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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거 May 17. 2022

[모빌리티] 쏘카 페어링이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

공유경제 인식의 한계

'취향으로 연결되는 카셰어링'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쏘카 페어링.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개인간의 자동차 대여(P2P)를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간의 자동차 대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유 차량의 가동률을 높이고, 불필요하게 차지하게 되는 주차 공간에 대한 해소 등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대여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쏘카에서는 생각을 조금 달리 했다.

쏘카가 차량을 구매하여 오너(일반 고객)에게 장기렌트를 해준다. 그렇게 렌터카가 된 차량은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셰어링할 수 있다. 그때 발생한 수익을 오너와 쏘카가 나누어 가짐으로써 쏘카는 새로운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오너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나도 페어링의 오너였다.

제법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했고, 서비스가 잘 풀린다면 정말 저렴한 가격에 내가 그동안 타고 싶었던 차량을 소유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니 1석 2조, 아니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큰 차이가 있었다.



1. 페어링, 준비되지 않은 시작

페어링의 시작은 너무 성급했다. 오너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해주겠다던 쏘카는 많은 것들을 사전에 규정했고, 오너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페어링을 운영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칙은 허점 투성이었고 이후 여러 문제들을 야기하였다. 점차 오너의 자율에 대한 부분을 확대해나가긴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2. 관리는 오너가? 쏘카는 수익만?

페어링은 차량 관리의 책임을 오너에게 지고 있다. 차량 대어가 정상적으로 시작되고 종료된다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자동차라는게 그렇지 않다. 언제 어떻게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른다. 실제로 대여자들의 여러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했고, 심지어는 사고를 내고 말해주지 않은 적도 있었다. 사고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오너는 그 사고에 대한 책임(사고처리)을 스스로 해결해야한다.


오너는 깨끗한 차량을 제공하기 위해 차를 항상 깨끗하게 유지한다. 그런데 내 차가 한 번 나갔다 오면 엉망이 되어 돌아온다. 그 누구도 차를 세차해서 돌려줄 생각을 안했다. 쏘카와 별 다를 것 없이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매번 지출되는 세차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엔 손세차를 했지만 이후엔 그저 자동세차를 찾기 바빴다.


쏘카는 이처럼 적극적으로 관리도 안해주면서 단순히 중개를 해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너와 수익을 5:5로 나누었다.(이후 다소 조정이 되긴 했지만)


3. 대면, 데면데면

사람을 눈앞에 두고 사고를 지적하기란 쉽지 않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쏘카와 달리 페어링은 직접 차키를 전달해주는 방법을 고집하여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비대면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였으나, 위 2번의 리스크는 항상 오너가 떠안아야 할 몫이었다.


새벽시간에 대여가 시작되면 자다 일어나서 나가야 했고, 차를 돌려받기로 약속한 시간이 2시간이 지났는데 대여자는 나타나지 않아 약속을 나갈 수 없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 이처럼 대면을 고집했던 페어링은 오너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위에 나열한 것은 쏘카의 문제였다.

그럼 쏘카 페어링의 성공을 가로막은 결졍적인 한 방은 무엇일까?


바로 공유 경제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없었다고 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의 자동차에 대한 애착은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강한 편인데,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이 관대한 편이다.


내 차는 조금만 지저분해져도 세차를 해주고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조작에서도 나타나는데, 급출발, 급가속은 피하고 공회전도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쏘카를 타고 있다면? 급출발은 물론 급정거, 급가속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차가 진흙탕을 굴러도, 차에서 과자를 먹으며 부스러기를 흘려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러한 행태는 페어링 대여자에게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깨끗한 차량을 대여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관리하고 유지했던 것은 겨우 3개월을 넘지 못했다. 한 달에 사용한 세차비가 이미 월 대여료 수익을 넘어서고 있을 때 나는 느꼈다. '이건 아니지'


손세차 하며 왁스도 먹여주고, 실내도 꼼꼼하게 세차했던 나는 세차와 점점 멀어졌고, 차에 대한 정도 함께 떨어져 버렸다. 더 이상 내 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제공된 차량은 대여자 입장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악순환이 시작되어 그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서비스가 되었다.



이후 쏘카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오너와의 의견 차이를 줄이지 못했고 지속되는 악재와 커뮤니케이션 부재 등으로 오너들은 별도의 연합(?)을 구성하며 쏘카에 페어링 해지를 요구했다.


이에 쏘카도 결국 오너의 입장을 수용하여 일정 기간 내에 가입했던 오너에게 위약금 없이 페어링 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들은 있었다.(오너가 만든 상처가 아닌데 오너가 다 물어야 하는 등..)


위 기간에 속했던 나도 페어링을 더 이상 유지하고 싶지 않았기에 해약을 하게 되었고, 지긋지긋했던 페어링과의 인연도 그렇게 끝이 났다. 그 뒤로 테슬라 오너의 사고로 인해 언론 및 유명 유튜버들의 질타를 받으며 페어링 서비스 전체에 대한 종료를 예고 했으나, 현재는 렌터카 속의 렌터카 형태로 중개하고 있는 역할을 하며 숨통을 유지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서비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이용자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세상에 한 획을 그을 것만 같았던 쏘카 페어링 서비스는 그렇게 잊혀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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