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수능 감독관 후기
이번 수능에서 눈에 띄는 물리적 변화는 가림막 설치, 격리 고사실 운영, 수능 감독관 의자 배치일 것이다. 가림막의 경우에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책상이 좀 더 좁아져 불편함을 조금 느꼈을 것 같다. 가림막 아랫부분 중간이 뚫려 있어서 그 사이로 필기도구 떨어뜨리는 학생들이 종종 있었다. 격리 고사실의 경우에는 준비에 비해 운영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시험 시작 또는 중간에 격리실로 간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격리 고사실이 있는 층의 일정 공간은 아예 출입금지여서 격리 고사실을 말로만 들었다. 방호복까지 준비하고 사전에 감독관 지원까지 받아 만든 격리 고사실은 어땠는지 나도 궁금하다. 일반 감독관이었던 내 입장에서는 올해 가장 큰 변화는 감독관 의자 배치였다.
수능 고사실에 있는 의자를 보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겨우 의자 2개 놓는데 몇 년이 걸릴일이야?”였다. 그럼에도 그 ‘겨우’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분들 덕에 수능 감독할 때 조금은 마음이 편했다. 최소한 몸이 너무 힘들면 눈치 볼 것 없이 앉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찮았다. 내가 있던 고사장은 고사실에 학생용 의자 2개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사전 연수에서 한 분만 앉고 한 분은 정위치 감독을 부탁받았다. 고사 시간 중에는 불필요한 대화 금지이니 입실 전에 의자에 앉는 것 협의하여 정하도록 안내를 받았다. 당일날 감독 배치표에서 이름만 보고 생전 처음 보는 선생님과 입실 전에 협의해서 의자 앉기를 해야한다니. 나같은 내성적인 사람은 못 앉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순간 생각했다.
그럼에도 좀 힘들었는지 결국 앉기는 했다. 총 3개 교시 감독 중 30여분 정도 앉았던 것 같다. 2교시에 2감독관 일 때 1감독관 샘께서 앉지 않으셔서 30여분 정도 앉았었다. 3교시는 1감독관이고 듣기평가와 학생 확인하고 나니 딱히 앉기도 애매해서 2감독관 샘께만 앉으시라고 손짓으로 전했다. 4교시는 2감독관 역할이었는데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상태였고 두 분이 모두 앞에 계셔서 혼자 뒤에서 앉기가 민망했다. 그렇게 앉을 것인가. 말 것인가. 앉자고 말할 것인가 내적 고민을 잠깐씩 하다가 결국 끝가지 서서 감독했다. 그럼에도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으니 너무 힘들면 앉아버려야지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했던 것 같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랬지만 수업생 입장에서 보면 어땠을까? 4교시 때 내가 앉았으면 좌우 수험생과의 거리는 대략 50cm정도가 될 듯 보였다. 거기에 앉았으면 아마 수험생 입장에서 좀 신경이 쓰이지 않았을까? 특히 예민한 학생 입장에서는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내가 앉았던 2교시에는 마지막 좌석이 결시자였고 2번째 줄이라 주변 학생과의 거리가 좀 있어서 그나마 나도 학생도 덜 신경 쓰였던 것 같다. 코로나라는 엄중한 시국에 치러진 시험이어서 시험실 내 간격이 중요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아마도 선생님들도 앉으셨던, 앉지 않으셨던 마음이 마냥 편치는 않으셨을 것 같다.
수능 당일 고사실은 기침 소리, 시험지 넘기는 소리도 조심스러운 공간이다. 그런 시험을 코로나 상황에서 치뤘어야하니 수험생과 감독관 선생님들 모두 기운이 쑥 빠졌을 듯 하다. 감독관 의자 하나에 감독관 선생님들의 마음이 조금 편했듯, 수험생들의 이야기에 조금만 더 귀기울이면 조금 더 나은 시험 환경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능만이 아니라 교육 활동에 대해서만큼은 좀 더 교사와 학생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덧) 이 글을 2020년 12월 교육희망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