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fovator Feb 13. 2022

ep07. 뉴욕, 우리가 사랑한 브랜드 ① NIKE

NIKE NYC에서 미리 본 오프라인 리테일의 미래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 Jason과 나는 퇴근 후 이태원의 피자가게에서 저녁을 먹으며 여행 계획을 세웠다.

우리는 먼저 첫째 날 5th avenue에 입점해있는 다양한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구경하기로 결정했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5th avenue의 수많은 브랜드들 중 어디를 중점적으로 구경할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을 하나씩 골라보자고 했다.



먼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1순위 브랜드는 '애플'이었다. 

Jason과 나는 사실 '사과' 모양이면 사족을 못쓰는 소위 말해 Apple Fanboy다. 아이폰, 애플워치, 맥북, 에어팟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IT 액세서리에는 한 입 베어 문 사과 문양이 박혀있다. 그야말로 우리는 애플의 광팬이다. 사실 애플 테크의 기능은 과거 잡스가 살아있던 당시만큼 혁신적이지 못하다. 사실 이제는 어느 부분에서는 삼성이 이와 동등하거나 조금 더 앞서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애플'을 고집하는 이유는 하나다. 애플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정체성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사과 모양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있다. 우리는 비단 '실용성'과 '편의', '기술'을 사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애플에게 사려는 것,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Fancy', '체제에 대한 도전', '혁신', '혁명'이라는 철학이자 삶의 가치다. 그리고 애플은 이러한 삶의 방향성을 서포트해주기에 더없이 적합한 브랜드다.



그다음으로 Jason은 나이키를 꼽았다.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는 Jason은 비즈니스 셔츠 안에도 검은색 나이키 기능성 티셔츠를 입고 다닐 정도로 나이키를 사랑했다. 배경은 약간 다르지만 나 역시 나이키라면 눈이 뒤집히는 사람이다. 물론 나는 스포츠랑은 약간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키의 전설적인 'Just Do It'이라는 브랜드 메인 카피와 날렵한 스우시 로고를 보면 가슴이 뛴다. 더불어 꼭 스포츠맨이 아니더라도 스트리트 패션에서 나이키가 차지하고 있는 권위는 상당하다. Kanye, Travis scott, 국내에서는 지드래곤 등의 아티스트들과 콜라보하여 발매하는 한정판 제품들은 호가가 곧 가격이 된다. 무엇보다 나이키는 일관적인 브랜드 메시징을 잘하는 브랜드이다. 나이키의 광고들을 Youtube에서 검색해서 쭉 훑어보기 바란다. 딱 3개 정도만 보면 나이키가 표방하고 지키려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바로 '도전'이다.



마지막으로 Jason은 '디즈니'를 꼽았다. 보기와는 다르게 Jason에게는 소년 같은 감성이 있다.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 혼자서라도 영화관을 찾는다. 그뿐이랴 디즈니 소유의 마블 유니버스와 스타워즈 콘텐츠에 대한 Jason의 사랑은 독보적이다. Jason은 평소에도 마치 역사공부를 하듯 코믹스 세계관을 공부한다. 반면에 나는 디즈니의 팬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높이 평가한다. 애니메이션, 리테일,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OT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은 우리에게 '비현실'과 '현실'을 넘나들게 한다. 동심을 더듬게도 하고 이미 어른이 된 우리에게 세련된 방식으로 판타지를 심어준다. 무엇보다 미디어가 한정되어 있고 콘텐츠 시장에 대한 진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 그들이 쌓아온 철옹성 같은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대단했다. 하지만 내가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비단 그게 아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성공방정식을 구축해온 거대 콘텐츠 회사가 꼰대가 되지 않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럼에도 그동안 착실하게 쌓아온 본인들만의 정답지를 찢어버리고 새로운 시장에서 스스로를 빠르게 변화시킨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이 3개의 브랜드들은 5th avenue에 있을까? 우리는 구글맵을 켜서 검색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이들은 5th avenue라는 브랜드 전쟁터에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해놓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스토어는 어떤 모습일까?


