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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r 04. 2024

곱창케밥과 터키식 떡갈비 맛은 어떨까

12가지 길거리 미식 탐험

1. 코코레치(곱창케밥)

백종원의 이스탄불 유튜브 영상을 보고 뭘 먹어보면 좋겠다, 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마지막 날 뭘 먹고 갈까, 하고 호텔방에서 영상을 보다가 그중에 곱창케밥이라는 코코레치가 있었다. kokoreççi, 하고 구글맵에 검색하니 근처에 몇 개가 있었다. 이집션 바자르 근처가 호텔에서 가까웠다. 원래 여길 찾아온 거지만 아저씨 영업에 의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으로 자리에 앉았다. 메뉴 있나요? 하니 내가 곧 메뉴라고 말하면서 램 코코레치와 뭐 뭐를 말했다. 아, 램 코코레치 주세요! 하니 고기 근처에 있는 아저씨는 곱창을 엄청나게 잘게 다지기 시작한다. 음료는 뭘로? 하고 묻길래 아, 물 주세요, 하고 말했고 물까지 포함해 130리라, 5500원 정도로 굉장히 저렴하다.


빵은 적당히 촉촉하고 무난하다. 원래 후각에 둔해서 냄새나 향이 독특하게 나지는 않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곱창을 너무 다져서 씹는 식감이 부족하다. 그리고 내 입맛엔 약간 짜다. 짠 걸 좋아하는 우리 부서 막내대리가 먹으면 좋다고 할 텐데, 하고 생각했다. 고등어케밥에 뿌린 빨간색 가루처럼 매콤하면서 짭짤한데 양이어서 부드럽고 맛있다. 이것저것 종합적으로 씹히는 맛은 고소하고 꽤 조화롭다. 입맛을 거스르지 않는다. 먹다 보면 같이 곁들여 먹는 것이 없고 내가 먹는 게 느려서인지 약간 지루하긴 하다.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60대로 보이지만 되게 화려하고 젊게 입은 부인이 내 앞자리에 와서 앉았다. 카키색 아이섀도와 또렷하고 풍성하게 올린 마스카라와 갸름한 얼굴에 보이는 세월의 흔적들, 아줌마가 아닌 여자로 사는 사람 같은.

2. 라이스푸딩과 터키식 차이

예전에 루키예라는 터키인 친구가 라이스푸딩을 해줬는데 너무 달달하고 고소하고 맛있어서 늘 그리웠었다. 먹을 기회가 없다가 레스토랑에 갔다가 후식으로 시켰다. 라이스푸딩을 시키니 차이를 무료로 줬다. 35리라, 1500원.


집집마다 다를 것이기에 루키예가 해준 새하얀 라이스푸딩과는 약간 달랐지만 기본적인 맛은 비슷하다. 몽글몽글한 푸딩 속을 퍼서 한입 먹으면 식혜보단 퍼지지 않은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쌀이 씹히면서 굉장히 단 맛이 들어온다. 그때 따뜻한 차이를 한 모금 마시면 적당히 씁쓸하면서 조화롭다. 초코케잌과 아메리카노랑 먹는 느낌처럼. 양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다 먹었다. 여자 서버가 내가 한국인인 걸 느끼고 where are you from? 하면서 다가와 한국인이라 하니 어눌한 한국어로 저 한국어 쪼끔 해여, 하고 말한다. 떠듬떠듬이지만 자기가 한국인 친구가 있고 한국에 가려고 했는데 못 갔다고 했다. 한국인이어서 반가워 하는 것 같아서 질문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워하던 라이스 푸딩을 먹고야 말아서 행복하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스토리에 루키예를 태그 해서 올렸더니 루키예는 곧 내 스토리를 자기 스토리에 올렸다. 안 그래도 이번에 터키에 갈 때 연락했는데 결혼하고 이사 가서 터키 동부에 산다고 했다. 밝은 오렌지색의 (자연산) 파마머리를 하던 밝은 미소의 루키예는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히잡을 쓴 부인이 되었다.


