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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Dec 20. 2024

반드시 찾아올 행복, 매리골드가 들려준 이야기

매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하지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이 지나면 누구에게나 행복은 반드시 옵니다.

뉴스에 올겨울 가장 강력한 한파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번 추위는 영하 30도 안팎의 시베리아 상공 한기가 한반도 상공으로 몰려오면서 만들어졌으면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다는 특보 방송입니다. 사무실에서 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이 불어 몸을 움츠리고 등을 돌렸습니다. 운전대에 손을 얹자 얼음덩어리 만지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있으면 아기 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입니다. 성탄절에 공연할 연극을 20여 명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수요예배 마치고 8시 30분부터 공연 연습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번이 5번째 연습입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교회 가기 싫었지만 연극에 빠지면 안 될 것 같아 교회로 갔습니다. 


수요 저녁 예배 후 5층 유치부 연습실로 올라갔습니다. 연습실에 들어서자 K 집사님의 바쁜 손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극에 사용할 카드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진열하고 있었는데, 가로세로 30센티미터 크기의 마분지에 찬양 가사를 일일이 새겨 넣은 카드가 무려 40여 장이나 만들었습니다.

"이거 만드느라 얼마나 걸리셨어요?"

"지난밤부터 시작해서 꼬박 6시간은 걸린 것 같아요. 글씨 크기도 맞춰야 하고, 일일이 오려 붙여야 하고, 모두가 잘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해서......"

K 집사님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습니다. 밤늦게까지 정성을 다해 준비하는데, 저는 예배와 연습이 귀찮다는 생각을 했다니, 카드 한 장 한 장에 담긴 그분의 헌신과 정성 앞에서,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할렐루야’ 찬양곡에 따라 카드를 움직이는 연습. 내 앞사람 두 사람이 오지 않아 걱정했는데 있다고 생각하니 별 불편이 없었습니다. 카드 교체 타임에서 계속 실수가 일어나서 다시 했습니다. 내가 실수하면 옆에 사람이 실수하고 같은 동작을 몇 번 반복했습니다. 연습 과정에서 잘못을 나무라기보다 웃음이 먼저 나왔습니다. 정해진 대로 못할 경우 서로 격려하며 고쳐나갔습니다. 한 시간 삼십분 정도 연습했습니다. 내일 모여 다시 연습하기로. 이번 토요일 총 리허설 한 후 성탄절에 전 교인 앞에서 공연하게 됩니다.

교회 밖으로 나오자 강한 바람과 추위에 숨쉬기가 곤란습니다. 추운 밤이었지만, 내 마음은 이상하게도 따뜻했습니다. K 집사님이 만든 정성스러운 카드와, 함께하는 이들의 웃음소리가 내 안에 여전히 맴돌고 있었기 때문일까. 실수할 때마다 서로를 격려하며 다시 시작했던 과정이 행복이었습니다.  


메리골드 꽃말처럼 우리 행복도 반드시 찾아올 것입니다. 어쩌면 인생은 만들어 놓은 행복이 아니라 한파 속에서도 피어나는 따뜻한 마음처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속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닌 과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존재라는 것을. 


이번 성탄절이 특별히 더 기다려졌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따뜻한 무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성도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무엇보다 성탄의 선물(연극)을 받으며 기뻐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연습하고 수고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고 있는 예수님이 보입니다.


행복은 결과물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얻는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이라는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초고를 쓰고, 다듬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이미 나는 한 뼘 더 성숙한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행복은 찾는게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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