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배기 아이는 세상 모든 게 신기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을 복잡하게 봅니다. 새해에는 세 살 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편견도, 선입견도 없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느끼고, 즐깁니다. 우리도 그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일상의 작은 행복과 기쁨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세 살 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비현실적이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저 순수하게만 살 수는 없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죠. 또한 '어른이 되었는데 왜 어린아이처럼 생각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새해를 보내려고 부산에서 서산에 있는 아들 집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원거리에 있어 손자를 자주 볼 수 없어 이번 기회에 손자를 원 없이 보고 가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세 살배기 손자 이도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한 장난감입니다. 내가 아이패드로 글을 쓰고 있으면 무릎에 앉아 펜을 빼앗아 화면에 마음껏 낙서합니다. 알 수 없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언어로 재잘거리며, 제가 작업해 둔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지만, 그저 미소가 납니다.
팔레트의 다양한 색을 보여주면 색이 바뀔 때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른 곳으로 뛰어갑니다.
노트에 글을 쓸 때면 이번에는 만년필을 빼앗아 갑니다. 얼른 빈 종이를 내밀어 주면, 검은 머리카락 모양으로 가득 종이를 채웁니다. 만년필 뚜껑 속을 한참 들여다보며 "할비~ 어~우~" 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충전하고 있던 페이셜 미스트(스위치를 켜면 수증기가 품 겨져 나오는 미용도구)를 들고 와서는 할아버지의 코와 귀, 눈에 물을 뿌리며 즐거워합니다. 그 웃음소리에 저도 함께 웃게 됩니다.
어제는 새해라 특별히 킹크랩을 먹으러 갔습니다. 어항 속 킹크랩을 본 손자는 "할비, 조쪼쪼~ 이잉~ 킹~"하며 또다시 그만의 언어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응, 킹크랩!"이라고 수없이 반복해서 알려주었죠. 그러다 또렷한 목소리로 "할비, 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제야 킹크랩의 눈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다리를 펼치면 60센티미터는 될 법한 크기에, 몸통도 20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킹크랩의 눈이 겨우 2밀리미터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이토록 거대한 생명체의 눈이 이렇게나 작다니요. 만약 손자가 없었다면, 평생 킹크랩의 눈을 유심히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던 아이패드, 만년필. 무심코 봐왔던 킹크랩은, 세 살배기 손자에게는 기적이고 기쁨이고 환희였습니다.
나는 언젠가부터 당연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잊고 살아왔습니다. 세 살배기 손자 이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순수해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자는 것이지요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알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두려움이 없으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손자 이도의 마음가짐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2025년 우리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