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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의 레버리지와 주조이익 논란

by 김창익

스테이블코인이 과연 본질적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가,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주조이익을 누리는가에 대해서는 학계와 업계 모두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레버리지 문제를 보자. 전통적 의미의 레버리지는 자본 대비 더 큰 규모의 자산을 굴려 이익을 내는 구조를 가리킨다. 은행이 예금을 받아 그보다 더 큰 대출을 내주는 부분지급준비제도가 대표적이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이용자가 1달러를 맡기면 1달러 가치의 토큰을 발행한다는 점에서 언뜻 보면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 단순한 지급수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테더나 USDC 같은 대형 발행사는 준비금을 100% 현금으로 들고 있지 않고, 단기 국채나 상업어음, 은행 예금 등 이자 수익을 내는 자산에 투자한다. 이렇게 되면 발행자는 무이자 부채에 해당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찍어내고, 그 대가로 받은 달러를 유이자 자산에 넣어 차익을 얻는다. 이는 본질적으로 자본 대비 운용 규모를 확장하는 행위로, 일종의 레버리지 효과를 동반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발행량이 커질수록 이 구조가 기하급수적으로 이익을 낳는다는 점에서, 전통 은행과 마찬가지로 금융기관적 레버리지 성격을 띤다고 주장하는 견해가 힘을 얻는다.


그러나 모든 스테이블코인을 동일하게 묶어 레버리지를 전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규제 친화적인 발행사들은 준비금을 대부분 현금이나 초단기 국채로 보관하며, 별도의 차입이나 위험 자산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공시한다. 이 경우 발행 구조는 예치된 자산과 발행량이 일대일로 대응하므로, 은행의 부분지급준비제도와 같은 형태의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다. 실제로 일부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토큰화된 예금증서”와 비슷한 성격을 띠며, 단순히 결제 편의성을 높인 수단에 가깝다. 또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에는 담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공급을 늘리고 줄이며 가치를 유지하려 했지만, 이는 금융적 레버리지라기보다는 화폐공급 알고리즘의 실험으로 보는 게 맞다. 결국 레버리지 여부는 스테이블코인 모델과 준비금 운용 방식에 따라 달라지며,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한다”는 주장은 테더 같은 상업적 발행 모델을 설명할 때는 설득력이 있지만, 모든 경우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과장된 면이 있다.


다음으로 주조이익 문제를 살펴보자. 전통적으로 주조이익은 화폐 발행 비용과 액면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중앙은행은 종이에 몇 백 원만 들여 만 원권을 발행하면서 나머지 차익을 얻게 되고, 이 차익은 발권력이 국가에 부여한 공적 이익으로 이해된다. 현대 금융체제에서는 단순 인쇄 차익을 넘어, 무이자 화폐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유가증권 등을 보유해 발생하는 이자 수익까지 주조이익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어떨까? 발행사는 이용자로부터 1달러를 받아 동일한 가치를 지닌 토큰을 발행한다. 표면적으로는 준비금이 100% 뒷받침되므로 발행 과정에서 이익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발행사가 받은 달러를 금고에 묵혀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테더와 USDC 모두 준비금을 단기 국채나 은행 예금에 투자하여 상당한 이자 수익을 거두고 있다. 발행자가 무이자 부채를 발행한 뒤 유이자 자산에 투자해 얻는 차익은 전형적인 주조이익의 현대적 형태와 다르지 않다.


은행과 비교해 보면 이 차이는 더 선명해진다. 은행은 예금을 받아 대출을 내주지만 예금자에게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예치된 달러에 대해 어떤 이자도 주지 않고, 모든 이익을 독점한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수익 구조는 국가가 누리던 발권력 기반 주조이익을 민간이 사유화한 것과 같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테더는 최근 몇 년간 수조 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 대부분이 이 구조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넓은 정의의 주조이익 개념을 적용하면 스테이블코인은 분명히 주조이익을 보유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 논리도 있다. 일부 학자와 규제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발행사의 부채이지 화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용자는 발행사의 지급 능력을 믿고 코인을 쓰는 것이며, 이는 국가의 발권력에서 비롯된 공적 권한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발행사의 수익을 주조이익이라고 부르는 것은 개념의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시 말해, 국가가 독점적으로 갖는 통화 발행 권한과 민간기업의 부채성 토큰 발행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가, 주조이익을 갖는가에 대한 답은 단정적이지 않다. 일부 상업적 스테이블코인 모델에서는 준비금 운용을 통해 레버리지적 성격과 주조이익의 사유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규제 친화적 모델이나 풀 리저브 방식을 고수하는 발행사는 전통적인 레버리지와 주조이익 개념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두 논쟁이 단순한 개념 규정에 머물지 않고,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규제하고 사회적 제도 안에 편입할 것인가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만약 레버리지와 주조이익을 본질로 본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므로 강력한 건전성 규제와 공적 책무를 부과해야 한다. 반대로 단순 결제 수단에 불과하다고 본다면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쟁은 금융 시스템 내 위치와 공공적 성격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각국의 제도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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