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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Sep 05. 2019

2019년 8월 상반기의 영화들

'누구나 아는 비밀', '분노의 질주: 홉스 & 쇼' 등 3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R063 <데드 돈 다이>

미적지근한 좀비영화. 짐 자무쉬의 작품이 완성도에 있어 다소 들쑥날쑥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의 전작이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패터슨'이었음을 떠올리면 이번 신작 '데드 돈 다이'는 특히나 실망스럽다. 짐 자무쉬의 영화답게 황량하게 뱉어내는 유머는 여전하지만, 마치 영화적 긴장감을 걷어낸 '새벽의 황당한 저주'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좀비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지니고도 장르를 무시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극 초반 TV나 라디오에서 간간히 언급되던 영화의 진정한 의도는 이 영화가 갑자기 일종의 메타영화처럼 탈바꿈하는 후반부가 되면서 직접적으로 제시되는데, 후반부 약 20분 간의 끄덕임을 위해 그 전까지의 이야기가 낭비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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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돈 다이 (The Dead don't Die, 2019)

dir. 짐 자무쉬 (미국)

★★



R064 <누구나 아는 비밀>

극의 배경을 이란에서 스페인으로 옮겼을 뿐, 어디로 보아도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영화라는 인장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마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갈등, 모두 각자의 정당한 사연을 가진 채 서로를 힐난하고 자신을 변호하는 인물들, 그리고 극의 절정에 해당하는 사건 후에 남겨지는 지독한 딜레마까지. 그의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러한 특징들을 나열하다 보면, 아쉬가르 파르하디는 드라마라는 큰 틀 안에서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누구나 아는 비밀'은 (근래 만든 모든 작품이 훌륭한)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필모그래피에서 보자면 상대적으로 아쉬운 작품으로 다가온다. 이야기의 외연을 넘어 이란 사회에 대한 암시까지 에둘러 담아내는 것을 넘어서, 영화와 연극이라는 예술 자체에까지 손을 뻗치던 그의 전작 '세일즈맨'이 필모그래피 최고의 걸작이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층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유려하게 풀어내는 화술은 그의 실력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연기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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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비밀 / Everybody Knows (Todos lo Saben, 2018)

dir. 아쉬가르 파르하디 (이란/스페인)

★★★☆



R065 <분노의 질주: 홉스 & 쇼>

말로 다 하려는 블록버스터. 그러나 이미 '데드풀' 등의 입담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신선함 하나 없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기존 시리즈에서 캐릭터가 확립된 두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일종의 버디 무비를 만들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배신과 화합의 모티브는 지극히 전형적으로만 다루어진다. 데커드 쇼(제이슨 스타뎀)와 홉스(드웨인 존슨), 그리고 데커드 쇼와 쇼(바네사 커비)의 관계라는 두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와중에, 이 영화는 대사로 모든 걸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매몰되어 액션의 쾌감도, 드라마의 진정성도 전달하는 데 실패한다. 액션의 쾌감이라 하기에는 이미 물리적인 한계를 아득히 무시해버리는 초인적 능력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절체절명의 상황에도 긴장감 따윈 느껴지지 않고(똑같이 현실감이 없더라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자동차라는 기계장치를 활용하기라도 했다), 가족의 드라마를 강조하기 위해 뜬금없이 소수 문화를 끌어들이는 후반부의 억지스러움에는 웃음이 나올 정도. 본편이고 스핀오프고를 떠나서, 이제 이 시리즈에는 별 기대감이 없어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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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홉스 & 쇼 (Fast & Furious Presents: Hobbs & Shaw, 2019)

dir. 데이빗 레이치 (미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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