3. 도미구이

@İBB Haliç Sosyal Tesisleri

햇살이 비치는 바다를 볼 수 있는 통유리 전경 레스토랑인데 정말 가성비 있는 식당이다. 내가 이스탄불 식당이 의외로 물가가 비싸다 하니 제이넵이 알려준 곳이다. 메뉴를 보니 가격이 되게 저렴한 곳이길래 생선구이를 먹자, 하고 도미구이를 시켰다. 190리라로 8천 원. 가성비 정말 좋다. 민어도 있고 연어도 있다. 가격이 저렴하니 오늘의 샐러드도 시켜보자. 향이 세지 않은 잘 구워진 생선 구이. 고소하고 맛있다. 단백질로 감기를 이기자!


4. 이스켄데르 케밥

부르사에 가면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으라고 하던데 한국인 유튜버들도, 제이넵 엄마도 똑같이 말했다. 그렇다면 먹어봐야겠지. 이스켄데르 케밥이라고 구글맵에 검색해서 나온 울루자미 근처 케밥집은 3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대기가 길다. 이스켄데르 케밥을 판다는 케밥집은 꽤 나오는데 그래도 이왕 먹는 거 전문점에서 먹어보자, 하고 지하도를 건너서 5분 더 걸어야 하는 곳으로 갔다. 또 다른 쇼핑 거리가 나온 것 같다. 짐이 약간 무거워 짜증이 나지만 자리가 많으니 좋다. 옷을 전문적으로 하얗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터키 아저씨가 우아하게 자리를 안내한다.


450리라인가 2만 원 가까운 가격이지만 가치가 있었다. 다른 데서 먹어보지 않아 비교가 어렵지만 부르사에 왔다면 이스켄데르 케밥을 먹어볼 가치가 있다! 요리사 아저씨가 다가와 후라이팬에 버터를 녹인 것 같은 뜨거운 소스를 부어주고 간다. 처음 먹어보는데 소고기는 굉장히 부드럽고 소고기 밑에는 얄파닥한 빵도 같이 먹도록 잘려 있다. 빵과 소고기, 곁들임 야채를 약간 잘라서 요거트 크림 같은 것과 같이해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


5. 쾨프테

모스크에서 나오는 뱃고동같은 방송 예배 소리? 가 시끄럽던 저녁 시간, 술탄아흐멧에서 가까운 쾨프테집을 가봤다. 떡갈비 맛 비슷하고 한국인 입맛에 잘 맞을 거라고 하던데 기대가 너무 컸던지 나는 그냥 그랬다. 뭐 고기 자체의 맛은 퀄리티가 좋다.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그냥 뭐. 떡갈비 같은 식감의 맛인데 단맛은 없고 토마토소스도 별로 조화를 모르겠다. 그마저도 샐러드를 안 시키면 딸랑 고기와 고추 몇 개, 이렇게 나온다. 그냥 주는 건 줄 알았는데 안 나와서 옆 테이블을 가리키며 나도 샐러드를 하나 달라고 했다. 그래도 채소를 먹으니 건강하겠지?


또 한 가지 단점은 현금이 똑 떨어졌는데 only cash라 써있다. 계산할 때 진짜 카드가 안 되냐 물으니 안된다 해서 그럼 바로 건너편에 atm이 보이길래 뽑아 오겠다 하니 그러라 하면서도 유로나 달러 없냐고 물어본다. 구멍가게도 카드가 되던데 여긴 왜 이러지. 마침 13달러 정도 있어서 10달러면 되냐고 하니 괜찮다고 했다. 달러를 1300원에 샀어서 음식값보다는 몇백 원 쌌다.


6. 길거리 옥수수

이스탄불 길거리 곳곳은 어쩜 이리 많을까 싶을 정도로 옥수수 군밤 장수들이 많다. 언제 한번 사 먹어봐야지 하다가 십 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소년이 추운데 팔고 있길래 사 먹어봤다.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 같은데 추운데 방치되었던 옥수수는 차갑다. 마지막에 소금 뿌려주냐 해서 조금만 뿌려달라고 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술탄아흐멧을 향한 벤치에 앉아 먹는다. 조금만 더 따뜻하면 더 맛있을 텐데 아쉽다.


