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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넌 Sep 29. 2024

난 모든 게

무거운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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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무거워 차창에 덜컥 기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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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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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의 창문은 가만히 기대어 쉬게 만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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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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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마저도 기댄 거라고 덜컹거리는 차창 위에 그저 누워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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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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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어기,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기둥의 불빛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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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건너고 있는 이 다리는 멀리서 본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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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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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다리도 저렇게 빛이 나는지 알 턱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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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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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감고선, 어디쯤 왔을까, 집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하던 참에 눈을 뜨니 집앞 버스정류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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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컴컴해졌다. 어느덧 해가 금새 지는 때가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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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봤던 해는 잊어버리고 가로등불 아래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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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하니 보던 담배 연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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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하니도 보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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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손에 매달린 담배가 짧아졌으니 집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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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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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덜컹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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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감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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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쯤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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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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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다리는 빛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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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보았던 해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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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하루 전에 보았던 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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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도. 달도. 별도. 가로등불도. 담배연기도. 어떤 하늘에게 떠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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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끝나지 않은 하루 끝에. 다가올 하루보다 조금 앞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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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만 누워 있자. 덜컹일 줄 모르는 침대 위에 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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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덜컹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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