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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숲사진가 Mar 17. 2023

긴 겨울잠에서 깼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움직인다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게 괜찮은 걸까 싶다.

이 순간 이후로 쭉 기나긴 꿈속을 헤매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3월 17일 새벽을 달리는 시간이다. 몇 번을 다시 달력을 확인해도 오늘의 날짜는 실수로 1월 17일을 잘못 알아본 것이 아니라 3월 중순이라는 이야기이다. 2022년 12월 27일의 밤 아이슬란드 서부의 디우팔론산뒤르 해변가에서 물결치듯 하늘 위를 흐르던 오로라를 본 이후로 3달이 지났는데 그 이후로 깨어날 수 없는 꿈속을 굉장히 오랫동안 헤매다 정신 차리고 보니 3월 중순이 되었다. 


기나긴 겨울잠에서 어떻게든 깨어나려는데 여전히 공기는 차갑고 몸에는 으슬으슬한 기운이 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코끝을 스치는 추운 내 방의 공기도 싫고, 하루 일과 시작의 아직 채 예열되지 않은 사무실의 공기는 더더욱 달갑지 못하다. 길고도 긴 시간 동안 쫓았던 별빛 속의 오로라를 만나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아니어도 큰 것 한두 개 정도는 바뀌면서 2023년도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틀렸다. 내 삶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대숲사진가가 이후에 어떤 일을 할지도 여전히 찾지 못하였고, 대숲사진가가 아닌 일상 속의 나 자신은 충실하게 잘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늘 의문을 품고 있으며,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엔 두려움이 가장 앞서고 있고, 인생의 소중한 가치 중 하나로 삼고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회의를 품게 되었다. 그렇게 글을 쓰는 것도 긴 시간 내려놓았다. 3월 중순씩이나 되었으면 다시 '우리의 계절'이라고 부를 만한 시기이고 공기도 따뜻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날씨도, 내 주변의 처지들도 아직 나를 겨울에서 풀어줄 생각은 전혀 없는 모양이다.


2023년의 서문이라고 하기에 이 글은 꽤나 짧고 거창하지 못하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던 계속해서 막혀 있던 흐름을 끊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연패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끊어내듯 2023년 지금 이 시기의 나에게도 그것이 중요했다. 스스로에게 '이런 상태로 지내도 계속 괜찮은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던 찰나에 그냥 지금 이 상태와는 모든 것이 달라야만 한다는 일종의 결심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은 일어나기 직전에 이불속에서 좀 더 여유를 부리곤 한다. 마찬가지로 아직 겨울잠을 완벽하게 떨쳐내지 못한 채로 이불속에서 머물고 있는 기분이지만, 언제까지나 이러지는 않겠지. 


곧 다시 움직일 시간이다. 우리의 계절이 오려하고 있다.




일본은 날씨가 딱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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