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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문수 Jul 12. 2020

그동안 있었던 일

번역을 중단한 이유


카이탄슈어농 농업 교육 시리즈 자료

2018년 중국의 신농업인(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조직된 카이탄슈어농 농업 교육 시리즈.


농업 '온라인' 교육이라는 형식이 신선해서,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주도해서 농창업 0~1단계 방법론을 공유한다는 것이 특이해서,

중국인 농업인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그리고 학과 공부에서 얻을 수 없는 실질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교육을 들었다.  


강사님에 따라 자랑과 함께 겉만 훑는 콘텐츠도 있었고, 

정말 창업 초기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전달해 주는 분도 있었다.

그렇게 21회를 마지막으로 시리즈가 끝났다. 


처음 나는 중국에서 농업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 시리즈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한국 농업인 분들에게 전달해드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게 첫 번째 콘텐츠를 내보내고 바로 두 번째 콘텐츠 번역을 시작했다.

하지만 번역 과정 중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내가 글의 이해도가 높지 않고,

그래서 변역이 비효율적이고 불완전하다는 것이었다.

강사분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상업 용어들은 사전에도 없는 단어가 많았다.

그래서 15~20페이지 분량의 워드 파일을 번역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 당시 학업과 다른 대외활동에 지장이 갔고,

지속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잠정 중단하게 되었다.




루 선생과의 만남
2018.01.14 루 선생과 첫 만남

루 선생은 농업의 금융, 콘텐츠 제작, 홍보, 창업대회에 빠삭하고

약 200여 명 농업 관련 ceo분들을 단톡으로 묶어서 인맥관리를 하던

굳이 직업을 정의하자면 농업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뒷배경 없이 순수하게 본인 능력으로 농업에 필요한 주요 인적, 물적 자원들을 꿰차고 있으면서

초기 창업 단계의 농기업에게 필요한 자원을 연결해주는데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2018년 당시 카이스바 크라우드펀딩 업체에서도 그런 능력을 높이 사서 스카우트된 상태였다.

그래서 온오프라인 교육에 참석하면 루 선생을 꼭 만나게 되었고,

모든 교류의 중심에 있던 루 선생과, 그에 관심이 많던 나는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이 계기로 루 선생이 어떤 행사가 있다고 알려주면 시간이 되는 한 무조건 따라다녔었다. 


루 선생의 추천으로 원래 학생 신분으로 만날 수 없었던 농업 관련 인사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루 선생의 전문 분야였던 농업 크라우드펀딩, 중국 창업대회, 농업 대중매체, 신선식품 공급체인, 신유통 등을 어깨 넘어 배울 수 있었다.


약 700여 개 농업 교육 자료들

그렇게 2018년 한 해 동안 약 5개의 농업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고, 농업인들과 교류하면서 

중국 농업인들의 언어를 훔쳐 배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흥미로웠던 부분이 나는 루 선생을 연예인 보듯 따라다녔지만

농업창업동아리 소속 다른 친구들은 루 선생을 소개해주어도 썩 좋아하진 않았다.


루 선생의 약간 뺀질거리고 상업적인 이야기만 하는 성향을

나는 사업가 기질이라고 생각했고,

친구들은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창업대회 참가


 최종본 PPT의 첫 장, 버전 7 정도 된다.

중국 창업대회는 유학생에게 있어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영역이었다.

물론 어릴 적부터 중국에서 자란 한국인 친구들은 종종 창업팀 팀원으로 참가하곤 했지만

대학교 때 건너온 유학생은 일말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어로 사업계획서를 적고, PPT로 만들고, 상업적 논리를 발표하는 현장은 

사회문화적 배경이 없고 언어가 불완전한 유학생이 손 대기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 시간 동안 나름 중국 내 농창업 관련 자료를 쌓아 놓고 있었지만,

이과 관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루 선생을 동아리 명의로 학교로 초청해 창업대회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하는 일 정도지

내가 직접 도전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2018.11.11 창업 아이디어 발표 현장 사진

2018년 11월 교내 농업 교육 프로젝트에서 열린 작은 창업 대회에 참가했다.

팀 안에서 우연하게 나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팀원과 함께 처음으로 사업계획서라는 것을 적고 발표했는데 운 좋게 좋은 성적이 나왔다.

이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학교 창업 수업을 들어 다시 사업계획서를 가다듬었고

2개의 작은 창업대회에 나간 후 

2019년 4월 제5회 절강성인터넷+창업대회에 참가했다.


