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진통 끝에 폐막
지난 11월 24일(현지 시간), 선진국의 기후 대응 비용 부담을 둘러싼 이견으로 폐막까지 미룬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가까스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약 200개국 협상단이 참여해 열린 이번 COP29는 부담금을 사이에 두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의견 충돌로 인해 22일로 예정했던 폐막이 미뤄졌다. 지원이 절실한 소규모 섬나라와 최빈국 연합 국가 대표단은 23일 회의장에서 퇴장하며 항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공개한 합의문을 보면 선진국은 개도국의 기후 행동을 위해 2035년까지 연 3,000억 달러(약 422조 원)를 부담할 것을 합의했다. 기존 목표치였던 1,000억 달러에서 3배로 늘었다.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은 공공과 민간 부문을 망라한 기후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했고, 개도국은 선진국의 개도국 기후 행동 지원이라는 개념으로 대립했다. 결국 2035년까지 연간 1조3천억 달러 목표로 전 세계적 기후 투자를 확대해 개도국의 기후 행동을 지원하기로 합의됐다.
아울러 이번 총회에서는 국제 탄소시장 이행규칙 협상 시작 9년 만에 최종합의에 도달했다. 국가 간 자발적 국제감축 협력사업 및 국제감축 실적의 허가 절차, 당사국 보고내용의 불일치 식별 및 처리방안, 국제등록부 운영 방법 및 추가 기능 등에 대한 지침이 마련됐다.
우리나라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상에 규정된 재원 공여 의무국이 아니기 때문에 연간 3천억 달러 조성에 참여할 선진국 명단에서는 빠진다. 하지만 세계 환경 관련 단체들은 한국을 '기후 악당'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 중인 나라(2020~2022년도 기준)다. 특히 2020년 말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도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을 오히려 늘리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달 국정감사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신규 해외 화석연료 사업 투자액은 20조 3,537억 원(2021~2024년)으로, 14조 3,218억 원(2017~2020년)보다 40%가량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오늘의 화석상'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150개국 2,000개 넘는 기후환경 운동단체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가 COP 기간 중 하루에 한 번꼴로 기후협상을 늦춘 국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불명예 상으로, 1999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지난해 3위로 처음 수상국 명단에 오른 바 있다. 통상적으로 3위 이내에 든 국가들을 '기후 악당'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지키지도 못하는 목표 수립만 반복하는 기후위기 촉진자로 역할하고 있다.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에 따르면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는 세계 10위이고, 세계온실가스 누적 배출량(1750~2021년) 세계 20위를 기록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2021년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7960만톤으로, 2020년 대비 3.5% 증가했다. 2022년에도 배출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태로는 ‘2018년 대비 2030년 40% 감축’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한편,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재집권이 타결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진통 끝에 결국 합의가 성사된 것을 두고, COP 참가국 대다수가 기후 변화 대응에 적대적인 트럼프 집권을 앞두고 이번 회의에서 합의에 실패하는 것은 너무나 큰 위험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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