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판매하는건 아닌가요?
참 재활용 따위엔 관심 없는 미국에서도 요새 잘 나가는 트렌디한 카페에 가면 종이 빨대가 배치되어 있다. 환경을 위하는 것이 마치 “트렌디”하거나 "패셔너블"한 것과 동급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코로나, 산불, 폭염, 폭우...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기후위기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마치 미국에서 1970년대 처음 지구의 날이 시작되던 그때처럼 다시 환경이 트렌디한 이슈가 되어있다. 반체제 문화의 일종으로 시작된 환경운동은 미국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그 영향으로 미국 환경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도 설립되었다. 워낙 넓을 나라라 아직 폐기물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 재활용엔 크게 관심이 없긴 하지만, 환경운동으로 정부 체계도 변화시킨 역사가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기름 유출이나 공기오염으로 촉발되었던 70년대와 달리 지금은 우리의 적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 온실가스다. 회사에서도 재사용이 가능한 빨대와 수저를 기념품으로 나눠주고, 텀블러와 에코백은 자꾸 어디에선가 선물로 들어온다. 한국에서는 카페, 식당 등 일회용 제품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이 물건들은 정말 우리의 기대만큼 친환경적일까?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는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먼저 종이 빨대부터 살펴보자. 제지산업은 아주 에너지 소모적인 산업이다. 1kg 종이를 생산하는데 2.5 ~3 kg의 이산화탄소(CO2e)가 발생한다. 1kg의 플라스틱을 생산하는데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동일하다(Berners-Lee 2020). 문제는 종이는 아주 무겁고 플라스틱은 가볍다는 거다. 따라서 생산 후 운송과정에서 종이 운송하는데 훨씬 많은 연료, 즉 에너지를 사용한다. 같은 무게 종이 가방 하나가 수백 개의 플라스틱 가방이 될 수도 있다. 종이 빨대 하나를 생산하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0.00934853874kg인데 반해, 플라스틱 빨대 하나에 0.00171004323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종이 빨대 생산에 플라스틱보다 약 5.4배의 이산화탄소가 더 발생하는 것이다. 순수하게 기후변화 문제로만 보았을 때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보다 훨씬 비효율적이다.
폐기물 처리의 관점에 서서 보면 플라스틱보다는 종이가 장점이 있다. 단 20분 사용하고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썩는데 500년이 걸린다. 특히 한국처럼 국토면적이 작고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폐기물 문제가 기후변화보다 우선시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쉽게 습기가 쉽게 침투할 수 없도록 내구성을 높이고 특수 코팅이 된 종이 빨대는 생분해가 되지도 않고 어차피 매립이 된다. 결국엔 환경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일반 빨대는 다섯 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다른 일회용 쓰레기로 대체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유리병의 단 31.3% 만 재활용되는(EPA 2018) 현 미국 시점에서는 (재료는 더 친환경적인) 유리병보다는 기타 가벼운 포장재 사용이 훨씬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라별 특수한 상황과 현실에 따라 최선의 대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소재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스테인리스 소재의 다회용 빨대부터, 6개월 안에 생분해되는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대체제를 연구 중이다. 하지만 진짜 친환경적인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고안된 컵 뚜껑도 한 가지 방안이다. 하지만 이 뚜껑들이 기존 플라스틱 뚜껑보다 훨씬 견고하기 때문에 이 재질의 재활용 가능성 등을 보다 면밀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안 쓰고 안 사는 것보다 더 친환경적인 방법은 없다. 유엔환경프로그램에서 근무하던 시절 나의 직장 상사도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 12번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이 많이 간과되는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별다방의 아이스 프락프치노 같은 음료를 마시려면 꼭 빨대가 필요하다. 커피 위에 크림이나 토핑이 많이 올라간 음료도 빨대 없이는 마시기가 힘들다. 꼭 써야 한다면 재활용이 가능한 빨대를 사용하거나, 차라리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편이 낫다. 빨대는 재활용으로 분류해봤자 너무 작아서 선별과정에서 재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예 플라스틱이 가장 친환경적인 포장방식이라고 마케팅을 하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물론 투명 플라스틱 물병의 경우 가장 재활용 가능성이 높고 질도 좋지만, 아직 많은 지방정부가 재활용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상당히 모순이 있는 광고다. 플라스틱은 100% 재활용이 될 때에야 비로소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사실 플라스틱은 유리나 알루미늄처럼 무제한 재활용이 되는 소재도 아니고 일정 수준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버진 플라스틱이 섞일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병은 같은 양의 일반 수돗물보다 1000배가량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한다. 어쩌면 "재활용"을 할 거라면서 소비자의 죄책감을 덜면서 영업하고 실제 재활용에는 관심 없는 기업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재활용"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그린 워싱일지도 모른다.
환경부는 98.2% 재활용된다고 자랑하는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도 마찬가지다. 수거가 되는 양이 98.2% 라는 것이지 이게 모두 재활용된다는 뜻이 아니다. OECD는 한국의 재활용률을 59%로, 그린피스는 22.7%로 예측했다. 우리가 내다 버린 모든 플라스틱이 재활용된다고 주장하는 환경부의 통계가 진짜 그린 워싱은 아닌가? 사람이 일정 수준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의 자원을 사용하는 것은 필수불가결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아무것도 사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종이 빨대 사용이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마케팅 전략이 불편하다. 새로운 한정판 텀블러 구매가 환경을 위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불편하다. 갖고 싶은 텀블러 자기 능력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소비활동이 마치 친환경인 양 소비자를 현혹하는 “그린워싱”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택하지 전에 다시 한번만 더 생각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우리가 정말 친환경적인 소비를 하는 것인지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인지.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죄책감을 더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자료출처
Berners-Lee, Mike 2020 How bad are bananas?
Environment Protection Agency (EPA) 2018. Glass: Material-Specific Data. Accessed at: Glass: Material-Specific Data | US EPA
Eldorado Springs 2022. Why plastic is the more sustainable choice for water packaging. Accessed at: Why Plastic Is the More Sustainable Choice for Water Packaging (eldoradosprings.com)
National Geography. How the first Earth Day ushered in a golden age of activism. Accessed at: How the first Earth Day ushered in a golden age of activism (nationalgeograph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