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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태일 Jul 27. 2023

돌,잔치를 하지 않았다.

딸이랑 아빠랑 ep.14



2022년, 2월 15일 화요일 그리고 오전 9시 16분

작년의 오늘이 생경하게 떠오른다.

만삭인 아내는 42주를 꽉 채우고도 뱃속의 아이를 가진채 이틀을 더 보냈다.

혹시나 했는데 그날밤 양수가 터졌고, 우리 부부는 태연하게 차를 몰고 산부인과를 갔다.

그리고 제왕절개를 선택했고, 수술 16분 만에 딸 단아는 세상에 태어났다.


2023년, 2월 15일 수요일 그리고 오늘이 되었다.

벌써 '돌'을 맞이한 것이다. 첫 돌, 첫 생일

'처음'이라는 시간, 순간, 날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가족, 친척, 지인 그리고 친구들도 기분 좋은 축하의 한마디를 건넸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경우엔 더없이 적극적인 인사를 보내주었다.



단아야, 생일 축하해! 고마워, 잘 자라줘서.  


첫돌의 의미,

the first birthday of a baby

돌, 왕단아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맞는 생일. 또는 어떤 일이 일어난 후 일 년이 되는 날}

어쨌든 단아가 태어나고 1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셈법으로는 12개월이 되며, 366일 그리고 무려 두 살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1년의 기록을 훑어보았다.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가볍게 훑어봐도 신생아 시절부터 오늘까지 여러 번의 진화 과정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보고, 듣고, 먹고, 입고,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달라지고 있었다. 그만큼 단아는 스스로 많은 걸 경험하고 때로는 인내하고, 버티며 잘 지내왔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첫돌의 의미가 기쁨이고 대견함과 동시에 뭉클했다.


보통의 아기들은 돌을 맞이하는 시기에 걷기 시작한다. 딸 단아도 최근 2주 사이부터 네발기기를 넘어서 걷기 시작했다.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부딪히고 자꾸 부딪혔지만 결국 다시 걷기 위해 일어섰다.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인간이기에 직립보행을 자연스럽게 할 때까지 반복될 것 같다. 처음 한 걸음을 뗐을 땐 너무 기뻐 아내는 눈물을 보였고, 나는 기쁨에 박수를 쳤다.


첫돌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돌잔치다. 첫 생일이기도 하고, 1이란 숫자의 상징성도 있지만 1년 살아남았으면 앞으로도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지금생각해 보면 조금 섬뜩하다. 아무튼 우리는 돌잔치를 고민했다. 


돌잔치를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다.

전문 사회자가 레크리에이션을 했고, 초대받은 하객들에게 선물도 주더라. 결혼식이 진행되는 예식장, 뷔페, 레스토랑 등 '축의금'을 내고, '입장'과 동시에 '식사'와 형식적인 '축하' 등으로 이루어졌다. 한복을 입은 부모와 아이의 사진 촬영이 끝나면 소소한 '선물'을 받고 퇴장했다.


우리 부부는 '스몰웨딩'을 통해 결혼식을 진행했다. 형식보다 '우리'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돌잔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스몰 돌잔치'를 했냐고? 아니다. '돌잔치'를 생략했다. 형식을 갖추고 싶지 않았고, 여전히 코로나19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또는 가족들도 조금 의아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도, 핑계도 대지 않았다. 그냥 우리 가족의 선택이니까. 결국 처가, 본가와 따로 가족 식사를 한 차례씩 하며 가족만의 소소한 생일 파티를 했다. 결국 세 번의 생일 파티였다.



단아야 생일 축하해

여보, 단아를 낳아줘서 고마워


코로나19가 문화를 많이 바꿔 놓긴 한 것 같다. '단절'이라는 키워드도 이제는 제법 부담스럽지가 않다. 오히려 가족이 더 끈끈하게 연결될 수 있는 부스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외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가족'의 역할, 존재의 이유, 의미, 가치관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확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딸 단아의 생일이 더없이 소중했다. 보면 볼수록 귀엽고, 예뻤다. 걷다가 넘어져도 '껄껄'웃으면서 일어나서 또 걷는 딸을 보면 감동의 연속이다.


저녁이었다. 가족들과의 식사가 끝이 났다. 조촐했지만 가족과의 만남은 항상 보이지 않는 긴장 모드가 존재했다. 사위로서, 며느리로서 부캐의 역할이 있으니까 말이다. 아내와 나는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한 마디를 남겼다. 하지만 빠진 게 있었다. 아내는 섭섭했던 걸까? 오늘도 나에게 한 수 가르침을 주었다.


''단아를 낳아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줘


실패했다. 분명 어디선가 들었고, 내가 먼저 아내에게 건넸어야 했다. 하지만 아내가 먼저 가이드를 남겼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미안했지만, 민망했지만 그래도 사랑하니까 나는 그대로 말을 되풀이 했다.


''단아를 낳아줘서 고마워''


아내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가끔 인스타그램 콘텐츠에 나를 @태그하여 힌트를 준다. 최근에 너무나 인상 깊고, 인사이트가 넘쳤고, 남편으로서 다짐하게 만든 글을 읽었다. 역시나 아내가 나를 '태그'했기 때문에 잊지 못할 순간을 맞이했다. 이후로 순간적인 부부싸움의 시작이 있을 찰나에 나는 해당 문장을 기억해 내고 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부부싸움은 커녕 '웃음'으로 승화되는 경우를 맞이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싸워서 자존심을 세워서 무엇하리, 자존심을 세워 이긴 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싸워서 진 것과 마찬가지..''

대략 이런 내용이다. 조금 더 긴 문장이었지만 이 부분의 내용만 기억에 남는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 않았던 가. 아무튼 아내는 듣고 싶은 말, 지혜로운 순간을 만들기 위해 남편인 나를 잘 다루는 것 같다. 


그랬다.

첫돌의 의미,

딸 단아의 무한한 성장에 감사하고, 이로 인해 세상 행복한 1년을 보낸 나에게 큰 축복 같은 딸 단아를 안겨준 아내의 고마움, 첫돌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결국, 가족의 성장과 사랑으로 1년을 잘 보낸 우리 모두에게 주는 축하의 날이었다.


첫돌은 이제 겨우 1일뿐일지 모른다. 앞으로 100세까지 99년이 남았다고 했을 때 인생의 얼마나 많은 굴곡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아찔하기도 하다. 갑자기 차가워진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더없이 소중한 1을 기억하며, 딸 단아와 함께 우리 세 가족은 2가 되고, 3이 되며... 매해 의미 있는 가족의 날이 되길 희망한다. 


딸, 내 딸 단아야.

첫돌 축하해. 잔치는 없었지만 우리 셋 행복했다.

기억해, 1년의 기록들을.


사랑해 딸 단아 그리고 아내 현주


우리는 왕조시대

왕조시대 Jr. 단아를 응원합니다.

instagram, @baby.wangjo.jr


+


https://brunch.co.kr/magazine/imfather2 ep.01~e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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