7. 차가운 바클라바

호텔에 그냥 들어가긴 아쉬워서 시르케시 트램 근처에 들어와 와이파이도 쓸 겸 바클라바를 시켰다. 야외좌석이라 발밑 난로를 켜준다. 너무 단 걸 싫어하는데 적당히 달고 고소하고 여러 맛이 풍부하게 나서 좋다. 피스타치오인가 고소하고 맛있다. 밀크티를 시킨 건지 화이트초코를 시킨 건지 모를 밍밍한 미숫가루 같은 차와 함께.


8. 웻버거

탁심광장에서 백종원이 추천해 준 웻버거가 너무 맛있었는데 또 가기엔 귀찮고 멀어서 에미네뉘 선착장 근처에서 파는 웻버거를 사 먹었다. 거의 반값 정도, 50리라(2200원)로 먹었는데 그때 그 맛보단 덜하지만 먹어보기 아쉽지 않은 맛. 촉촉한 패티와 토마토소스. 부르사에서 돌아온 날 저녁, 기운도 없고 간단히 때웠다.


9. 석류 주스

100리라, 4500원에 짜주는 석류주스. 길 곳곳에 석류, 오렌지 등 생과일주스 집이 있다. 가격은 대체로 100리라로 통일되었다. 비타민을 먹고자 방에 가는 길에 샀다. 반 자른 석류 10개 정도를 짜서 주는데 양이 정말 많다. 시큼 달달한 석류를 실컷 먹을 수 있다. 먹다 먹다 다 못 먹고 버렸다. 씨는 아닌데 먹다가 가끔 알맹이가 씹힌다. 두 번 사 먹었다. 상큼하니 맛있다!


10. 되네르 케밥

터키 오자마자 처음 먹은 음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이 케밥. 양케밥 한번, 소고기케밥을 한번 먹었다. 그냥 길에 들어가 아무 데서나 먹었다. 엄청나게 기대한 맛에 부흥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스웨덴 룬드 여행길에 아꼬와 길에서 서서 먹던 그 케밥이 더 맛있다. 그래도 터키 와서 먹어보는 케밥이라 의미 있고 맛보는 게 재밌다. 양이 많아서 먹다 보면 지루하다. 집집마다 빵이 달라서 더 오래 머물렀다면 다른 집도 더 가봤을 것 같다. 한국의 우리 지하철역 앞 터키 아저씨 케밥도 4천 원 인데 현지에서 먹는 케밥이 8천 원 정도로 꽤 비싸서 놀랐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무난하고 맛있고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11. 라흐마준과 피데

터키식 피자라는 피데는 딱히 뭐 터키의 느낌은 없고 피자 맛이다. 라흐마준은 피자처럼 생겼는데 피자와는 다른 맛. 먹어볼 만하고 맛있다. 배가 많이 안 고플 때 가볍게 먹기 좋다. 담백하고 고소하고 바삭거리는 식감도 좋다.


12. 고등어 케밥

마지막날 본 최선의 노을

고등어 케밥은 처음 먹었던 집에서 너무 충격적으로 새롭고 맛있어서 두 번 먹은 음식. 터키에 또 가게 되고 하루만 머문다면 먹을 음식이 바로 고등어 케밥이다. 카라쿄이 카페거리를 걷다가 줄 서서 먹는 고등어 케밥집을 지나 자리가 있는 집에서 먹었는데 너무너무 담백하고 부드럽고 짭짤하고 빵은 쫀득하고 맛있는 거다. 그래서 마지막날 밤 트램을 타고 카라쿄이에 내려 바닷가를 통해 걸어가 고등어 케밥 거리에 가서 두 번째 사 먹은 집은 그냥 그랬다. 기본적인 고등어 케밥으로는 맛있는데 집집마다 양념과 고등어 맛이 약간 다른데 첫 집이 훨씬 맛있다. 길에서 숯불에 굽는 고등어케밥도 맛있다고 하던데 밖이 추워서 못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쌀국수, 파스타, 한식 두 번을 사 먹었는데 이스탄불에서는 오직 터키 음식만 먹었다. 먹어보고 싶은 요리가 많고 맛있어서 다른 음식 생각이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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