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eherazade Jul 04. 2017

어쩌면 그것은 덜컹거리는 추억

교토, 일본 

교토에서 머문 곳은 , 

시내와 좀 떨어져 있는

술 도가가 있는 물좋은 동네 

방 세 개까지 작은 료칸이었다.

손님이 들고 날 때 

호들갑스럽게 아는 척 하지 않고, 

일본인 특유의 과다한 친절을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언젠가 밤에 비를 맞고 들어온 

나를 위해 따뜻한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기다려주었던.... .


서울로 치자면 구로쯤 되는, 

관광지와는 거리가 있는 마을.  

동네 반찬가게앞에는 주인 할머니가 

직접 만든 매실짱아찌 같은 것을 

내놓고 나와 졸고 있고

까만 세일러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자전거 행렬이 지나가고

낮에는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둑어둑 해지면 등에 불을 밝히며

외로운 술꾼들을 반기는 

조그마한  이자카야가 있는.

 

그리고 그 동네에서는 

항상 덜컹거리는 열차 소리가 났다.

  

  

러브레터 에서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도

초속 5cm 에서도,

일본의 영화에서는 

언제나 유년의 모습을 보여줄 때

동네 철도 건널목이 나왔다.

그들은 그 건널목에서 아쉽게 어긋나고

기차 너머로 서 있는 첫사랑에 설레하고

그곳에서 이별했다.

 

영화를 볼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며칠 이 동네에 묵다보니,

그냥 기차 소리 , 기차 역, 

철도 건널목 자체가

반찬가게나 꽃집 처럼 

동네 속 풍경이구나 싶다.

 

멀리 남단의 오키나와에서 

최북단 사할린과 맞닿은 왓카나이까지.

일본을 거미줄처럼 감싸고 있는 철도.

 

**이 소년이 어른이 되어 유년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덜컹거리는 기차가 생각날까? 


언젠가 내가 했던 프로그램에서 

한 라다크 소녀는

히말라야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저 너머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꿈을 꾸게 된다고 했다.

어쩌면 일본의 소년들은 

멀리 꼬리를 늘어뜨리고, 

규칙적인 기계음을 내며 달리는 

기차를 보면서 저 너머 

다른 세상을 꿈꾸지 않았을까?

 

일본 사람들의 유년엔 

언제나 덜컹거리는 추억이 있을 것 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