다시 한번 곱씹어보자. 애플, 나이키, 디즈니. 

언뜻 보면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브랜드 사업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고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메시지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오프라인이라는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들이었다.


가장 먼저 우리가 찾은 브랜드는 나이키였다.

NIKE NYC(650 5th Ave, New York, NY 10019)는 5th avenue의 세인트 패트릭스 대성당 맞은편에 위치해있다. 



NIKE NYC는 나름 6층짜리 대형 스토어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빌딩들 사이에 끼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모양의 불투명 유리로 된 외벽은 햇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빛을 반사하여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2층 귀퉁이에 박혀있는 대형 스우시 로고 사이니지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안 들어가고 배길 수가 없는 곳이다.



내부를 자세히 뜯어보기 전에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자그마치 때는 2019년이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스토어들의 운영방향 자체가 '진열', '판매'가 아닌 '경험', '브랜드 체험'이라는 키워드로 바뀌었기에 감흥이 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존재하지도 않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NIKE NYC의 공간은 굉장히 혁신적이다.



매장에 진입하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공간의 주인공은 '신발', '의류'가 아니다. 매대 사이사이를 수놓은 화려한 LED 조명과 스크린들이다. 화면에서는 스우시 로고가 박힌 스포츠 용품을 착용하고 러닝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빠르게 전환된다. 중간중간 제품의 누끼가 360도로 회전하며 디자인 설계도가 펼쳐진다. 그 자리에 30초만 있으면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애쓸릿 브랜드임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마치 소비자들에게 "우리는 허투루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나이키는 과학입니다."라고 외치는 것만 같다.



2층에 올라서면 가운데 아일랜드 매대에 나이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의 작업공간과 데스크가 펼쳐진다. 실제 사무실의 공간처럼 꾸며놨다. 데스크 위에는 모눈의 설계도면이 펼쳐져 있고 '에어'와 '가죽 합피'들이 널브러져 있다. 모니터에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과정이 띄워져 있다. 이 자리에서 신발의 합피와 아웃솔, 인솔들을 직접 만져보면서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면 벽면 한쪽 전체를 차지하는 스우시 로고 조형물이 서있다. 그 커다란 규모에 압도감을 느낀다. 물론 고객들은 그 앞에 서서 너도나도 사진을 찍는다.


쇼핑공간으로서의 효율성만 놓고 따지고 보면 비효율적이다. 단순 판매 측면에서는 나이키가 수많은 SKU를 취급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 개의 제품이라도 더 진열하여 노출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공간의 70% 이상을 진열이 아닌 체험공간으로 구성해놓았다. 이곳에서 사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직접 보고, 만지면서 느끼라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앞서 말했듯 천문학적인 임대비용을 고려할 때 이곳은 적자일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IKE NYC는 변화한 환경 속에서 오프라인 채널의 포지셔닝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모범답안이다. 



더 이상 오프라인 공간은 구매와 판매의 장이 아니다. 오프라인 스토어는 비록 재무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확실한 브랜딩의 장이 되어야 한다. 어차피 고객 입장에서 구매는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다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채널이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똑똑해졌다. 더 이상 분위기에 현혹되지 않는다. 그들은 팩토리 스토어에서 값싸게 혹은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구매한다. 사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제품을 어디서 사건 중요치 않다. 왼쪽 주머니로 돈이 들어오느냐, 오른쪽 주머니로 돈이 들어오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스토어 (팝업 혹은 플래그십)는 여타 채널들이 주지 못하는 강력한 브랜딩 메시지 전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곳에서의 브랜드 체험이 나이키라는 브랜드 자체를 흠모하게 만드는 경험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 브랜드는 일종의 종교다. 그리고 오프라인 스토어는 교회, 성당, 절과 같은 상징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대체 불가능한 오프라인 브랜드 공간은 뾰족한 칼이 되어 고객들의 심장에 깊숙이 박힌다.

매거진의 이전글 ep06. 브랜드 박물관, 뉴욕 5th Avenu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