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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an 10. 2025

영화 하얼빈 마지막 대사


“어둠은 짙어 오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하얼빈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현빈(안중근 역)의 독백을 들으며 꼭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 세찬 바람이 부는 강을 건너며 비틀거리는 안중근(현빈 역)의 모습을 봤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지만 일제의 폭정은 더욱 심해졌고, 대한민국 독립은 36년 이후 되었다는 내용의 스크린 자막이 올라갔습니다. 


생활용품을 사러 갔다가 포스터가 눈에 띄어 엉겁결에 본 영화라 할인을 받지 못했습니다.(인터넷 예약하면 반값으로 볼 수 있는 데) 감독은 우민호이며 안중근역에 현빈이 나옵니다. 이외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 박훈 , 유재명 , 릴리 프랭키 , 이동욱 배우들, 114분, 2024.12.24. 개봉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95rOIX49hA


이 영화는 우리가 잘 아는 1909년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이야기입니다. 116년이 지난 지금, 독립이 무엇인지, 애국이 무엇인지, 나라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영상미가 뛰어나 아이맥스 화면으로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꽁꽁 언 두만강 얼음 위를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현빈(안중근 역)이 나오는 장면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얼음 위 눈발이 날리는 장면은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여보, 저거 진짜 아니고 CG겠재?"

아내가 귓속말로 속삭였습니다. 도입부 신아산 전투는 광주에서 촬영했는데, 때마침 폭설이 내려 실제 눈밭을 뒹굴며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실감이 난 것 같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답답했습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니, 도입부 신아산 전투에서 안중근은 일본 장교 모리를 잡았다가 놓아줍니다. 가족이 있느냐고 묻자, "아내와 아들 둘이 있다고 하면서 명예롭게 죽게 해 달라고 하는 모리"를 안중근은 “만국공법을 지켜야 한다"라고 풀어줍니다. 이동욱(이창섭 역)이 보복할 거라며 결사 반대했지만 모리를 풀어줍니다. 그의 우려대로 모리는 막사에 있던 독립군을 몰살시켜 버립니다. 


김훈 작가가 쓴 《하얼빈》 책 속 강인한 독립투사 안중근이 보이지 않고 인간미 넘치지만 그로 인해 독립의군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답답했습니다.


이후 모리는 안중근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고 독립의군 잡아 고문해서 밀정을 만들어 독립군에 잠입시킵니다. 때문에 독립군이 희생되는 등 톡톡한 대가를 치릅니다. 



모리 삶의 목적은 오직 안중근을 죽이는 것으로 바뀝니다. 이토 저격 직전까지 안중근을 잡으려는 그의 모습이 섬뜩합니다.  



한 번 더 답답한 장면이 나옵니다. 모리가 독립의군에 심은 밀정을 알았는데도 또 살려줍니다. 결국 마지막에 밀정이 모리를 죽이고 독립군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있지만 그때까지는 이미 많은 희생을 치른 뒤였습니다.



영화 각본가가 안중근의 인간미를 나타내려고 한 건지, 살려준 모리로 인해 동료가 몰살당하는 치명적으로 실수한 것을 만회하기 위한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토를 잡으러 나서는 안중근의 마음 변화를 이야기의 축으로 끌고 가고 싶으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좀 아쉬운 것은 강인한 캐릭터로 나오는 이동욱(이창섭 역)이 더 주인공 같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 보고 답답한 분은 뤼순 감옥에서 사형을 받기까지 안중근이 감옥생활을 지켜본 일본인 간수의 이야기를 보면 안중근의 신념을 느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lZ6z8liZfE


극 중 안중근 의사가 보여준 신념은, 개인의 안위보다 큰 가치를 위해 희생을 선택한 모습이었습니다.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개인의 이익만을 좇느라 더 큰 공동체의 가치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SNS와 각종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개인주의적 성공 신화들 속에서, 안중근의 삶을 통해 나라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 안중근 독백을 보면서 추운 겨울 거리로 나와 나라를 걱정하며 촛불 봉을 들고 외치는 젊은이들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어둠은 짙어 오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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