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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이올렛 Nov 05. 2023

만리장성보다 튼튼한 만리 방화벽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답답하고, 적응되지 않았던 것을 딱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언어도 아니요, 문화도 아니었다. 내 기준에서는 다양한 SNS나 인터넷 사이트를 자유롭게 접속할 수 없다는 게 가장 답답했다. 

     

중국은 인터넷의 감시나 검열이 엄격한 편인데 일부 외국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컴퓨터 방화벽을 치고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트래픽을 차단하고 있다. 목적은 자국 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방 세계의 사고방식, 문화, 정보를 통제함으로써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흔히 ‘만리 방화벽(Great fire wall)’이라고 표현하는데 만리장성(Great Wall)과 컴퓨터의 방화벽(fire wall)을 합성한 용어이다.     

중국의 만리 방화벽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1998년부터 황금 방패(Golden Shield Project)라는 프로젝트로 자국민 정보 검열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만리 방화벽은 이 황금 방패의 일환으로 2003년도에 완성됐다. 이미 이렇게 인터넷 세계에서 만리 장벽을 쌓은 지 20년 가까이 된 것이다. 그럼 중국은 20년간 견고하게 쌓아 올린 인터넷 세계의 만리장성을 통해 과연 소기의 목적을 성취했는가?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부 중국인들도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외국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위챗이나 웨이보 등 중국 토종 SNS나 바이두(百度)와 같은 포털 사이트, 콰이쇼우(快手)등 숏 클립 어플 등을 사용하고 있다. 굳이 외국의 사이트나 어플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중국인들 대부분이 자국산 SNS, 사이트 등을 이용하고 있으니 크게 불편함을 모르고 지내는 것 같다. 이미 중국 안에서 자체적인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만약 중국 정부가 세운 만리 방화벽이 없다면 지금과 같이 어떤 의미에선 잘 통제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외국의 사이트나 어플을 중국인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면 지금의 바이두, 텐센트, 콰이쇼우는 존재할 수 있었을까? 중국 당국 입장에선 사회 통제에도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자국 기업이 거대한 IT 생태계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니 소기의 목적보다 더 많은 것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미중 양국은 별도의 테크기업 생태계를 갖추게 되었다.(출처 : SCMP)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수는 10억 1,074만 명(2021년 6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약 72%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 매주 약 27시간 정도 인터넷에 접속해있다고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IT 인프라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일상은 더욱 편리해졌고, 사용자 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는데 중국당국 입장에서는 달가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인터넷 공간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때로는 감춰졌던 진실이 공개되기도, 억눌린 욕망이 표출되기도 한다. 그럴수록 중국 정부는 더욱더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고 있고 만리 방화벽도 더욱 단단하고 높게 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2016년도 중국으로 처음 파견을 나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봐도 접속이 안 되는 외국 사이트가 더 늘어났고 VPN 연결도 더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베이징 주재 기간 동안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기 위해 카카오톡 어플을 실행 전에 먼저 유료 VPN을 연결하곤 했다. ‘답답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듯, 이곳에선 조금 불편하더라도 적응하고 살 수밖에 없지’라고 생각하며 3년을 보냈다. 그러나 귀임하는 날까지도 적응이 잘 안 되었다. 한국으로 귀임하는 날. 약 2년 반 만에 중국 밖으로 나온 그날, 경유지였던 홍콩에서 VPN을 연결하지 않아도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 등 여러 서방의 SNS를 자유롭게 접속되는 것을 매우 신기해했다. 한국에서 지내는 약 2~3년 동안은 사설 VPN 접속이 필요 없는 자유를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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