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글 Sep 07. 2020

어머님의 병원학교

가족의 사랑 속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어머니 안녕하세요~! 요새 혜은(가명)이는 좀 어떤가요?

 우리반에 혜은이라는 친구가 전학왔다. 다른 학교에서 멀리 전학 온 혜은이는 우리반에 적을 두었으나 학교에 한번도 등교하지 못했다. 질병으로 인한 장기 결석이었다. 


장기투병 어린이를 위한 병원학교와 꿀맛 무지개 닷컴


현재 교육청에서는 장기 투병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대안학교 제도를 운영중이다. 하나는 병원학교이다. 병원학교는 병원 내에 있는 학교로 관리하시는 선생님이 계시고 아이들이 학교에 들러서 수업을 받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마저도 가기 여의치 않은 학생들의 경우 인터넷을 이용한 '꿀맛무지개닷컴'에 가입하여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제도가 만들어져있다. 


혜은이는 처음에는 병원학교에 등록하였고 꿀맛 무지개 학교도 같이 등록하여 나중에는 무지개학교 위주로 출석하였다. 나는 혜은이의 안부가 궁금해 어머니와 병원학교 선생님께 종종 전화를 드렸다. 혜은이 어머니께서는 늘 씩씩하셨다. 아마 그런 힘이 아이에게 까지 전해지리라고 늘 전화 할때 마다 나는 믿었다. 혜은이는 아빠와 같이 혈액암의 일종인 암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통화할때 간간히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넘어 암환자 가족으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만약 아빠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혈액암이 뭘까? 하고 의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텐데, 아빠와 같은 병실에서 다른 환자들을 보았던 나의 짧은 경험이 ‘암’이라는 단어를 묵직한 무게로 내 마음에 한번에 올려 놓을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반 혜은이는 교육청과 병원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인 병원학교와 꿀맛 무지개학교에 같이 등록하였고 비록 수업은 나오지 못했지만 인터넷수업을 빠짐없이 듣는 학생이었다. 아마 혜은이가 아파서 어머니께서 수업을 들을때가 대부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는 나는 마치 숙제검사를 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되었고, 어머니께서는 밀린 숙제를 검사받는 느낌이셨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어머니와 전화를 하다 출석 이야기를 할때면 멋쩍어서 함께 어색하게 웃는 일이 많았다. 


이 시스템을 마주하며 차라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용품이나 원하는 도서들을 사주도록 지원해주는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실시간 수업을 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져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 혼자서 온라인 수업을 스스로 듣고 공부하는 것은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교사가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도 병문안을 가려고 몇번 생각해보았지만 부담스러워 하시며 만류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에 마음을 접곤 했었다. 현재 제도가 최선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한 해 동안의 승패


  혜은이는 그 해 누구보다 열심히 출석하고 모든 기준을 통과했으며, 당해 년도 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더욱 기쁜 소식은 혜은이 어머니로부터 혜은이가 많이 회복되어 다른 학교로 전학하고, 그곳에서 다음 학년 등교를 기다린다는 소식이었다. 그 해 말 빡빡한 수업제도, 출석체크를 빠짐없이 하는 유달리 꼬장꼬장한 담임 그리고 암은 어머니의 사랑과 아이의 강인함 앞에 위대함 앞에 무릎 꿇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팔자에 대한 오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