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의 갈팡질팡에 대한 고찰
살아가는 데는 꽤 자주 집중력과 주의력이라는 요소가 필요한 일이 자주 생긴다. 어쩌면 매일 매시간마다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 회사 업무를 하다가 보면 동료 혹은 후배 혹은 선배 아무튼 그 누군가가 이렇게까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경우가 부지기 수다. 놀랍게도 그런 존재의 비율은 고정 값이라 어딜 가도 있다. 정말 어디를 가도.
하다못해 친한 사이든 나아가서는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팀원을 거쳐 나와 결혼을 해야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내가 하는 말을, 누군가 전달하는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멋대로 이해해 버리는 일까지 저질러 버린다. 답답하기 그지 없는 노릇이다. 이걸 그냥 머릴 뜯어내서 칩 하나 심어서 가능하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인간은 아무 대책없이 막무가내로 머리를 뜯어내 버리면 죽는 존재다.
그래서 요즘 사회적 바람으로 대두되는 것이 ADHD이라는 것이다. 하도 여기저기 들려오고 뭐만 하면 님 ADHD임? ㅋㅋ 하면서 놀려대니 도대체 이것이 뭔지 찾아봤다. ADHD은 풀어서 쓰면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이라고 한다고 하더라. 어텐션 데퍼섯 하이퍼랙티비티 디소어더 라고 읽는다. 이름도 길고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겠는 이 병명은 대략 이야기하자면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라고 한다. 아마 업무 메일에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는 말에 심심한 사과가 뭐냐고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냐고 급발진 하는 건 요즘 제대로 된 책을 보지 않는 풍토와 제멋대로 노출되는 미디어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그걸로 양산된 집중력 저하와 산만함의 문제일 것이고 (제발 부탁하는데 잘 모르는 말이 있으면 유튜브 찾지 말고 네이버 사전을 뒤져 보자. 제발 부탁한다.) 그런건 알고 있으니까 됐고 나는 여러가지 이 병의 증상중에 과다활동 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사실 산만하다 라던지 충동적이다 라던지 하는 건 성인이 되고 나서 부터 많이 들어보는 사람은 흔치 않을 거라고 생각 한다. (이 말을 듣는다면 당신, 지금 누워서 핸드폰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누군가로 부터 애가 왜 이렇게 정신이 없어 라는 말을 불러 오는건 이 과다행동이라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과다행동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오버해서 하는 것을 말하는 듯 하다. 오지랖이나 수고스러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런 평범한 말로 표현이 되는 거라면 아마 저 길고 긴 병명도 생겨나지 않았겠지. 나는 여기서 내 지인의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건 내 지인의 경우이지 당신을 험담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 혹은 주변 사람이 이런 성향을 비치고 있다면 세세하게 돌봐 달라. 반응이 시덥잖아도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이것은 그들에게 제일 필요한 부분이다.
그 지인은 A라고 칭하도록 하겠다. A는 수더분 한 인상의 여성이다. 안경을 쓰고 짧은 머리에 통통한 볼과 주근깨가 귀여운 인상이다. 눈에 띄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평범하지도 않은 그런 사람이다. 꾸미는 것에 대해 욕심도 있고 좋아하는 취향도 확고하다. 이야기도 잘 통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사람을 지인으로 두면 내 인간관계에 큰 문제가 없을 듯 하지만 그냥 지나가기엔 이 사람에겐 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시작은 그녀의 인간관계였다. 나와의 교집합이 아닌 그녀만의 인간관계에서 어려운 점을 종종 술안주 삼아서 이야기 하고는 했는데 그것을 들어보면 도대체 그런 일이 왜 생기는지 이해를 하기 힘든 일이 많다. 단체 메신저 안에서 자신이 왕따를 당하고 있는 듯 하다 라던지 본인이 이야기만 하면 다들 다그치듯이 반대하는 의견을 쏟아내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녀에게 조절이 필요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 해도 고치지 못하는게 아마 그녀를 둘러싼 상황의 내핵이 아닐까. 그녀는 다르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도태되고 있었다. 자신이 무언가 말만 하면 화살이 되어 돌아오는 반응에 억울해 하고 있다는 것을 그건 이것 때문이라 이해를 시키려고 해도 본인의 잘못으로만 돌리는 태도가 나는 싫었다. A야, 너의 잘못을 내가 캐 묻는 것이 아니잖아!
이 사람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술이었다.
