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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bert Yang Aug 18. 2022

보편적 세계제국으로써의 중국

주변국과 민족들을 하나로 융합시켜버리는 문화적 힘

안녕하세요, 양한수입니다.


이번에는 인문학의 관점에서 중국을 해설하는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마침 중국대학에서 강의하는 한국인 교수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요, 금, 원, 청과 같은 북방 유목민족 왕조들이 왜 하나같이 중원을 점령하고 중국 황제를 칭한 이유가 무엇일까? 왜 그들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유목제국을 세우지 않고 굳이 중원을 지배하려고 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원나라의 중원 지배를 이유로 삼지만, 저와 그의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원래 유목민족들은 정주민족인 중원 국가들과 다른 독자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최초의 유목제국인 흉노가 들어선 이후부터삼국시대까지 유목민족과 중화민족은 별개의 세상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사마씨의 진나라가 망하고 남쪽으로 도망간 이후부터 유목민족들이 중원지역에 들어와서 지배하게 됩니다. 오호십육국 시대부터 수나라 시대까지 유목민족 지배층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중원에 이식하여 정체성을 보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당나라가 지금의 칭하이성에 위치한 '설연타'와 몽골 및 북정 지역에 위치한 '돌궐'을 무력으로 점령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바뀌게 됩니다. 당나라 황제는 이제 유목제국의 최고지도자인 '가한'을 겸직하면서 '천가한'이라고 칭하게 됩니다. 이제 유목제국의 중심이 광활한 들판에서 황제의 거처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거란족, 여진족, 몽골족 등 유목민족들은 세계의 중심인 중원 지역을 점령한 민족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믿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중원을 점령할 무력이 충분했을 때 한 점 의문없이 무조건 중원을 공격했던 겁니다. 


그들의 이러한 행동은 서방의 로마제국의 상황과 상당부분 비슷합니다. 지금의 서유럽 지역에 널려있던 여러 국가들은 세계의 중심이 이탈리아 반도, 즉 고대 로마제국의 심장부에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탈리아를 지배하는 국가가 곧 세계를 지배할 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정통성은 지금의 이스탄불을 지배했던 동로마 제국에게 있었습니다. 아무튼, 서유럽 국가들은 중세 시대 내내 이탈리아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였습니다. 


즉, 북방 유목민족들은 중원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인식했던 겁니다. 예를 들어,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설화모음집에서 '황제'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 단어가 중원 왕조의 황제인지 청나라 황제인지 알 수 없으나, 만주족 설화에서조차 황제가 등장할 정도로 중원 황제의 명성이 널리 알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동방에 중화제국이 있었고, 서방에는 로마제국이 있었습니다. 지금서방은 민족국가들이 공존하고 있으나, 동방은 중화제국이 부활하려고 합니다. 과거 유목민족들이 자신들이 문화적 정체성을 버리고 중화제국을 중심으로 여겼던 것처럼, 한국도 그렇게 매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정학의 질서로 재편되는 세계에서 한국이 어떻게 중국의 영향력을 완화하면서 독립국가로 존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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