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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무게를 다시 묻다

by park j

“10년은 해야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 이 말은 오랫동안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봅니다. 정말 시간만으로 그 사람의 진정성과 전문성이 증명될 수 있을까요?

저는 여러 가지 일을 해왔습니다. 돌아간 길도 있고, 짧게 머문 자리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의미 있는 선택을 하며 제 나름의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종종 사회는 이렇게 묻습니다.


“경력은 얼마나 되나요?”
“한 분야에 몇 년 있었나요?”


그럴 때마다 저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간의 밀도’를 말하고 싶어집니다. 10년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신뢰의 기준처럼 작동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의 질과 방향은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단지 오래 일했다고 해서 성실하거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생계나 타성 때문에 혹은 선택지가 없어 한 자리에 머물기도 하며 그 시간이 반드시 ‘성장’이나 ‘몰입’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성실이란 단순히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방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려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오래 머무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어떤 면에서는 더 용기 있는 일입니다.


저는 한 가지를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서로 다른 관점과 감각을 연결하는 힘을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시간을 숫자로만 설명하기보다 그 대신 어떤 태도로 그 시간을 살아냈는지 그리고 그 시간은 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오래’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묻는 사회에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이야말로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의 가능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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