이 창업대회가 나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중국에서 가장 크고 인지도 있는 창업 대회일뿐만 아니라,

루 선생의 가장 큰 무기로 창업 기업과 연계해서 창업대회에서 상을 받아 주는 능력이 있었다.

또, 교내에서 다른 학생들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창업팀은 모두 이 대회에서 수상한 내력이 있었다.


꿈의 대회였다.


인터넷+창업대회는 

[학교대회 서류심사 - 학교대회 - 성대회 서류심사 - 성대회 - 국가대회 서류심사 - 국가대회

한국으로 비유하면 대학교 내에서 1차, 도 단위에서 2차, 전국 대상으로 3차

순서로 이루어진다.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던 조던 피터슨 교수님

5월 중순 학교대회 서류심사에 통과하고, 나는 거의 모든 시간을 이 창업대회에 쏟았다.

5월에서 7월 초까지 5~6번의 모의 발표, 창업 교육, 서류 심사 과정에서

그전에 적었던 사업계획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로 적어야 했고, 

IP 디자인이며 재무제표 작성 등등 해본 적 없는 일들을 책임지고 해내야 했다.


졸업논문은 진작 포기했고,

이틀에 한번 자면서 서류 만들어서 제출하고 번아웃되는 행태가 반복되었다.

건강도 안 좋아지고 정신적으로 민감해져 사소한 문제에도 스트레스가 심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의 보상으로 꼭 수상해야 한다는 열망이 더 강했다.

2019.07.11 인터넷+창업대회 금상 상패

결론만 놓고 말하자면 성대회까지 나가서 금상을 수상했다.

절강성 내 2만 3천여 개 팀 중 상위 100개 팀 안에 들었다. 


루 선생도 창업대회에 참가하여 발표를 마치고 루 선생 옆에 서서 점수 발표를 기다릴 때

그 자리에 서 있는 내가 많이 낯설었다.


성대회는 다른 학교에서 개최됬지만 

국가대회는 우연히도 우리 학교 캠퍼스에서 열렸는데,

국가대회를 참석할 수 있었으면 대단한 행운이었겠지만

유학생 신분의 한계로 국가대회 참가 자격은 주어지지 않았다.

진이 다 빠지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조금도 미련이 없었다.


국가대회 당일날 복잡한 마음에 대회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대회 장소와 조금 떨어진 학교 벤치에서 맥주 한 캔 마시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동안 포기한 것과 얻은 것들을 정리했다. 


농창업 교육
2019.11.30 현장 사진

2019년 11월 30일 교내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루 선생을 만나기 이전에 창업 쪽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해줄 말이 많았다.


농업 공익 동아리 - 농업 창업동아리 - 농기업 인턴 7번 - 6개 농업 교육 조직 - 창업대회 2번

이렇게 길을 둘러오면서 너무 비효율적인 시간을 많이 보냈었다.


그래서 잡담이 절반인 40페이지 PPT를 가져가서 두 시간 반을 떠들었다.

제발 제발 나와 같이 헤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이후에 이때 자료를 조금씩 수정해서 한국에서 3번 정도 농업창업 강의를 했다.

귀중한 경험이었고,

발표를 마치고 조금씩 PPT를 수정해 가면서 머리 속 내용을 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이후 창업?

코로나 때문에 강제로 한국에 묶이면서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에서의 창업을 준비했다.


그전에 메인 아이템이었던 곶감은 특허, IP, 설비의 효율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논의를 마쳤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 위축, 개선할 수 없는 노동집약형 구조 등 

몇 가지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장에 있으니 더 쉽고 쏠쏠한 사업 아이템들을 두세 개 발견했고

이것을 사업화하려고 공부 중이다.


최대한 현실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만들고 있지만,

백번 계획을 세워도 계획은 계획일 뿐이고, 실행하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과거 농업 쪽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고 투자받았지만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더욱이 실행으로 옮기기 조차 하지 않은 아이디어는 검증받기 전까지 가치가 없다.


학생 신분을 졸업하지 못해서, 시작 타이밍이 2년 정도 늦춰졌다.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서 질질 끌고 실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조바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위기가 온라인 시장을 확대하면서

농산물/가공품의 규모화, 저가화, 품질의 상향평준화가 가속되고

그곳에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아이템 중 하나라도 10년 이상 나를 이끌 줬으면 좋겠다'

라고 순진한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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