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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망토 채채 Sep 27. 2020

검정치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여성 혐오, 그리고 한국의 성매매 실태

들을 가수가 사라진다.

들어서는 안 되는, 잘못된 생각을 담은 노래가 생긴다. 가사 듣기가 거북해지고, 소리내 말하고 싶어진다.

"이건 틀렸어. 이건 예술의 범주가 아니야. 더러운 욕설, 그리고 존중받을 수 없는 혐오 표출이거든."

예술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올바르지 못한 사상을 표출하는 건 못 참겠다.


이젠 음악 들을 때 똑똑히 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음악을 향유하는 사람으로서 오늘도 나는 벅스 건너뛰기 아티스트에 이름을 꿋꿋이 추가한다.




표현의 자유는 만능 딱지가 될 수 없다


그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와 우울한 감성을 좋아했다. 조휴일의 엄청난 팬은 아니었지만, 2010년 나온 1집의 '좋아해줘', 'Antifreeze'는 독특하고 좋은 가사와 노래라 생각해 꽤나 즐겨들었다. 특히 Antifreeze는 당시 인디가수들 좋아하던 때라 꽤나 오랫동안 플레이리스트에 남아있었다. 그 때 1집에 있었던 가사 논란같은 건 몰랐다. 바보같았지. 독특한 것과, '뒤틀린 혐오'는 다른 것인데 말이다.


출처: 벅스 (http://www.bugs.co.kr)


우리가 알던 여자애는 돈만 쥐어주면 태워주는 차가 됐고
나는 언제부터인가 개가 되려나 봐 손을 델 수 없게 자꾸 뜨거워


- 검정치마, 강아지 (2010)




이 노래는 1집에 실린 노래인데, 전반적 내용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모종의 두려움과 낯섬, 도망치고 싶은 마음 등이 담긴 가사다. 거기까진 그렇다고 쳐도 왜 갑자기 여자애는 성장하면 돈을 받고 자신을 거래하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리는것인지? 10년 후에도 그는 여전히 이 의식 수준에 멈춰 있다.



1집에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곡이 있었으니, 소아성애자의 마음을 대변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아빠나 마음은 똑같겠지만 이게 어딜봐서 비슷한걸까
나는 이마대신 입에 맞추네 키스, 평소엔 잊고있던 키스
이제야 생각이 났네 조금 더 적극적이네


- 검정치마, I like watching you go (2010)



곡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범죄를 연상시키는 가사가 용납되어야 할까.




어디 여자가 음악을 해


출처: 벅스(http://www.bugs.co.kr)


이런 노래들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나는 2집 타이틀곡인 'love shine', 그리고 'international love song'을 자주 들었다. 당시 즐겨들었던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에서도 자주 나왔고, 주로 밤에 들었다.




첼로 보단 피콜로 같은 너의 신음 섞인 목소리가 난 너무 거슬려
나는 음악하는 여자는 징그러
시집이나 보면서 뒹굴어 아가씨
(...)
내 기타는 건들지 말아줘 아가씨


- 검정치마, 음악하는 여자(2011)



그가 거슬리는 건 '여자'의 목소리다. 그것도 신음이 섞인 목소리. 자 물어보겠습니다. 여자의 목소리가 왜 거슬리나요? 본질은 이거다. 자기보다 하등하다고 생각하는 존재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그냥 거슬리고 듣기 싫어서 '까기 위해' 까는 것이다. 그래서 비하하는거지. 


굳이 음악하는 '여자'를 콕 집어서 징그럽다고 한다. 이 화자는 체육하는 여자, 공부하는 여자, 등등 다 같잖아 보일 거다. 그냥 여자는 '아가씨'에 불과하니까. 자기보다 잘나면 안돼는 존재. 자신이랑 동등한 게 싫은거다. 왜냐면 여자는 돈 주면 살 수 있는 만만한 존재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감히 여자가 내가 하는 음악을 한다고?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가? 여성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어디 여자가', 혹은 '여자 주제에', '여자는 빼' 라든지 따위의 말들. 시대착오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던 미국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의 연설이 생각난다.


