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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태일 Dec 30. 2022

'관찰육아'를 합니다

단아랑 아빠랑 ep.07

매일 같이 사는데

언제 이렇게 큰 걸까?



딸 단아를 처음 만난 건 '초음파 사진' 속 1.4cm 크기의 태아였다. 그 뒤로 격주,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병원을 가서 잘 자라고 있는지를 관찰하며 초음파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노산의 엄마 아빠의 걱정과는 다르게 배 속의 태아는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했다. 


특히 태동이 느껴질 때는 산부인과를 가지 않아도 단아의 '안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가 더 불러지는 만큼 양수의 양이 많아지고, 공간이 커진 만큼 단아의 크기도 점차 커지고 있었다. 요리조리 엄마의 배 속을 헤엄치는 것 같았다. 꼬물꼬물 거리며 머리의 위치가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움직임을 느끼기도 했다.


막상 초음파 사진을 보면 또 굉장히 작다고 느꼈지만 순간적으로 놓친 걸까? 바쁘게 보내기라도 한 날들이 쌓이다 보면 금세 아내의 배는 커졌고, 아이도 가속도가 붙었는지 배로 커지기 시작했다.




3.44kg 50cm

→ 9.2kg 73.2cm


초음파 속의 아이는 약 50배가 커져 50cm의 크기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처음 만났을 땐 너무 작고 소중함에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걱정뿐이었다. 물론 지금은 목마를 태우고, 한 손으로 들쳐 메고, 공중으로 띄우기까지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면 안 되는 이유'의 다양한 증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100일, 3개월, 6개월 등 영유아 검진, 예방접종 등 다양한 이슈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덕분에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다.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언제 이렇게 컸지?


분명 '역류방지쿠션'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살던 아이가 이제는 '역류방지쿠션'을 넘어 다니고, 한 손으로는 쿠션을 밀쳐내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 사물만 보면 만지고, 날리고, 자주 일어서기 위해서 힘을 쓰고 있다. 9개월이 된 딸은 70배가 넘게 자랐고, 태어났을 때보다 3배의 무게를 자랑했다. (아이에게, 딸에게 '무겁다'고는 말하면 안 된다고 하니..)


새로 생긴 습관이 있다면 아이가 언제 어떻게 크는지 사진으로 매일 기록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자라면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신호를 주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엄마 아빠에게 필요한 건

아이를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는 언제나 신호를 준다. 배고플 때, 응아를 봤을 때, 아플 때, 기분 좋을 때, 싫을 때, 짜증 날 때, 지루할 때 모든 감정 표현을 어른처럼 말로 표현은 못하지만 분명 '신호'를 준다. 처음에 가장 신기했던 건 '딸꾹질'이었다. 딸꾹질을 했다는 건 아이가 소변을 봤다는 거였다. 기저귀를 보면 없던 소변 표시가 나타난다. 나의 딸은 잘 우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어떻게 표현을 할까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감정의 변화나 신체의 미세한 증상을 보일 땐 움직임이 '굼뜨기 시작'했다. 응아를 할 땐 잘 기어 다니다가도 느려지거나, 집 안에만 있어서 지루함을 느낄 땐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한다.(물론 대부분 짜증 섞인 옹알이가 동반되긴 했다) 반면에 몸의 움직임이 빨라질 때가 있다. 이 부분이 조금 흥미롭고, 귀엽기도 하다.


눈앞에 먹을 간식이 있거나(특히 분유와 아기 치즈 홀릭 중) 유난히 관심이 많은 장난감을 마주했을 때 손과 네발기기가 빨라진다. 아빠 입장에서 가장 큰 행복과 관련된 모션이 있다. 퇴근 후 현관을 열고 들어왔을 때 아이는 소리만 듣고 소리를 지르고, 느려 보이지만 최선을 다해 네발기기로 다가오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조금 안타까운 신호도 있다. 나의 딸은 부딪히거나 조금 아픈 거 같을 땐 크게 울지 않는 편이다. 한 박자 그리고 반 박자 느리게 '아...'소리를 내며 입을 벌리고, 온몸의 동작이 순간 멈칫거린다. 순간의 아픔을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였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도 조금 느리게 반응을 하는 편이니까 말이다. 사실 조금 귀엽기도 하다. 미안하지만:)

 


'관찰육아'는

굉장히 중요했다.


나는 광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일상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질문하고, 바라보고, 나누는 것을 즐긴다. 미련할지도 모르겠지만 조립할 땐 설명서를 잘 읽지 않는다. 그냥 한 없이 오래 걸리더라도 조립해보고, 부수고, 다시 조립한다. 그 자체로 완성되었을 때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육아'에 적극적으로 동참을 하면서 아내와 종종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아내가 아이를 돌볼 때 괜히 질문하고, 또 질문하고 의견을 낸다. 대부분 아내의 육아 방식이 옳은 편일 것이다. 다만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 속 순간들이 궁금하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 결론은 아이를 관찰하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건 같은 방향이었다.


아내와 나는 육아를 하면서 서로 다른 인스타그램 계정(육아)을 운영하고 있다. 각자의 경험과 느낀 점,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모든 건 결국 '관찰'을 통해 아이의 생각, 경험, 습관, 태도를 기록하는 것이다.


'관찰육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하면서 부족하지만 서로 간에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아이를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고마움'으로 시작해 '가족의 성장'을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더 진심으로 소중하게 아끼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집중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공부하게 되고 정보를 습득하고 이행하게 되며 새로운 지식과 나름대로의 소소한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단아랑 아빠랑


케어에만 집중했다면

절대 알 수 없었다.


네발기기를 하고, 주변 사물을 이용해 일어서는 연습을 시도 때도 없이 도전하고 있다. 아이 스스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반복하고 있다. 그만큼 부모의 손이 점점 많이 가고 있다는 건데 단순히 돌봄에 치중하다 보면 지칠 뿐만 아니라, 회복하는 과정이 꽤 오래 걸릴 수도 있음을 느낀다.


결국, 엄마와 아빠의 공부, 노력, 시도가 필요하다. 우리 부부는 여전히 부족하고 때로는 실수를 하면서 괜히 화를 내기도 하며 짜증을 낸다. 하지만 여전히 '관찰 육아'를 통해 아이를 바라보고, 과정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이해할 수 없지만 여기서 약간의 '쉼'이 발생한다. '안도의, 평안의' 쉼이다.


아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자라고 있다. 대부분 아이가 먼저 잠에 들기 때문에 자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내와 나는 빤히 자고 있는 딸을 쳐다보고, 손을 만져보고, 볼에 뽀뽀를 한다. 잘 때 얌전할 때 좋아 죽겠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역시 문득 느낀다. 또 컸다..


아이가 자라면서

우리 부부도 자라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왕조시대

왕조시대 Jr. 단아를 응원합니다.

instagram, @baby.wangjo.jr


+


시즌 2. 딸이랑 아빠랑 Ep.01 ~ Ep.06

https://brunch.co.kr/magazine/imfathe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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