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엄마 병

엄마만 치료할 수 있는 병

by 이혜미인


“아무리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낫지 않는 병이 있었다. 아픈 곳도, 아픈 일도 점점 많아지는 병, 나는 그 병을 ‘엄마 병’이라 불렀다.”

-박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이 글을 읽고 ‘엄마 병’은 대체 뭘까 생각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해석해서 마음에 담아뒀었다.




둘째를 출산하고 난 후, 생리 기간만 되면 이상하게 우울해지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내가 왜 이러지 싶어 날짜를 보면 곧 생리할 시기였다. 나는 정녕 호르몬에 놀아나는 나약한 호르몬의 노예였던가 질문하면 맞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호르몬의 노예를 인정하지 않으면 정신병이라고 해야 하기에, 호르몬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생리하는 기간 내내 호르몬의 노예로 살진 않는다. 짧으면 몇 시간, 길면 이틀..? 잠깐씩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데 이번에도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것들이 내 심기를 건드렸다.


우리 둘째는 정말 순하다. 너무너무 순해서 키우는 것 같지도 않게 거저 키우고 있는데, 아니 알아서 커주고 있는데 그날은 아기가 낮잠을 자지 않았다. 평소라면 “우뤠기 안 졸려요?” 하며 놀아줬을 텐데,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고 바닥에만 내려놓으면 떠나가라 우는 아기가 너무 힘겹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엉엉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했다.


아프나?! (경상도)



“아픈 게 아니라 내 힘들다ㅠㅠ” 나는 밥도 못 먹고 라면 물 올렸다가 그것도 못 먹고 띵띵 불어서 버려야 한다며 전화기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차로 30-40분 거리에 있더 엄만 일이 있음에도 달려왔다.




나에게 ‘엄마 병’은 엄마만이 치유할 수 있는 아픔이다. 호르몬의 노예였던 나는 아마 눈물을 흘림으로 어느 정도 치유가 됐을 거다. 하지만 완전한 치유는 “엄마 앞에서”라는 전제가 붙었을 때 가능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엄마만이 치료할 수 있는 병. 나에게 있는 ‘엄마 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