출처: 프란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tOONcDhS9Vw)


출처: 프란 유튜브 

"저는 요호 씨가 사용한 것과 같은 말을 제게 했던 남자 손님들을 식당에서 내쫓았고, 뉴욕의 지하철을 타면서 같은 종류의 괴롭힘을 겪었습니다. 이는 전혀 낯선 일이 아니라는, 바로 그 사실이 문제입니다.
요호 씨 혼자 있었던 게 아닙니다. 그는 로저 윌리엄스 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걷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한 번 일어난 일이 아님을 보게 된 것이 바로 그때였습니다. 이건 문화입니다. 이런 언행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문화이고, 여성을 향한 폭력과 폭력적인 말을, 그런 언행을 지지하는 권력구조 전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입니다. (...)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언어는 항상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하나의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성들을 향한 태도와 타인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패턴입니다. (...) "

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의원 연설 (20.7.23)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의식, 그 결말


출처: 벅스(http://www.bugs.co.kr)


그리고 어언 6년이 지나 3번째 정규앨범이 나왔다. <Team baby>. 앨범커버는 무우려어 결혼사진. 사실 당시엔 'everything' 좋아했다. (...) 타이틀곡 '나랑 아니면'은 언뜻 들으면 절절한 사랑 고백 노래다. 근데 기괴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야 나랑 놀자 밤늦게까지 함께 손뼉 치면서
나랑 마셔 너와 나의 몸이 녹아 내리면
나랑 걷자 저 멀리까지 가다 지쳐 누우면
나랑 자자 두 눈 꼭 감고 나랑 입 맞추자

나랑 아니면 누구랑 사랑 할 수 있겠니
나랑 아니면 어디에 자랑 할 수 있겠니

야 나랑 놀자 어디 가지 말고 그리울 틈 없도록
나랑 살자 아주 오랫동안 우리 같이 살자


- 검정치마, 나랑 아니면(2017)



한 때 임수정 열풍을 일으켰던 '미안하다 사랑한다' 드라마가 떠오른다. 거기서 소지섭은 외쳤다. "나랑 밥먹을래, 나랑 잘래? 나랑 밥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 거의 협박에 가까운 고함질이었지.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하다. 어떻게 이런 장면과 대사가 지상파 드라마에 나왔는가.


출처: KBS 홈페이지 (http://program.kbs.co.kr/2tv/drama/misa/pc/index.html)


그건 협박이다. 데이트 폭력이며, 밀폐된 공간에서 행해지는 고통이다. 이걸 알아야 한다. 한국 남자들은 잘 알아야 한다. 싫다면 싫은 거다. 강요하면 범죄가 된다.


이 가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이 노래를 청혼곡으로 쓰고 싶다는 사람은, 정신이 제대로 박힌걸까? 제대로 읽어보자. 후반부의 가사를 보면 기괴스러움은 더욱 강해진다.


아무렇지 않게 넌 내게 말했지
날 위해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알아 나도 언제나 같은 마음이야 baby
아마도 우린 오래 아주 오래 함께할 거야


- 검정치마, 나랑 아니면(2017)



이 노래의 화자는 데이트 폭력을 하는 남자친구 같다. 이 사람이랑 헤어지면 큰일날 것 같은데... 이미 평생 함께하기 위해 납치해서 사람을 죽인 범죄자 같다. 이건 사랑을 의도한 노래가 아니다. 그리고 아마 화자는 이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동시에, 여자가 '싫다'고 한다면 죽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오래오래 함께한다는 결말로 끝나지. 이건 사랑을 고백하고 마음을 구하는 의도를 가진 노래가 아니다. 그냥 넌 '나의 것'이므로 반항하지 말아라. 라는 것으로 읽힌다.



혹자는 더러운 이별 노래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것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혐오를 드러내거나, 범죄를 정당화하는 노래는 필요하지 않다. 잘못된 사상을 주입시키는 해악일 뿐이다.




국내 커피 시장의 4배가 넘는 성매매 산업 규모


그리고 가장 최근작인 <THIRSTY>는 앨범 커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출처: 벅스(http://www.bugs.co.kr)


전형적인 그림이다. 여기서 남자는 여자를 안고 있는데, 여자는 일단 1)힘이 없이 축 늘어져있으며, 2)가슴과 다리가 훤히 보이는 노출이 된 옷을 입었고, 3)남성은 가면을 썼고, 4)여자 얼굴은 아예 목 부근에서 잘렸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어떤 느낌을 주는지. 모르지 않았을 거다. 몰랐다면 자질이 없는거고. (절대 비꼬는 게 아니다. 진심이다.) 축 늘어진 여자의 수동성. 그리고 그와 대조되게 남자가 쓴 가면은 묘한 권력을 보여준다. (지난 번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던 <나랑 아니면>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이 앨범에는 제대로 된 곡이 없다. 하나씩 뜯어보기엔 내 손이 너무 아프다. 곡 가사를 보다보면, 얼마나 나약하고 찌질한 한 남성이 화자인지 알 수 있다.