술자리를 좋아하고 사람과 만나는 걸 좋아하는 그녀의 성향이 거기까지는 좋다. 극I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문화가 있으리라.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자제를 해야하는데 몇년전까지만 해도 꼭 술을 마시면 무슨 사고가 터져도 터졌다. 심지어 그것은 A를 슬프게 하는 일이 되어 새벽에 버스 정류장에서 울면서 전화가 오는 일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집 근처 동네가 아니라 버스를 한시간 넘게 타야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그 어딘가에서. 그것이 그녀로 인해서든 아니든 그녀는 늘 사고의 중심에 있었다. 어디서 그렇게 시한폭탄은 안고 있는 사람들만 만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건 그녀의 그물망이니까 내가 관여할 권한은 없었다. 필요에 의한 강압으로 이 사람은 안돼, 이 사람은 만나지 마 라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앞에 그 어떤 납득될 만한 이유가 붙어도 그녀는 왜? 라는 이유를 대며 그것에 대해서 강하게 거부를 해 왔다. 그러니까 도대체 그 많은 사건사고를 끌어 안고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A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 나를 포기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다.
혼난다, 잘못했다 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회사에서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 처럼 혼나는 것에 대해서 무척 두려워 하고 있었다. 이해관계에서 다니고 있는 회사임을 꾸준하게 이야기 했지만 무언가 오더를 받았을 때 그것을 마치지 못하면 야근을 자진해서 몇일씩 하고 그 의견이 썩 맘에 들지 않아도 대꾸를 하지 못했다. 야근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해도 일의 순서나 처리 방법에 대해서 집중을 할 수 없어서 답이 될 수 없었다. 무언가 상사에게 질문을 했을 때 그 상사의 태도도 문제였지만 질문을 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것은 퇴사 날짜를 정하는 것 까지 영향을 미쳐 점찍어둔 퇴사일에서 3개월이나 지나고 나서야 겨우 그 회사와 안녕을 고할수 있었다. 나는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감정소모를 극도로 싫어해 왠만한 일에는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며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스킬에 도가 튼 나도 고구마를 한박스 정도 먹은 기분이 되었다. 성격상이라고 해도 본인의 이미지와 업무 성과가 나락으로 가고 있는데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과하게 생각했고 넘치게 행동했다.
차분하게 생각을 하고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그 답을 과다행동이 아닐까 하는 확신의 의심이 생기고 나서 진지하게 그녀에게 ADHD 검사를 하도록 권유했다. 벌이가 크지 않고 이미 부양하고 있는 식구도 있는 터라 본인에게 쓸 여유돈이 많지 않아 제법 나오는 검사 비용 때문인지 검사를 미루고 미뤘었다. 아마 그건 굳이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마 내가 모르는 그녀 안의 어떠한 걸림돌이 있었겠지. 그치만 이대로 스스로를 쭉 혐오 하면서 살순 없지 않는가? 너무 기쁘게도 나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최근 A는 검사 예약을 잡았다. 나는 그녀가 결과를 평온하게 받아 들이고 좋은 선생님에게 충분한 치료를 받았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평온하게 받아 들이는게 가능하냐고? 그녀가 자각하고 선택했으니 그렇게 해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정신병의 가장 좋지 않은 점은
스스로를 해치는 것은 디폴트고
주변이 병 들어 가는건 필수 옵션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모습은 굳이 ADHD이 아니라도 볼 수 있다. 우울증이 심해 져도 볼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검사를 꼭 해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에서 명확한 진단명이 나오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적어도 1년 이상은 상담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그래서 일찍 발견하면 발견할수록 좋다. 마치 치과와 같다. 거기는 이를 뽑아내도 임플란트라는 대체품이 있지만 우리 명줄은 대체품이 없지 않는가. 아차 하는 순간에 삼도천 앞에 서 있을 수도 있는거다. 그것도 스스로의 힘으로. 그냥 성격이 소심한거지, 결정을 잘 못하는 거지 등등 가볍게 넘겨도 된다면 이 글은 그닥 재미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읽고 있는 자신에게 뭔가 중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으면 주저말고 병원으로 달려가서 의사 앞에 우선 앉아라. 나 ADHD 같다고 하면서. 그게 스스로 에게도 주변에게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갈팡질팡 이라고 한다. 누구는 결정장애라고 하기도 하지만 장애를 붙이기엔 너무 차갑다. 보는 사람이 좀 답답하겠지만 스스로가 스스로를 싫어하는 것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자신을 혐오하는 것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그랬고 그것이 결코 좋은 마무리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여기까지는 꼰대고 신비로운 얼룩무늬를 가진 삼색 고양이 처럼 우리는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소중한 존재니까 스스로를 다독다독 해주는 습관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
이건 안부이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