는 수준급의 화술까지. 아마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언급할 때 앞으로 빠지지 않고 회자될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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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샷 (Long Shot, 2018)

dir. 조나단 레빈 (미국)

★★★☆



R062 <지구 최후의 밤>

야심으로 빼곡하다. 비간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지구 최후의 밤'은 세련된 시각적 완성도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린 정체불명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을 영화(속 영화)로 빠져들게 한다. 일종의 메타영화로 다가오는 이 영화는 전반부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 뒤에야 타이틀 롤이 뜨고, 이후 무려 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롱테이크 쇼트로 촬영된 후반부에 해당하는 장면이 놓여있다. (다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버드맨’이 그랬듯 이 유려한 하나의 시퀀스는 교묘한 편집에 힘입은 바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난해하다고 하면 퍽 난해하다고 할 수 있을 이 작품 속에서, 이야기의 개연성은 플롯으로 연결된다기보다는 소재와 감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 자체로 전반부에 놓인 현재와 과거, 혹은 후반부까지 놓고 본다면 현실과 꿈 사이에서 의도적으로 경계를 흐리는 이 작품은 사실은 굉장히 명확하게 두드러지는 관념적인 대비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극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는 소재인) 사라지는 사과와 나타나는 자몽의 이야기인 동시에, 치워진 시계와 불붙여진 폭죽의 이야기라고 에둘러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시계와 폭죽으로 상징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영원과 찰나 사이의 어딘가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놓여있다. 어쩌면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 것 같은, 그러나 동시에 언제나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지구 최후의 밤’은, 그 근원을 파헤치기 쉽잖은 두루뭉술한 감정을 훌륭하게 영화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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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밤 /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地球最后的夜晚, 2018)

dir. 비간 (중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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