우리 정분 났다고는 생각지도 마
내가 원하는 건 오분 길게는 십오분
처음이 제일 어렵다는 얘길 들었어
하지만 나는 처음이 제일 쉽고 좋았어

너의 좁은 침대에 내 몸을 다시 포갠 것을
사랑 빼고 다 해줄게 더 지껄여봐
내 여자는 멀리 있고 넌 그냥 그렇고
눈물이라도 흘려봐 좀 인간이 돼봐


- 검정치마, 광견일기 (2019)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너무도 명확한 성 구매 상황을 보여준다. 그리고 문제는 그런 여성을 광견이라고 표현하며, 인간도 못한 취급을 한다. 이게 가사를 논할 가치조차 있을까. 성매매를 다룬 노래를 따지자면 또 있긴 하다. 영비 노래, 숀 노래라든지... (이건 나중에 한 번 더 글을 쓰려한다.)


일단 몸파는 여성과 '일반적인' 여성(내 여자)을 구분한 게 우습다. 언제적 성녀와 창녀, 이분법적 프레임인가. 그리고 성매매 자체의 문제다. 


미국 암시장 전문 조사업체 하보스코프닷컴은 한국 성매매 시장 규모가 120억 달러(약 14조8000억원)로 세계 6위 규모라고 보고했다(2015년 기준). 같은 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30조~37조원으로, 하보스코프 추산치의 3배 이상으로 추정했다. 국내 커피 시장(6조8000억원, 2018년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의 4배가 넘는다.

- 출처: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한국은 성매매가 합법화된 나라가 아니다(물론 만연하지만). 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일인가. 자신의 욕구를 풀기 위해 사람을 사다니... 성매매의 본질은 권력을 사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을 사는 행위. 그런 행태들이 지속되고 있고, 그게 있는 한 여성 인권은 높아질 수 없다. 쟤는 얼마짜린데, 이러면서 값을 매기게 되는거다. 어떻게 보면 이 가사는 그런 걸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여성을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성욕을 풀고 싶나..




강산이 반쯤 변할 동안 난 내 여자만 바라봤고
한눈을 팔 데 없이 아름다운 그 고운 미소 멀어질 때
그녀는 귀신같이 나를 찾네 영원히 남의 남자인 날

더러워질대로 더러운 영혼
내 여자는 어딘가에서 울고
넌 내가 좋아하는 천박한 계집아이


- 검정치마, 빨간 나를(2019)



사랑의 여러 단면을 성매매를 통해서 밖에 사랑을 얘기하지 못하나? 아직도 성녀와 창녀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 참. 성욕은 풀고 싶고 구원은 받고 싶고. 영혼은 또 왜 더러워지는건데? 원래부터 더러웠으니까 성매매를 했겠지. 그리고 무슨 또 '내 여자'랑 '천박한 계집아이'를 나누냐? 


날 미워하지 말아 난 어린애잖아
그대의 손길만 닿아도 난 붉어지잖아


- 검정치마, 피와 갈증(2019)



그녀가 나의 간을 봤을 때 난 눈감고 살구색만 칠해댔죠
왜 지금은 검은 방안에 혼자 짜게 식어있느냐고 물어보면 나 부끄러워요


- 검정치마, 상수역(2019)



한 편으로는 웃긴 게, 가사를 보다 보니 얼마나 여자를 갈구하는지 알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을 끝까지 '어린 아이'로 두고 싶어한다. 본인은 "잘못이 없어요- 더러운 여자가 문제에요, 난 사랑에 구원받고 싶었어요-" 이 모드인거다. 



그날 이후 내 세상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어
니가 흔든 거야 나는 그냥 굴러가는 거야


- 검정치마, Lester Burnham(2019)



계속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잘못은요, 성 구매자에게 있습니다.


열심히 검정치마를 듣는 사람들에게. 솔직히 왜 이렇게 열심히 '변호'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들 말마따나 화자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조휴일이 직접 했다-라는 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수가 범죄자를 옹호하는 가사를 써도 되냐하면 그건 다른 문제다. 혐오적인 사상 표출과 사회 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를 굳이굳이 노래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그리고 꼭 이런 애들이 엄마 찾더라.


생각보다 난 괜찮은 남자에요
엄마 잘 키웠어요


- 검정치마, 상수역(2019)





한국 대중음악상은 반성해야 한다


출처: KMA 홈페이지 (http://koreanmusicawards.com/2020/winner/winner_genre/)


이건 사랑의 비밀이 아니다. 사랑의 단면이라고 하기엔, 너무 음지에 있다. 범죄의 영역이니까.

이런 혐오 사상이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호 받을 수는 없다.


충격적인 사실은 2019년 <Thirsty>앨범이 제 17회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으로 선정되었다는 것. 선정워원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주진모씨,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잘난 남성 탑배우니까 커리어에는 지장이 없으리라고 믿고 싶겠지만, 여자들은 더이상 그런 일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생활은 용인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누려온 더러운 성 착취 문화와 그것을 가능케 한 젠더권력은 당신의 지위와 함께 해체될 것입니다.


- 한사성(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페이스북 글(기사 링크), 2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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