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균열과 응력 집중
면도날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같은 고강도 금속으로 만들어지지만, 몇 번 사용하다 보면 쉽게 무뎌집니다. 면도날이 무뎌지는 원인은 단순한 마찰 때문이 아니라, 더 정밀한 물리적·재료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MIT의 Roscioli et al. (2020) 논문에서는 면도날이 수염보다 훨씬 단단함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내에 무뎌지는 이유를 밝혀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면도날의 미세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면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고, 면도날이 무뎌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면도날은 기본적으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며, 극도로 날카로운 단면을 갖도록 정밀하게 가공됩니다.
이 과정에서 면도날의 강도와 예리함을 결정하는 미세 구조가 형성됩니다.
• 스테인리스 스틸 판을 얇게 압연한 후, 초정밀 절단 장비로 날카로운 단면을 형성합니다.
• 이 과정에서 금속의 결정 구조(grain structure)가 재배열되며, 날 끝부분이 매우 얇고 예리한 형태를 갖게 됩니다.
• 면도날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열처리(heat treatment)를 진행합니다.
• 열처리를 통해 금속의 결정립 크기(grain size)가 조절되며, 날의 내구성이 향상됩니다.
• 다이아몬드 연마제 등을 이용해 미세 연마(micro-polishing)가 이루어집니다.
• 크롬, 텅스텐, 티타늄 등의 코팅이 추가되어, 날의 내구성을 증가시키고 마모 속도를 늦춥니다.
면도날이 수염보다 훨씬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마모됩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면도날과 수염의 물성을 비교해야 합니다.
특성 면도날 (스테인리스 스틸) 수염 (케라틴 단백질)
강도 400~600 MPa 100~200 MPa
경도(HV). 200~300 HV 50~80 HV
지름 0.1~0.3 μm (날 끝) 50~100 μm
• 수염의 강도는 금속보다 낮지만, 면도날 끝 부분은 0.1~0.3μm 수준으로 매우 얇기 때문에
특정 조건에서 오히려 면도날이 손상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기존에는 면도날이 마찰(wear) 때문에 마모된다고 생각했지만, Roscioli et al. (2020) 연구에서는
면도날의 마모가 단순한 마찰이 아니라, 미세 균열(microcracking)과 국소적인 응력 집중(localized stress concentration)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 수염이 면도날과 만날 때, 힘이 균등하게 분포되지 않고 날 끝의 특정 지점에 집중됩니다.
• 면도날이 완벽한 직각(perfectly perpendicular)이 아니라 비스듬한 각도로 수염과 접촉하면,
특정 부분에 극심한 응력이 가해지면서 균열이 발생합니다.
• 면도날은 미세한 결정립(grain boundary)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면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응력이 가해지면, 결정립 경계에서 균열(microcracks)이 성장합니다.
• 시간이 지나면서 균열이 합쳐져 면도날 끝이 부서지고, 면도 성능이 저하됩니다.
• Roscioli et al. (2020) 연구에서는 면도날 끝에서 발생하는 마모 형태가 단순한 마모(wear)가 아니라, 작은 조각들이 떨어져 나가는(chipping) 형태임을 확인했습니다.
• 면도날이 일정 횟수 이상 사용되면, 날 끝 부분에 불규칙한 손상이 누적되면서 절삭 성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면도날의 내구성을 개선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결정립 크기를 줄이면 균열 전파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텅스텐 또는 DLC(Diamond-Like Carbon) 코팅을 적용하면 칩핑 현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수염과 면도날이 비스듬하게 맞닿는 것을 최소화하면 국소적인 응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면도날의 마모는 단순한 마찰(wear)이 아니라, 국소적인 응력 집중과 미세 균열(microcracking) 때문입니다.
- 면도날과 수염의 물리적 특성 차이 때문에, 오히려 날이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이러한 연구는 면도날의 내구성을 개선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면도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1】 Roscioli, J. R., et al. How hair deforms steel. Science,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