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뚜왈 Apr 17. 202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가 없다니?


무슨 말이지…


그리고 베스트셀러라니?


의아했다.


호기심 반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했다.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


아빠에게 물었다.


"의미는 없어!"


아빠의 초간단 대답으로 일곱 살


어린 룰루 밀러의 인생 여정은 시작된다.


'혼돈' 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아버지는 내게 알려주었다.


며칠 전 들은 한 친구의 안타까운


소식이 뇌리를 스쳤다.


"너에게는 네가 아무리 특별해도 한 마리 개미와 다를 게 없단다."


"어떤 면에선 지구에게 넌 개미 한 마리보다 덜 중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생화학자인 아빠는 이렇게 어린 딸에게 말한다.









이 책은,

과학책이자 데이비스 스타 조던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평전이고 비평서이다.

룰루 밀러 자신에 대한 자서전이자

회고록이다.

또 저자 그녀의 와이프에 대한 러브레터이기도 하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고 낯선 사실들이 한 권의 책에 얽혀 있다.

절묘한 구성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혹시 우생학이라고 알아?"

한 친구에게 물어봤다.

"알지.."

"지금도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대"

"맞아, 백인들은 흑인하고 유색인종을

혐오하지~"

"우리나라 사람들 첨에 하와이에 이민

갔을 때는 짐승 취급받았다며?"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아~ 인종차별 많이 일어나잖아!"

"나도 만약에 내가 백인이라면, 백인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할까?"

"인종 편견 같은 생각 했을까?

"응 아마 그럴 수 있을 거야"


....








몇 년 전에 봤던 <작가 미상>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현존하는 최고의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자서전적 영화다.








영화의 첫 장면은 어린 리히터가 이모와 함께 미술 전시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누구나 어릴 때 이모나 고모, 외삼촌들과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리히터도 엘리자베스 이모와 행복했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나치에 의해

강제 불임 수술을 받고

아리안족 순수 혈통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가스실에서 죽게 된다.

그러나 독일 나치보다 먼저

'우생학'이 처음 시작된 나라가 미국이고

그것도 합법적으로 만연했고 지금도 강제로 자행되고 있다.

이 영화를 볼 때만 해도 몰랐던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도 몇 년 전 리히터 전시가

있었다고 한다.

초기에 사진을 이용한 그의 회화 작업은 그런 이유에서 내게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의 대표작 인지는 잘 모르지만 몇 점 찾아봤다.




















데이비스 스타 조던은 저자의 롤 모델이자 우상이었다.


조던은 청중들에게 "백치들은 모두 자기 핏줄의 마지막 세대가 되어야 한다"라고 단언했다.


1907년 인디애나주에서 우생학적 강제 불임화를 법제화한다.


20세기 미국의 첫 다섯 대통령이 모두 우생학을 찬양했고,


하버드부터 스탠퍼드, 예일 등 전국의 명망 있는 대학에서 우생학을 가르쳤다.



그러나 다행히 반대의 과학적 이론도 점점 쌓여갔다.


여러 특징들 중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가 생각났다.


루공가와 마카르가의 후손들의 이야기를 에밀 졸라가 20권의 책으로 펴낸 시리즈이다.


부모 중 유전적인 결합이 있긴 하지만 에밀졸라는 <목로 주점>의 서문에서 밝힌다.


"배움이 부족하고, 거친 노동과 지참이 지배하는 환경 때문에 망가진 것뿐이다"라고












캐리 벅은 평범한 여성이다.


고아인 캐리는 일곱 살에 강간을 당했다.


캐리는 엄마가 매춘부였다는 이유로 강제 불임수술을 당한다.


많은 일본 이민자의 아들과 딸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유색인종이란 이유로 거세 당했다.









데이비스 스타 조던은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학장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주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조던의 스승 루이 아가시의 조각상이 나온다.


흑인은 인간보다 낮은 종이라고 믿었던 루이 아가시가 코린트식 기둥 위에서 내려다본다.


그 건물에는 '조던 홀' 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그 앞은 '조던 가든'이다.








Stanford will rename campus spaces named for David Starr Jordan and relocate statue depicting Louis Agassiz | Stanford NewsPresident Marc Tessier-Lavigne and the Board of Trustees approved a campus committee’s recommendation both to remove Jordan’s name from campus spaces and to take steps to make his multifaceted history better known. Stanford also will relocate a statue of Agassiz.

news.stanford.edu



스탠퍼드 대학은 조던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아마 룰루 밀러의 집요한 추적 덕분이 아닐까!

룰루 밀러는 또한 조던의 살인 의혹도 밝혀 낸다.

작가는, 조던이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했던 독극물로 스탠퍼드 부인(창립자 부부)를 독살한 정황을 찾아내기도 한다.







조던과 분류학을 연구하면서 저자는 결정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조류는 존재한다.

포유류도 존재한다.

양서류도 존재한다.


그러나 꼭 꼬집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1980년대 분류학자들이 깨닫게 된 사실이다.

저자는 이 사실을 캐럴 계숙 윤의 책 <자연에 이름붙이기>에 처음 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윤은 한국계 미국인, 유색인종이다.



윤은 세 가지 동물 그림을 제시한다.

소, 연어, 폐어 

"여기서 나머지 둘과 다른 하나는 무엇일까요?" 

이 무리에서 관계가 가장 먼 것은 어느 생물일까요?

그러면 학생들은 손을 들어 소를 고른다.

분기 학자들은 왜 틀렸는지 설명한다.

폐어가 왜 소와 가까운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서식지가 같다고 다 같은 종은 아니라는 과학적인 설명이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하게 해주고 염료이며 나비의 생명수단이며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인간들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하찮은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간은 중요하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한 중요하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저자는 드디어 아버지에게 반박할 말을 찾아냈다.











'혼돈' 과 '질서' 사이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잘 못 알고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 사실이 아닌 것들도 많다.

이 책은 그걸 말해 준다.

이 일례로 잘 못된 과학이 우생학을 만들었다.


정작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다양성과 변이로 인해 종이 발전한다고 했으나

이를 잘 못 해석 한 결과로 우생학이 태어났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친근혼이 그 일례일 것이다.








< 에필로그 >


저자가 이 책을 타이핑하는 순간에도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그녀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 동상 하나를 지키려고 공원으로 돌진했다. 한 사람을 죽이고 수십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 무리 지도자라는 사람이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했다. 백인은 흑인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그냥 과학의 문제라고 킬킬거린다.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침대 위 내 옆에서 아내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나는 따스함이 넘쳐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움켜잡고 생각한다. 나의 하찮은 뇌는 그녀만큼 한없이 도취시키는 존재를 꿈에도 결코 상상해내지 못할 거라고."





작가의 이전글 백만년만의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